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보라해 개별 팬덤이냐 완전체 팬덤이냐.
글/김헌식(중원대학교 특임교수, 정보콘텐츠학 박사, 평론가)
언젠가 방탄소년단의 개별 활동에 관한 내용을 방송에서 언급한 적이 있었다. 진이 군입대를 하면서 다른 멤버들의 병역 이행 전망이 이슈였기 때문이다. 이때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업적과 이바지한 점을 나열할 때 ‘보라해’라는 말도 나오게 되었다. 보라해는 2016년 11월 13일 팬 미팅에서 뷔가 만들어낸 말이다. 응원봉에 보라색 비닐을 씌운 팬들의 성원에 감동했던 방탄소년단이었고, 이때 뷔가 ‘보라해’라고 했는데 ‘보라해’는 무지개의 마지막 색처럼 오랫동안 끝까지 사랑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날 방송에서는 ‘보라해’가 기획사가 전략적으로 만들어낸 말이 아니고 방탄소년단 멤버가 만들어냈기 때문에 방탄소년단은 역시 다르다는 의미로 언급했다. 기획사형 아이돌이 아니라 자율형 아이돌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표현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의도와 표현에 대해서 이의 제기가 쏟아졌다. ‘보라해’는 뷔가 만들었는데,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며 무식하다고 비난이 쏟아졌다. 이러한 지적들의 맥락은 ‘방탄소년단’보다는 멤버 ‘뷔’였다. 뷔의 개별 팬덤이 작동한 것이다. 어쨌든 방탄소년단의 세계관 혹은 정신을 잘 담아내고 있는 ‘보라해’는 매우 훌륭한 창조 사례이다. 그런데 이 ‘보라해’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사건이 의외로 발생했다.
슈가의 전동 스쿠터 음주 운전 사건으로 팬덤의 움직임이 세간의 중심에 서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슈가를 옹호하는 듯한 게시물이 나와서 크게 논란을 일으켰지만, 그것은 팬 사칭 게시물의 의혹이 짙어 보였다. 김호중 음주 운전 사건에서 일부 팬들이 무조건 쉴드치기에 나서면서 그 팬덤 행태가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는데, 방탄소년단 팬들이 그런 행위를 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단일하게 방탄소년단 팬들이 움직이지 않는 것이 핵심이었다. 이러한 점은 일단 진일보한 점이라고 할 수도 있다.
슈가의 탈퇴를 요구하는 팬들의 움직임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유는 방탄소년단과 다른 멤버들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물의를 일으킨 한 멤버 때문에 다른 멤버뿐만 아니라 그룹 전체의 활동에 장애가 될 수 있어서다. 진 이후에 차례로 전역을 앞둔 방탄소년단은 빠르면 2025년 12월 정도에 완전체로 돌아올 예정이었다. 만약, 슈가가 음주 운전으로 형사처벌을 받게 되면, 방송 3사에 출연을 할 수 없게 되고, 나아가 해외 순회공연에서도 지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활동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역대 음주 운전 스타 가운데 최고 높은 수준의 혈중알코올농도가 검출된 것도 이미 방탄소년단의 명성과 이미지에 해가 되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혈중알코올농도는 0.227%인데, 면허취소 기준(0.08%)보다 매우 높고, 음주 운전 아이돌 사례 가운데 강타( H.O.T)가 그동안 가장 높았는데, 그가 2000년에 적발되었을 때 0.102%였다. 이를 슈가가 이를 가볍게 누른 셈이 되었다. 본인은 전동 스쿠터가 그렇게 문제 될 줄 몰랐을지 모르지만 혈중알코올농도가 0.2% 이상이면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 혹은 벌금 2000만 원의 벌금으로 처벌한다. 더구나 치명적인 것은 슈가는 식사 자리에서 맥주 한잔 정도 했다고 했지만, 0.227%의 수치는 맥주 한 잔으로 나올 수 없는 수치라서 더 큰 비판에 직면했다.
이와 관련해 빠른 결단을 촉구하는 게시물이 방탄소년단의 음원 정보방에 올라오면서 팬들 사이에 갈등이 심화 되었다. 이에 대해 슈가의 팬들이 좌시할 수 없었을 것이고 슈가 팬들의 항의에, 소속사는 아예 계정을 폭파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런 와중에 다른 멤버들도 좌불안석이 되었다. 이탈리아의 력셔리 브랜드의 홍보대사가 된 진의 반가운 소식에 대해서 진뿐만 아니라 리더 RM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관련 언급을 하지 않았다. 진을 둘러싼 개별 팬덤의 관점에서는 좋은 소식을 올리는 것이 맞지만, 완전체 관점에서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이다.
개별 팬덤이냐, 완전체 팬덤이냐. 사실 어떤 것이 정답인지는 알 수 없다. 완전체 팬덤을 위해서라면 개별 멤버가 잘못을 했더라고 함께 가야 하는 것이 맞을 수 있다. 아니, ‘보라해’ 정신에 따르면 무지개의 마지막 보라색처럼 끝까지 사랑하자고 해야 맞는 것일 수 있다. 보라해는 비단 팬과 방탄소년단과 나누는 영원한 사랑을 의미하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한 멤버가 잘못을 했더라도 끝까지 같이 함께 가는 점을 생각할 수 있다. 방탄소년단 전체를 보호하고 유지하기 위해 슈가의 결단이 필요하다면, 그것은 보라해 정신에 부합하는 것일까. ‘보라해’는 이런 맥락적인 면에서 다시금 부각이 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