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논평

‘복수의 칼날’ 여인이 무서워진다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1. 2. 13. 19:20

‘복수의 칼날’ 여인이 무서워진다

광고
SBS 새 드라마‘조강지처’‘그여자가…’

헌신적 사랑 차버린 남성 응징 다뤄

경제능력 갖춘 새 캐릭터 부각 눈길


“부숴버릴 거야.”

그 남자의 성공을 위해 헌신했다. 사랑했으므로 힘들어도 행복했다. 어느 날 이 행복은 남자의 배신으로 무참히 깨진다. 이에 여자는 복수의 칼날을 가는, 무서운 여자로 변신한다.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 ‘청춘의 덫’에서 심은하의 유명한 대사 “부숴버릴 거야”는 드라마 속 숱한 여주인공의 속마음이다. 올가을에도 이 고전적인 주제는 변함없이 안방극장을 접수했다.

‘권선징악’ 구도에서 오는 카타르시스는 물론 불륜이 넘치는 사회에서 남자의 배신은 꽤 현실적인 주제이기 때문에 여자의 복수극은 시청자의 공감을 얻기 쉽다. SBS에서 새로 시작하는 드라마 두 편은 공교롭게도 모두 여자의 복수가 주제다. 오현경의 복귀작 ‘조강지처클럽’(연출 손정현.극본 문영남)은 그야말로 조강지처를 버리고 가는 이들에 대한 응징 이야기.

오현경의 극 중 이름은 ‘나화신’. 친구이자 시누이인 김혜선(김복수 역)과 함께 그야말로 남편들에 대한 ‘복수의 화신’으로 변신해 주부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전망이다. 김혜선은 생선가게를 하며 의대생이었던 남편, 어려운 시댁 뒷바라지까지 다 했지만 남편은 “생선 냄새가 나니까 좀 씻어라”라고 면박을 주고 첫사랑과 바람까지 피운다. 오현경의 남편 안내상(한원수 역)도 아줌마가 돼 버린 아내를 향해 “너 예전에 안 이랬잖아”라며 진저리를 치며 딴 여자를 찾아간다. 대중문화평론가 김헌식 씨는 “복수극에서 한 가지 특징적인 변화는 강력한 권력을 가지고 전횡을 휘두르던 남성들이 과거와 달리 많이 약해지면서 일종의 ‘속썩이는 아이’처럼 우왕좌왕 캐릭터로 나오고 이에 반해 여자들은 좀더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캐릭터로 변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3년 만에 SBS에서 부활하는 일일드라마도 여자의 복수로 무서워졌다. 제목도 ‘그 여자가 무서워’(연출 정효.극본 서영명)이다. 주인공 유선(최영림 역)은 남자에게 배신을 당하고 차량 폭파 사고로 얼굴에 화상을 입지만 성형수술을 해 전혀 다른 모습으로 옛 남자 강성민(하경표 역)에게 접근한다. 성형수술비를 마련하는 방법도 대리모라는 파격 설정. 유선은 하경표의 장인인 신성그룹 회장 노주현(백동수 역)을 유혹해 결혼하고 복수극을 시작한다. 유선은 “기존 복수극은 여자 주인공이 표독스럽거나 독하게 변하지만 우리 드라마는 짓밟힘을 당한 여자가 복수를 위해 능력을 갖추고 위협적인 존재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여자의 복수는 배신한 남자를 철저히 망가뜨리며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기도 하고, 경제적으로 성공하며 멋지고 돈도 많은 남자와 사랑을 쟁취하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복수하는 등 다양하게 변주되고 있다. 김헌식 씨는 “여자의 복수극은 한국 드라마의 전형적인 특성”이라며 “드라마 시청층이 주로 여성인데 사회문화적으로 여성들은 피해자, 남성들은 가해자로 군림한 사회문화적 영향으로 일종의 피해의식, 약자인 여성에 대한 동정의식이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인기를 끈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적으로 독립하고 성공하는 종류의 드라마도 여전히 있고 영화 ‘친절한 금자씨’의 영향인지 직접적인 복수를 하는 드라마도 늘어나는 등 다양한 방향을 모색 중인 것 같다”고 말했다.

오연주 기자(oh@heraldm.com)

- '대중종합경제지'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