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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세대 시대 원더 우먼.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21. 10. 18. 23:24

-원더 우먼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1970년대 인기 최고 였던 원더 우먼은 본래 더 여성스러웠다. 비록 보통 남성 이상의 괴력을 쓰지만, 오히려 남성에게 섹스어필 하려는 듯 했다. 201612, 유엔 성평등 대사로 임명되었던 원더 우먼이 해촉된다. 이유는 원더 우먼의 복장과 외모가 여성 스스로보다는 남성의 성적 욕망을 충족시켜준다는 것. 아이러니했다. 1941년에 원작자 윌리엄 몰턴 마스턴은 페미니즘에 바탕을 두고 원더 우먼 캐릭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남성 영웅 중심에서 벗어나 여성 영웅의 탄생은 많은 여권 신장 운동가들에게 영감과 자극을 주었고, 실제로 여성권리운동에서 성과를 꽤 이끌어 내기도 했다. 하지만, 시대적 인식은 바뀌기 마련일 터. 원더 우먼의 여성 영웅이라는 적극적인 행동 지향성에는 맞았는지 모르지만, 지나친 성적 노출과 어필은 성상품화의 길에 들어선 점에서 비판의 여지가 있었다. 엉덩이와 가슴은 비정상적으로 크고 언제나 헐벗은 몸매로 등장했다. 추우나 더우나 아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노츌은 개의치 않았다. 배경 맥락은 간단했다. 초기에는 원더 우먼이 노출이 심하지 않았으나 남성 팬이 점점 많아지면서 상품화가 더 심하게 일어났다. 결국, 소비자의 입맛에 맞게 변형된 원더우먼은 영웅의 타락이라는 점을 생각할 수도 있있다.

 

2017원더 우먼’(Wonder Woman)은 갤 가돗을 주연 배우로 새롭게 리메이크 버전을 선보였지만, 여전히 헐벗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어느 원더우먼보다 적극적이고 주체적으로 보였다. 물론 여성적인 매력도 유지하려 하지만 남성의 성적 욕망을 충족시키려는 몸짓은 덜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원더 우먼은 유니폼을 고집했다. 자기 정체성을 내세우는 시그니처로 보였다. 또한, 여전히 겉으로는 사람들과 섞여 있지만 일반 일상 생활인은 아니었다.

 

반면 SBS ‘원더 우먼은 사람들과 섞여 있지만 초능력은 없다. 다만, 조폭을 성장 배경으로 검사 여주인공이 원더 우먼을 캐릭터로 삼는다. 물론 복장은 원더 우먼처럼 헐벗지 않고 원더 우먼 복장의 몇 가지 포인트를 응용할 뿐이며 결정적으로 바지를 착용한다. 흔히 영웅들이 그러하듯이 항상 심각한 얼굴로 자기 세계의 가치와 정의에 더욱 빠져 있지도 않다. 얼굴이 하나의 표정으로 고정되지 있지 않고 희노애락이 변화무쌍하다. 원더 우먼과 그외의 영웅처럼 특정 유니폼만 고집하지는 않는다. 영웅이 되겠다는 생각도 없고 어쩌다하게 되는 사이다 같은 행보를 고집하지 않는다. 생활인에 가깝게 뒹굴며 자신의 가치관을 실현해 나가려 한다.

그 캐릭터를 충분히 소화하고 있는 배우가 이하늬다. 새로운 여성 캐릭터의 진일보다. 전작 열혈사제에서 검사로 활약한 바가 있는데, 그때 기존 여성 캐릭터답지 않았다. 기존 여성 캐릭터는 아주 순종적이거나 아니면 아예 저항적이고 도발적이었다. 더구나 성공을 꿈꾸는 여성들은 대개 악인으로 등장하는 설정이 전형으로 보였다. 드라마 열혈 사제에서 이미 이하늬는 적당히 세속적이고 부패한 인물로 악의 세력과 타협하는 검사 캐릭터로 주목을 받았다. 그 과정에선 힘 있고, 돈 많은 이들에게 타협을 했다. 아무래도 그것을 너무 터부시하는 이들이 오히려 더 호박씨를 까고 있다는 불신감을 대변이라도 하는 듯하다. 드라마 원더 우먼에서도 적당히 세속적이고 부패도 마다하지 않은 인물로 등장한다. 그렇지만 절대악으로 빌런이 되지 않을 것이다. 우연히 똑같은 얼굴의 두 존재 때문에 재벌가의 며느리로 들어가 그들의 민낯을 보게 되는 상황이 일말의 양심을 깨운다.

 

당연하게도 우리 시대의 원더 우먼이 검사일 필요는 없다. 그들 스스로 그러한 영웅의 자격이 그들에게 있는지 생각할 때라는 것은 누구나 공감한다. 중요한 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이상형이 검사틱한 영웅인가, 아니다. 그들은 현실에서 칼을 휘두르지 않지만, 수사권과 기소권 등과 같은 특권을 휘두르며 많은 이들을 다치게 할 수 있다. 검사가 어느새 영화와 드라마에 많이 나오고 여성 캐릭터로도 부각되는 것은 그들에 대한 선망이 대중 콘텐츠에 투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선망은 특권에서 나온다. 특권이 없이 그냥 월급쟁이 공무원이라면 이렇게 원더 우먼 반열에 오르는 드라마도 불가능할 것이다. 진정한 원더 우먼은 자기가 속한 조직을 개혁할 때다. 외부 적은 냉전 시대 산물, 내부의 적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이 21세기 자기 혁명 시대의 영웅이다.

 

글/김헌식(평론가, 박사, 한국사회문화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