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논평

‘추노’ 영상·스릴·액션·근육남… 시청자 홀렸다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1. 2. 13. 21:00

‘추노’ 영상·스릴·액션·근육남… 시청자 홀렸다

도망노비가 된 무장 송태하 역의 오지호(왼쪽)와 추노꾼 이대길 역을 맡은 장혁의 액션 대결 장면.
ㆍ방송 4회만에 시청률 30% 돌파

KBS 2TV 수목드라마 <추노>(극본 천성일, 연출 곽정환)의 시청률 상승세가 파죽지세다. <추노>는 지난 14일 방송 4회 만에 시청률 30%를 돌파하며 안방극장의 강자로 급부상했다. 인조 26년(1648) 병자호란 직후를 배경으로 한 이 드라마는 도망노비가 된 조선 최고의 무장 송태하(오지호)와 조선 최고의 추노꾼 이대길(장혁)의 대결, 이 두 사람의 사랑을 동시에 받게 되는 김혜원(이다해)의 삼각 러브스토리를 담고 있다. 그렇다면 시청자들은 왜 <추노>에 이처럼 열광하는 것일까. 전문가들의 분석을 통해 이유를 해부한다.

1. 거대한 스케일, 수려한 영상 = <추노>는 전국 방방곡곡을 오가며 촬영했다. 전국의 빼어난 절경이란 절경은 거의 다 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이를 한국드라마 사상 최초로 HD 300만 화소의 무려 4배의 화질에 달하는 1200만 화소의 고화질 영상으로 선보이고 있다. TV 드라마라기보다는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그래서 ‘조선판 매트릭스’라는 애칭이 따라붙는다. 특히 3회에 방영된, 전남 해안에서 촬영한 이대길과 송태하의 ‘갈대밭 대결’은 압권. 360도 레일차를 동원해 촬영한 영상에 시청자들이 환호했다. 이 갈대밭 대결 장면만 보고 일본, 태국이 판권을 사갔을 정도다. 제작비 150억원 중 40억원 이상을 미술과 후반 작업에 사용한 것도 이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인 요소다. TV 드라마 평론가 김원씨는 “마치 <와호장룡>을 보는 듯한 영상미”라고 평가했다. 

2. 스릴러적 쾌감, 빠른 속도감 =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동선을 카메라가 빠르게 쫓아가면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을 느끼게 한다. 서사구조도 대다수 사극 드라마에서 보이는 기승전결 형태가 아니라 현재의 관점에서 과거를 회상하는 형식을 취했다. 방송 평론가 김헌식씨는 “인터넷 여론이 중심이 되는 요즘은 초반의 폭발력이 드라마의 성패를 가른다”면서 “<추노>는 기승전결 구조를 탈피하고 중간중간 회상신을 넣음으로써 속도감 있는 전개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3. 장쾌한 액션 = 수시로 등장하는 액션신은 빼놓을 수 없는 매력. 이 드라마에서 이대길 역을 맡고 있는 배우 장혁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송태하는 정통무예를, 이대길은 저잣거리에서 익힌 무술을 선보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한 드라마를 통해 서로 대비되는 액션을 감상하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실제로 드라마에는 검술, 총술, 표창 던지기, 맨손싸움 등 다양한 싸움의 기술이 등장하고 말을 탄 채 추격하는 신이 긴박감 넘치게 펼쳐진다. 

4. 노비가 주인공인 무겁지 않은 이야기 = 그간 사극은 대부분 궁중사극 또는 지배자 위주의 사극이었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피지배계층이던 노비다. 대중문화 평론가 하재봉씨는 “노무현 정부 이후 권위주의 시대가 종말을 고하고 지배자가 아닌 ‘바로 나와 우리가 세상을 만들어가는 주역’이라는 인식이 자리매김하면서 사극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며 “DJ정부 시절 나온 중인계층을 주인공으로 한 <허준>(1999), <상도>(2001)에서 더 나아가 <추노>는 계급사회의 밑바닥인 노비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 공감을 얻고 있다”고 해석했다. 

종래 사극들과 달리 무거운 주제를 담지 않은 것도 인기 요인. 대중문화 평론가 하재근씨는 “과거 사극은 묵직한 역사적 사건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려는 경향이 높았지만 <추노>는 오직 시각적 즐거움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5. 여심 홀리는 근육남들 = 장혁, 오지호 를 비롯해 많은 남성 출연진이 조끼만 걸친 채 근육을 내보인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근육질 배우들에 대한 여성 시청자들의 감탄사가 줄을 잇는다. 남성 출연진의 몸 만들기는 감독의 요구사항. 오지호는 “촬영이 시작되기 전 영화 <300>에 나오는 근육질 군사 같은 몸을 만들라는 감독의 요구가 있었다”고 밝혔다. 장혁은 “촬영장마다 역기 등 운동기구 세트를 가지고 다니면서 시간 나는 틈틈이 몸 만들기에 매진했다”며 “이대길은 조각 같은 관상용 근육이 아니라 야생동물의 몸같이 찰진 느낌의 근육이 붙어야 하기 때문에 10㎏ 이상의 역기는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6. 질퍽한 육담과 조연들의 감칠맛 연기 = <추노>에는 유난히 성애를 암시하는 질퍽한 육담과 제스처가 자주 등장한다. 오포교(이한위), 마의(윤문식), 왕손이(김지석) 등과 저잣거리 주막 여인들 사이에 오가는 농염한 농지거리가 드라마에서 감초 역할을 한다. 주막의 큰주모 조미령과 유채영의 넉살 연기도 웃음을 자아낸다. 여기에 업복이(공형진), 천지호(성동일) 등 조연배우들의 감칠맛 나는 연기가 가미됐다.

<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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