문화국가 만들기

곽철용 신드롬과 변화되는 남성상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9. 9. 27. 07:30

곽철용 마동석...  변화되는 남성상

-흙수저들의 좌절된 정서의 희망 노래인가

 

김헌식(시사/문화평론가, 박사, 카이스트 미래세대 행복위원회 위원)

 

 

 

 

때아니게 곽철용 신드롬이 불었다. 추석 연휴에 타짜 3’가 개봉된 탓에 새삼 타짜의 캐릭터가 부각이 된 것인데 주인공 고니도 아니도 새삼스럽게 곽철용(김응수)이라는 인물이 부각된 이유는 새삼스럽게 그리고 많은 이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그는 극중에서 제거된 악당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악당에 열광하는 문화는 참 낯설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악당 중에는 오히려 주인공보다 나은 경우가 있다. 배트맨의 조커가 대표적이다. 다시 부활 소환시키고자하는 노력이 있는 이유다.

 

일부에서는 곽철용 현상에 관해 인터넷 문화 특히 놀이문화의 하나로 분석하기도 한다. 하나의 패러디를 통해서 재미를 추구하는 놀이 문화로 생각할 수도 있다. 게이미피케이션이라고 하면 쉽게 파악될 수 있는 현상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

 

한편으로는 바뀐 남성상의 측면을 생각할 수도 있다.

 

이는 마동석이라는 캐릭터가 액션 오락 영화에 자주 등장하고 이번에 지난 악인전에 이어서 나쁜 녀석들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곽철용의 김응수도 그렇고 이들은 기존의 남성상은 주로 꽃미남에 액션 능력까지 갖춘 상남자 스타일이었다. 이들은 지략까지 뛰어나고 연기나 권모술수도 부린다. 더구나 이성적으로 매력이 넘쳐서 여성들을 몰고 다닌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들 영화들은 주로 남성들이 즐겨본다. 지금은 캐릭터에 감정이입을 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단순히 우러러보는 인물 특히 보통 사람들보다 무조건 잘난 사람들만 주목하지는 않는다.

 

어느새 선망과 우월의 영웅 서사는 물론 그런 캐릭터는 이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루저형 영웅이 한때 주목을 받았지만 그것은 비참하고 슬픈 느낌을 애써 삭힌 것일 수 있다. 비록 외모는 조폭일지라도 인간미와 삶의 원칙을 가지면서 상식적으로 살고자 하는 이들에 감정이입을 한다. 그것이 마동석이 주목을 받게 했던 이유다. 멋있는 척하기보다는 욕망을 말하고 거친 말을 쓰면서도 최소한의 양심과 가치는 지키면서 살고자 하는 캐릭터에 동감을 많이 하게 되었다.

 

곽철용은 17살에 달건이 생활을 해서 자수성가를 했음을 강조한다. 그러고 순정이 존재하는 점을 적극 부각하여 사랑을 찾으려고 한다. 비록 보스이지만 적금도 들고 보험도 갖고 착실하게 살려고 노력을 한다. 사실상 곽철용은 빈민출신으로 나름 열심히 살아온 캐릭터로 인식된다. 다만, 성공을 위해서 도박장을 운영하고 그 과정에서 부당하게 범죄를 저지르거나 사욕을 취한 면은 있다. 하지만 사람을 무조건 죽이고 때리는 무도한 면을 보이지만은 않는다. 오히려 타짜의 주인공 고니(조승우)은 곽철용보다 나빠 보인다. 속이고 거짓말을 하면서 목적을 달성하고 심지어 곽철용을 살해한다. 이날 이때까지 자신이 살아온 원칙들을 말하는 날 밑에서 일하겠다고 맹세한 고니는 곽철용을 죽인다. 고니는 자신이 스스로 사업에서 성공했는가. 고니는 자신의 세계가 없다. 다만 도박판을 부유할 뿐이다. 시대적 흐름은 이제 노마디즘을 원하지 않는 세대로 이동하고 있다. 인싸와 아싸라는 개념이 유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흙수저들의 좌절된 심리는 이제 현실을 깨닫는다. 대부분의 사람은 고니가 될 수가 없는 것이다. 잘생기고 멋지고 항상 승리만을 할 수 있는 주인공이 될 수 없다. 겉으로는 멋있는 척 다하지만 알고보면 양아치만도 못한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오히려 처음부터 욕망에 솔직한 사람들이 오히려 상식적이며 선량하며, 스펙 좋은 이들과 달리 소시오패스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심리가 13년이 지난 시점에서 그의 부활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대중이 원하면 이뤄지는 세상이 아닌가. 아마도 곽철용이 주인공인 타짜 시리즈가 제작되었다면 더욱 폭발적인 반응이 나왔을 지도 모른다. 이는 단지 광고에만 나올 이유는 아니다. 

 

새로운 세대에 맞게 선호하는 남성 캐릭터는 변하고 있다. 입으로 단지 외모로 그럴듯하게 현혹하기보다는 몸으로 실천으로 삶을 일구고 성공을 하는 이들에 대한 대중적 선망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