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논평

[시사와 문화]의적과 영웅이 살 수 없는 사회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1. 2. 13. 19:19

[시사와 문화]의적과 영웅이 살 수 없는 사회

소머즈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았던 ‘전격 Z 작전’과 ‘소머즈’가 미국에서 리메이크되어 시청자 앞에 돌아왔다. 세월의 무게만큼이나 키트와 소머즈는 한결 업그레이드되었다. 곧 다시 선보일 ‘에어울프’에서도 헬기의 성능이 어떻게 변화했을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영화 ‘스피드레이서’나 ‘아이언맨’을 보아도 이들 영웅은 공학 기술과 떼어놓을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테크놀로지 측면에서라도 리메이크 외화 속 주인공들은 과거에서 걸어나와 현재를 거쳐 미래지향적이다.

한동안 한국 드라마들은 과거 고대 영웅에 빠져 있었다. 주몽, 대조영, 광개토대왕이 대표적이다. 이제는 조선시대의 영웅들로 완전히 이동했다. 세종과 정조를 영웅으로 그리고, 홍길동에 이어 일지매를 다시금 브라운관에 끌어들이고 있다. 특히 일지매의 인기가 상종가를 치고 있다. 공교롭게도 SBS와 KBS가 각각 일지매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를 제작하기 때문이다. ‘최강칠우’도 홍길동이나 일지매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부정부패한 세력에서 백성을 지키는 설정이기 때문이다. 이 돌아온 영웅들은 과거 속에 있다. 그래서 불안하다.

김훈의 ‘남한산성’은 명분보다는 실제가 중요하다는 대중적 무의식을 확증시켰다. ‘하얀거탑’의 장준혁 현상도 무관하지 않다. 출판가를 장악한 부자 신드롬은 실용주의를 넘어 속물주의로 전이되었다. 투자와 투기의 구분은 이미 무너졌다. 특히 부동산 광풍은 전 국민을 투기의 심리로 몰아넣었고, 부동산 가격 폭등의 심각성을 오히려 무감각하게 만들었다. 부자 내각의 재력을 보면서 ‘돈 많은 것이 죄냐’라는 말을 스스럼없이 한다. 홍길동이나 일지매가 부자들의 재물을 빼앗아 백성들에게 주는 것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을 더 원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쾌도 홍길동’은 의적을 포기했다. 시트콤 ‘코끼리’에서는 영악한 경매업자가 고교 교사인 친구보다 더 부유하고 성격도 좋은 주인공이다. 영화 ‘식코’와는 달리 드라마 ‘라이프특별조사팀’에서 보험사조사원들은 인간적이고 정의를 수호한다. ‘미우나 고우나’에서는 불법적인 공장 건설을 남녀 주인공이 합리화하는 장면도 여지없이 보여주었다.

삼성의 잘못된 행태에 대한 비판보다는 학생들이 삼성에 들어가지 못할까 봐 시위를 못하게 하는 대학가의 모습은 한국 사회의 현주소다. 드라마 ‘강적들’에서처럼 잘못된 권력에 대항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맡은 바 경호 업무만 잘하면 성공적인 것 아닌가. 하지만 명분과 보편적 가치를 도외시하고 실용과 속물주의를 따른 결과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 체결 사례에서 이미 드러났다. 자신의 이해관계만 추구하는 그들 때문에 나라 전체 구성원의 생명이 벼랑 끝에 몰렸다. 삼성공화국의 무도함은 선망 이면에 좌절하게 만든다. 이러한 현실에서 대중적 답답함을 풀어줄 미래지향적인 영웅은 여전히 필요하다.

김헌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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