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과 휴대전화를 산소호흡기처럼 여기고 온라인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플러그세대(플러그를 꽂은 채 컴퓨터와 휴대전화 등 온라인 기기로 소통하는 세대)’가 세상을 점령하고 있다.
이들은 입술 대신 손가락으로 말하고, 모니터 화면으로 세상을 보고, 마우스로 사고한다. 초고속 통신망에 적응된 인내심은 언제나 3분짜리 모래시계에 맞춰져 있다. ‘엑기스’만 환영하는 이들의 즉물성 때문에 우리사회에서 스토리는 종말을 고하고 있다. 사회학자들은 “플러그세대의 참을 수 없는 3분짜리 가벼운 문화 때문에 기승전결의 논리성이 사라지고 강렬한 자극만이 넘쳐나고 있다”고 걱정했다.
3분, 1쪽, 50글자가 넘어서면 ‘삑삑~’ 용량 초과다. 문화코드가 된 ‘웃찾사’ ‘개그야’ 등 이른바 디지털 개그는 모조리 3~5분짜리다. 그 시간 안에 웃기지 못하면 ‘꽝’이다. 온라인 세상의 유일한 진리는 ‘재미없는 것은 스킵(Skip)하라’다. 집중력의 한계는 단 3분이기 때문이다. 문서는 디스플레이 화면에 한번에 들어오는 분량이어야만 한다. 마우스 스크롤을 해야 하는 1쪽 이상의 콘텐츠는 용납되지 않는다. 그랬다가는 바로 다른 것을 클릭하고 만다. 1초에 최대 12번. 방정맞을 만큼 현란한 클릭은 플러그세대가 느끼는 ‘참을 수 없는 콘텐츠의 지루함’을 그대로 증명한다.
휴대전화 문자도 한 화면 안에 들어올 수 있도록 50글자 이내여야 한다. 자고 나면 세상이 바뀌는 속도의 시대에서 ‘동시성’이 떨어지는 메일은 메신저가 등장한 뒤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했다. 자료 송신도, 피드백도 그 자리에서 즉각즉각 할 수 있는 메신저에 자리를 내준 셈이다. 일단 메신저로 건넨 질문에도 2~3초 내에 응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찰나의 순간도 참을 수 없는 플러그세대는 곧바로 대화상대를 바꾸고 만다.
3분의 사회학은 플러그세대만의 풍속이 아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최고경영자를 상대로 운영하는 지식포털 ‘Seri CEO’에서 제공하는 각종 경제ㆍ경영 관련 콘텐츠 역시 3~5분으로 쪼개져 있다. 40~60대 어른도 오랫동안 한 가지 주제에 집중하지 못하는 세상이다. 학계에서는 이 같은 세태를 ‘쿼터리즘(quarterismㆍ15분주의)’이란 용어로 설명한다. 쿼터리즘은 10대가 자극에는 즉각 반응하지만 금세 관심이 바뀌고 싫증을 내는 찰나주의에 빠지는 현상이다. 이정춘 중앙대 교수(신문방송학과)는 “결과적으로 ‘감각’은 발달하지만 논리성이 부족하고 사고의 깊이가 낮아진다”면서 “뿐만 아니라 대인관계에서 진지함이 부족하고 유대감을 갖지 못하는 등 극심한 개인주의 현상이 나타난다”고 우려했다.
문화평론가 김헌식 씨는 “인터넷으로 인해 나타난 ‘에센스’ 중심의 문화가 드라마나 영화 등 대중문화에서 서사구조를 완전히 무너뜨렸다”면서 “사유가 결여된 문화는 다양성을 잃게 되고 단순화ㆍ획일화라는 악순환의 고리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김소민ㆍ하남현 기자(som@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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