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는 시대의 성찰이다.
공효진이 출연한 개봉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가 7년간 한국 로맨스 영화 가운데 최고의 흥행작이 되었다. 또한 공효진이 출연한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은 이례적으로 다른 드라마보다 높은 시청율을 기록했다. 특히 동백꽃에서 보여주는 공효진의 캐릭터와 그에 따른 연기는 공효진의 특장점을 잘 압축하고 있다. 예컨대, 서민-재벌가의 스토리도 아니고 요즘 한참 유행하는 스릴러 방식에 의존하는 형식도 아니다. 천편일률적인 흥행 코드를 차용한 작품들 속에서 드라마 ‘쌈마이웨이’에서 서민 청년들의 세계를 보여주던 흥행 청신호는 마침내 드라마 ‘동백꽃..’에서 로컬의 공간을 삶의 중앙으로 부각시켜 내었고 그 중심에는 공효진의 힘이 있었다.
여배우 기근이라고 불리는 상황속에서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면서 이렇게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는 공효진의 힘은 무엇일까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공효진이 과거 영화 ‘미쓰 홍당무’에서 얼마나 진일보했을까 싶을 정도인 것은 맞다. 그러나 반드시 그 모습에서 벗어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대중이 원하는 것을 유지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문화적 공로인 세상이 되었다. 공효진을 한국을 대표하는 미녀 스타라고 하지도 않고 요즘 유행하는 한류스타로 말하지 않는 것. 그것이 공효진의 매력이고 아직도 공효진을 시대적으로 요청하는 이유일 것이다.
어쨌든 대중들이 원하는 배우와 캐릭터가 달라졌다.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우리의 분신같은 사람을 좋아한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처럼 여신같은 캐릭터는 이질감을 느끼기 쉽다. 현실을 무시하고, 처음에는 혹하지만 무조건 쎈척하는 캐릭터도 마음이 오래 받아들이기 힘들다. 어떻게 보면 일관된 무엇인가 절대가치가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이 무엇일까 힘들지라도 조금은 정리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공효진은 우리의 못난 모습을 담고 있는 캐릭터를 보여준다. 얼굴이 그렇게 예쁘다고 하지도 몸매를 드러내지도 않는다. 인간적인 털털함이 있기도 하고 못나면 못난대로 자신을 보여준다. 숨기고 싶은 자신의 상처와 고통이 있는 점을 숨기지 않고 그것을 드러내지만 자학적이라기보다는 대화와 소통을 추구한다. 처음부터 자신을 위장하는 모습에 나중에 실망을 느끼는 것보다는 나을 수 있다. 물론 극 중에서 그렇지만, 그런 모습에 남자들이 좋아하고 사랑에 빠진다. 비록 그것이 환타지일 수도 있지만, 허무맹랑하지도 않다. 적어도 공효진이라는 캐릭터가 상징하는 우리가 매우 잘 생기고 부유한 이들만 욕망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어쩌면 공효진은 저성장 시대의 미래 세대의 모습일 수도 있다. 성장가도를 달릴 때의 한국 경제상황에서는 모두 재벌이나 부유층을 바라보고 달려갈 수 있는 욕망을 드라마나 영화가 대변할 지 모르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마음을 갖게 된 것은 인지 상정이다. 그런 시스템을 아무리 비난하고 욕하고, 혐오를 한다해도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는 한편으로 내적인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그속에서 우리 스스로의 삶과 사랑 그리고 안전을 도모해야 한다. 좋은 직장에 다니거나 아름답지 않다고 해서 자신을 스스로 자학하는 일만은 하지 않고 적어도 공효진처럼 삶을 살아낸다면 그래도 살만하지 않겠는가 싶은 희망 아닌 희망을 느끼는 것은 혼자만이 아닐 것이다.
글/ 김헌식(평론가, 카이스트 미래세대 행복위원회 위원, 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