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슈스케2´ 허각 우승, 대중민주주의 승리이자 과제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1. 2. 9. 19:12

<김헌식 칼럼>´슈스케2´ 허각 우승, 대중민주주의 승리이자 과제

 2010.10.26 09:57

 




[김헌식 문화평론가]193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루스벨트가 공화당 후보 랜던에게 패한다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개표결과는 정반대로 나왔다. 열세였던 루즈벨트가 강력한 당선 후보자 랜던을 이겨버린 것이다. 이 선거 사례는 언더독 현상을 설명할 때 즐겨 사용되고는 한다. 

언더독 효과(Underdog Effect)는 이길만한 사람을 지지 하기보다는 이기지 못할 것 같은 이를 지지하는 현상을 말한다. 즉 약자를 지지해서 결국 승리자로 만든다. 그래서 숨겨진 승리자라는 말도 같이 따라붙는다. 이와 반대로 이길만한 사람을 밀어주는 현상은 편승효과라고 규정된다. 이를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라고 일컫는다. 사람들이 음악대에 몰려든 사람을 보고 다시 모여들어 큰 흐름을 이루듯이 이는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것에 편승하는 군중심리 현상을 말한다. 

2010년 6월 2일 지방선거 개표결과 주요 언론사나 여론조사기관의 사전 여론조사는 어김없이 빗나갔다. 2010년 지방선거에는 이른바 ´언더독 효과´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있었다. 선거 1주일 전 발표한 여론조사와 실제 득표율의 차이가 너무 크게 나타났다. 여당이 압승을 하리라 생각했지만, 결과는 야당의 선전이었다. 이 때의 언더덕 효과 주장은 될 만한 사람들을 밀어주는 것이 아니라 이른바 동정표, 연민표가 작용했다는 주장인 셈이다. 

최근 끝난 < 슈퍼스타K 2 > 결과에도 밴드웨건 효과가 아니라 언더독 효과가 나타났다는 분석이 있다. 여성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존 박은 이른바 꽃미남으로 예선에서 결승까지 승승장구했다. 지난해에도 결국에는 외모가 뛰어난 후보가 우승했었기 때문에 대세는 존 박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허각이었다. 그는 얼굴이 꽃미남이 아니고 몸도 그렇게 빼어나지는 않다. 하지만 가창력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허각이 우승하게 된 분석 가운데 아저씨들이 허각을 지지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여성과 아저씨로 대결을 몰고 간 것이지만, 허각에게 동정 혹은 연민의 표가 작용했다는 것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더구나 허각의 가족사가 크게 감정을 동요시켰다. 사실 이 부분은 노래실력과는 관계가 없다. 허각에 대한 동정적 지지는 자발적인 공유감이 무의식적으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형성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 슈퍼스타 K > 의 명분은 실력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자신의 꿈을 이루는 것이다. 하지만 외모가 부족하다고 떨어지는 것은 불공정한 일이다. 그 불공정을 참지못하고 바꾸려는 행태가 집단적으로 가능했던 것 즉, 허각의 우승은 문자 투표 반영비율이 60%나 되기 때문에 능히 가능한 일이었다. 2010년에 허각이 우승을 함으로써 내년에는 수많은 지원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올해의 슈퍼스타 K의 흥행은 내년까지도 담보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언더독 효과가 우승한 사람에게 반드시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내기는 힘들다. 우승자는 대중가수로 활동하게 되는데 그 활동의 영역은 철저한 상업의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상업의 공간에서는 동정이나 연민의 감정으로 버틸 수만은 없다. 뭔가 빼어난 결과물을 항상 보여주어야 한다. 언더독 효과로 정치에 진입한 정치인들이 급격한 지지자 이탈을 낳는 것도 이 때문이다. 폴 포츠를 많이 언급하지만, 과연 허각이 같은 비교의 대상인지 따져 볼 필요는 있다. 한국의 대중가요시장은 영국과는 많이 다르다. 환경적 요건을 고려하는 것은 한국인의 심리와도 맞닿아 있겠다. 

이준익 감독은 대한민국 국민들 대부분이 루저라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루저 영화를 계속 만든다고 했다. < 슈퍼스타 K > 를 움직이는 심리는 바로 강자를 이기는 자신들의 대표자 '약자의 영웅'을 기다리는 마음이다. 한국인들은 유난히 약자를 배려하는 마음이 강하다고 한다. 그것은 나라 자체가 약자의 경험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2010년 < 파이낸셜타임스 > 는 "한국은 더 이상 약소국이 아니다"(South Korea is no longer the underdog, FT 2.25)라는 지적을 한 바가 있다. 약소국은 아닐지언정 아주 강자는 아닐 것이다. 여하간 한국사회에서 약자의 심리는 한국의 사회문화, 경제, 정치적 현상을 분석하는 데 중요하다. 다만, 약자에 대한 배려와 포용은 훌륭한 미덕이고 도덕적 윤리적으로 옳은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언더독 현상은 비합리적인 판단과 행위를 낳을 수 있으며 장기적이지 못한 한계가 있다. 단기적으로는 그 사람을 위하는 행동인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무엇보다 정치와 정책에서 부메랑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밴드웨건 효과도 그렇지만 언더독 효과로 스타가 되는 이들이나 정치계에 등극하는 이들의 근본적인 한계이자 화두가 되며 이는 대중민주주의의 과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