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김헌식(중원대학교 특임 교수, 정보콘텐츠학 박사, 평론가)
얼마 전 종영된 KBS ‘메이크 메이트 원(MAKEMATE1)’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메이트’라는 개념이 눈길을 끌었다. 이 말은 소울 메이트를 생각할 수 있는데 친구, 동료라는 개념으로 생각할 수 있었다. 이는 아이돌이라는 용어가 이미 부적절하다는 시대정신을 잘 반영하고 있다.
이미 K-Pop도 친구 같은 내 또래 구성원들을 좋아하는 것이지 선망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아서다. 무엇보다 팬 문화에서도 메이트라는 단어를 쓰는 것이 문화적 혁신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직접 자신이 선호하는 참가자들을 뽑을 수 있는데, 선택해야 할 7인의 메이트라는 용어가 이를 말해주었다. 열혈 팬이 아니라 메이트 즉, 이제 친구와 동료라는 의미인 것이다.
또 눈에 띄는 건 트레이너 겸 평가단이었다. 이전에 흔하게 볼 수 있던 심사위원과 트레이너가 분리되는 포맷과 달랐다. 유명 가수나 스타를 중심으로 한 심사위원단 형식을 과감하게 버렸다.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아니라 음악을 하는 같은 아티스트라는 개념이 큰 것이다. 트레이닝과 코치를 해주면서 평가를 해주고, 성장할 수 있는 관계 설정이 바람직해 보였다.
각 파트 별로 전문 C메이트들이 세분되어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기 때문에 파격적이고 실제적이었다. 또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혹독하게 혼을 내거나 부족함을 애써 부각하지 않는 방식이 바람직했다. 즉 참여자들을 시청률을 위한 도구로 쓰지 않았다. 앞서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은 극단적인 갈등과 선정성으로 참여자들에게 상처를 주어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메이트라는 개념은 단순히 오디션 프로그램에만 한정될 것이 아니라 확산할 필요가 있다. 우선 팬덤 문화는 메이트 문화로 바뀔 필요가 있다. 팬이라는 단어는 신전을 뜻하는 라틴어 파눔(fanum)에서 비롯되었다고는 하지만 직접적으로 17세기 후반 영국의 광신도를 뜻하는 ‘Fanatic’에서 왔기 때문이다. 비정상적으로 어떤 대상에 맹목적인 지지를 보이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이런 맥락에서는 사실 의미가 바람직하지는 않다. 특히 대중음악 인기 현상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개입된 말이 팬이다.
이런 개념의 팬덤 문화는 스타에 대한 비정상적인 지지 현상을 낳는다. 이 때문에 물의를 일으킨 스타에 대해서 무조건 옹호하거나 이에 대해서 적절하게 지적하는 이들조차 공격하고 비방한다. 가까운 예로 김호중 음주 사건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일부 팬덤의 행태를 생각할 수 있다.
최근에는 방탄소년단 슈가의 음주 운전을 둘러싸고 팬덤 챌린지가 논란을 빚었다. 슈가를 지지한다면서 자동차 안에 술병 등을 배치한 사진 게시물 등이 문제였다. 하지만 이러한 팬 게시물은 진짜 방탄소년단 팬이 아니라는 지적도 불러일으켰다.
더구나 방탄소년단의 팬덤 ‘아미’의 목소리는 단순하지 않았다. 슈가의 음주 운전 행위에 대해서 비판하는가 하면 자진 탈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바로 2025년 완전체로 방탄소년단이 다시 활동하게 될 때, 지장이 있다는 것이다. 방송 3사의 출연이 힘들 것이고 해외 순회공연에도 형사처벌을 받은 슈가 때문에 다른 구성원들의 불편이 가중될 수 있다. 이는 방탄소년단의 브랜드와 활동을 위해서 슈가가 멤버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물론 이러한 점을 방탄소년단과 소속사가 받아들일지 알 수 없다. 어쨌든 이러한 주장이나 지적도 메이트의 개념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다. 무조건 지지하는 팬이라면, 슈가를 옹호하는 데 그칠 것이다.
메이트 개념은 스타와 지지자 사이에만 있지는 않다. 소속사들도 팬을 메이트라는 개념으로 설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현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내 4대 기획사에 대해서 굿즈 판매 시정명령과 과태료 1050만원을 부과한 사례에서 이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들은 메이트들에게 소비자 청약 철회 가능 기간을 임의로 단축했고, 교환·환불 조건을 까다롭게 해 매우 제약하기도 했다. 상품 수령 시기를 예상 못 하게 해 정보 제공 의무를 위반하기도 했다. 이런 사례가 일어나는 것은 대형 기획사들이 갈수록 더욱 다양한 굿즈를 판매하면서 팬을 단순히 열성적인 지지자, 무조건 구매하는 단순 소비자로 간주해 왔기 때문이다.
이제 메이트들은 무조건 스타와 관련된 물건이라고 해서 구매하지 않는다. 그들은 매출액을 증대시키기 위한 거수기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이제 팬이 아니라 메이트의 시대이어야 K-Pop 산업도 지속가능성이 보장된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