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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리포노믹스’(sleeponomics) 그리고 ‘수면 부채’(Sleep debt)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24. 5. 9. 19:03

영화 그리고 슬리포노믹스’(sleeponomics)

 

글/ 김헌식(정보콘텐츠학 박사, 중원대 특임 교수, 평론가)

 

영화 은 제목처럼 잠을 소재로 하고 있는데 반전이 있는 작품이다. 처음에는 남편 현수의 몽유병이 고민의 대상이자 갈등의 원인으로 부각이 된다. 깨어있을 때는 자상하고 애정 넘치는 모습인데 잠이 들면 기이한 행동을 하며 공포감을 주며 움직인다. 이른바 몽유병 증세였다. 이 증세를 고치기 위해 두 부부는 고군분투하지만 나아지는 것은 없다. 영화의 반전은 아내에게 있었다. 몽유병 때문에 아이를 지키려는 아내의 불안 심리에 따른 불면증에서 벌어진 상황들이었다. 어쨌든 두 부부의 수면 장애가 이야기의 시작과 끝이었다. 남편은 배우 생활에 따른 스트레스로 불면증이 있는가 하면 몽유병 증세로 악화하였다. 아내도 임신과 출산에 대한 스트레스는 물론이고 남편의 증세 때문에 잠을 제대로 못 자면서 생각하지 못한 행동들까지 하게 된다. 이 영화를 통해서 현대인들이 얼마나 잠을 깊이 못 자고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는 현대인들의 수면 부족이 불안증, 우울증만이 아니라 고혈압, 당뇨 같은 만성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공중 보건 유행병이라고 했다. 국민건강보험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국내에서 수면 질환을 가진 인구는 110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8855000명에서 28.6% 증가한 수치였다.

 

수면의학계는 수면 부채’(Sleep debt)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수면을 잘 취하지 못하면 그것이 꼭 갚아야 할 빚으로 돌아온다는 점을 내포한다. 그것은 건강에 대한 위협으로 생각할 수 있다. 프랑스 연구팀에 따르면 50·60대에 하루 6시간 이하로 짧게 잔 사람이 7시간 이상 잘 잔 사람보다 치매 위험이 30% 높았다. 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이 10년간 연구 결과, 5시간 미만 수면할 경우 7~8시간 수면한 사람보다 우울증 발병 위험이 최대 3.74배 높았다. 사실 노동 생산성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2017년 학술연구에 따르면 미국 경제는 수면 부족 때문에 연간 최대 4100억 달러의 손실을 직간접적으로 겪고 있다고 했다.

 

현대인들이 수면 부족 증상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닐 수 있는데,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슬리포노믹스’(sleeponomics)라는 조어를 등장시킨 배경이다. 슬리포노믹스는 숙면을 위해 적극적으로 관련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여 일어나는 경제 현상을 말한다. 숙면에 도움이 되는 식품이나 침구류는 물론이고 첨단기술과 기기를 뜻하는 슬립 테크(Sleep tech) 제품기술도 있다. 미국 국립수면재단(NFS)은 슬립 기술에 대해 고도화된 수면 과학과 기술을 활용해 기존 수면 관련 의약품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격차를 메울 수 있는 건강관리 영역이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첨단기술을 이용해 수면 관련 데이터를 분석하고 수면을 돕는 기술 서비스를 의미한다. 보통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스마트워치(Smart watch) 및 밴드 같은 웨어러블 디바이스 형태이다.

 

슬립 테크는 인공지능 기술이 발달하면서 개인별 데이터 분석이 더욱 가능해지며 주목받고 있다. 이용자의 감정 상태에 따라서 빠르게 잠들 수 있게 편안한 파동을 추천해 수면을 유도하는 기술도 있고 스마트 알람을 통해서 가장 쾌적한 시간에 깨어날 수 있기 기상 신호를 보낼 수 있다. 몸의 움직임에 따라 베개의 위치를 조정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으며 매트리스의 온도를 낮춰 잠이 쉽게 들고 일어날 즈음에는 매트리스 온도를 자동으로 올려주기도 한다. 호흡을 상황을 통해 수면의 질을 분석하여 이에 대응하는 기술도 있다. 평소에 수면의 질을 분석하고 디지털 기기를 통해 치료에 개입하는 때도 있다. 미리 수면 부족에 따른 미래 질병을 예측하고 대응하는 기술도 확립되고 있다. 단순히 특정 식재료나 건기식을 섭취한다고 해서 잠이 오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아마도 영화 의 주인공들이 슬립테크의 도움을 받는다면 다른 결과를 낳았을지도 모른다. 영화와 드라마에서는 불면증에 대해서 다양한 생활 양식에 따른 접근을 잘 하지 않으며, 어느새 스릴러 장르로 소비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더구나 슬립테크를 활용하여 좀 더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을 것 같은데 우리 콘텐츠는 아직 프로이트나 융의 시대에 머물러 있는듯싶어 아쉽다. 일상 생활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이 많아지면 K 콘텐츠의 다양성과 수준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