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와 비교문화

K팝 아이돌, 日오리콘 1위 앨범에 악수회 등 초대권 삽입..`추첨식`으로 다량 구매 유도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2. 2. 14. 13:27

K팝 아이돌, 日오리콘 1위 `참 쉽죠~잉`..현실은?

- 앨범에 악수회 등 초대권 삽입..`추첨식`으로 다량 구매 유도


[이데일리 스타in 조우영 기자] "1위 그까이 거, 참 쉽죠~잉." 

한때 전국을 휩쓸던 개그 유행어가 아니다. 일본에 진출한 K팝 스타들의 오리콘 차트 얘기다. K팝이 전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는 요즘 국내 아이돌 그룹들의 음악적 역량은 해외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이 우스갯소리가 칭찬만은 아니다. 말 속에 뼈가 있다. 1위가 쉽다는 말은 반대로 누구나 비교적 쉽게 1위, 최소한 차트 상위권 진입이 수월하다는 뜻이다. 왜일까. 약간의 `꼼수`가 있어서다. 

최근 기자와 만난 한 일본 기획사 관계자는 "K팝 가수들이 앨범 판매 촉진 전략을 남발하고 있다"며 "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약보다 독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본에서 발매되는 앨범에 해당 가수의 악수회, 사인회, 허그회, 쇼케이스 초대권 등이 삽입되는 게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초대권이 모든 앨범에 들어 있지 않다는 것. 이른바 `뽑기식`이다. 스타와의 스킨십을 좋아하는 일본 팬들 특성상 그들은 한 앨범을 5~10장씩 구매하기 일쑤다. `당첨권`은 고가에 거래되기도 한다. 

일본 가수들 역시 이러한 판매 촉진 전략을 쓴다. 다만 AKB48 등 정상급 아이돌 그룹이나 팬들과 친밀한 교류를 나누는 일부 가수들에 한정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본 가수들은 1회 정도의 이벤트성인 것에 비해 K팝 가수들은 같은 장소에서 2, 3일씩 진행하거나 도쿄와 지방 여러 곳을 분리해 각종 프로모션을 따로따로 진행한다. 이를 바라보는 일본 음악계의 시각이 점차 나빠지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현지 팬들의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도쿄에 사는 하세가와 레이꼬(20·여성) 씨는 "한국 가수들은 돈이 없으면 좋아하기 어렵다. 콘서트 티켓도 비싸고 앨범도 여러 장 사야 한다"며 "가끔 한국 가수들은 우리를 돈으로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서운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국내 기획사 처지에서는 억울한 면도 없지 않다. 유명 아이돌이 일본에 진출해 있는 한 국내 기획사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좋지 않다는 것을 우리도 알고 있다. 가수들도 힘들어해 (프로모션 일정을) 줄이고 싶은데 쉽지 않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일본 레코드사가 계약 기간 내 많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악수회, 허그회 등 프로모션에 집착한다는 게 그 이유다. 관계자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오리콘 1위를 못 한다고 한다. 사실 프로모션이 있을 때와 없을 때 앨범 판매량이 3~4배 이상 차이가 나다 보니 이 말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물론 일본에서 두 번째 이상의 앨범을 발매해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그룹들은 예외다. 곧 밀리언셀러를 넘보고 있는 카라와 소녀시대 등은 자타가 인정할 만 하다. 특히 이러한 꼼수를 부리지 않고 일본 오리콘 차트 1위에 당당히 오른 그룹이 있다. 바로 슈퍼주니어다.

슈퍼주니어는 지난해 12월7일 발표한 일본어 버전 `미스터 심플`로 같은 달 10일자 오리콘 데일리 차트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당시 슈퍼주니어는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 공연에서 8만 관객을 끌어모았다. 이들은 오는 5월12일, 13일 양일간 도쿄돔에서 무려 10만 관객을 동원할 예정이다. 

한 관계자는 "일본 업계에서도 슈퍼주니어는 굉장히 신기해하고 있다"며 "꼼수 없이 오리콘 차트 1위를 기록한 그룹은 슈퍼주니어뿐이다. 일본 정상급 남자 아이돌을 대거 보유한 대형 기획사 쟈니스도 이들을 막지 못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조우영 (fact@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