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앞으론 뭘 보지?’
시청률 51.9%(TNS미디어코리아)로 6일 종영된 MBC 월화드라마 ‘주몽’을 아쉬워하는 시청자들의 고민이다. 35주 연속 드라마 시청률 1위를 기록한 ‘주몽’이 끝나자, 방송사들은 앞으로 한 달여간 10여 편의 새 드라마를 내놓으며 차기 드라마 패권을 노리고 있다.》
○ 드라마 성패, 여배우에 걸어
새 드라마들의 특징은 ‘그녀’들의 전쟁. 20대인 이다해(23) 한가인(25) 공효진(27), 30대 고현정(36) 고소영(35) 윤손하(32), 40대 배종옥(43) 김희애(40) 등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 연기자를 주연으로 둔 드라마가 주축을 이룬다. 이에 비해 남성 주연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
MBC는 19일부터 ‘주몽’ 시간대에 ‘히트’(극본 김영현, 연출 유철용)를 배치했다.
연쇄 살인범을 잡는 여성 강력반장 차수경(고현정)이 연하의 초년 검사 김재윤(하준우)과 티격태격하며 사랑에 빠진다.
21일 처음 방영하는 수목드라마 ‘고맙습니다’(극본 이경희, 연출 이재동)에서는 에이즈에 걸린 아이를 키우는 미혼모 이영신(공효진)이 주인공이다.
SBS도 드라마의 성패를 여배우들에게 걸고 있다. 21일 방영되는 수목드라마 ‘마녀유희’(극본 김원진, 연출 전기상)는 제목대로 한가인을 위한 드라마. 성공한 광고회사 대표 마유희(한가인)와 요리사 지망생 채무룡(재희)의 연애담을 다룬다.
23일 방영하는 금요드라마 ‘연인이여’도 일본에서 활동하다 7년 만에 국내에 복귀한 윤손하가 주인공이며 다음 달 2일 방영 예정인 김수현 작가의 월화 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는 김희애와 배종옥 등 연기파 중견 여배우의 연기 대결을 전면에 내세운다.
4월 초 방영될 멜로드라마 ‘푸른 물고기’도 9년 만에 브라운관에 나서는 고소영의 복귀작이다.
KBS도 19일 이다해가 주인공인 월 화드라마 ‘헬로, 애기씨’를 방영한다.
○ “남성 중심 거대 사극에 시청자들 식상”
올 초까지 TV드라마 트렌드를 이끌었던 작품들은 ‘주몽’ ‘대조영’(KBS) ‘연개소문’(SBS) 등 선굵은 사극, ‘하얀거탑’(MBC) ‘외과의사 봉달희’(SBS) 등 전문 드라마, ‘거침없이 하이킥’(MBC) 같은 코미디물이었다.
전문가들은 ‘주몽’의 종영과 봄이라는 계절적 요인이 겹치면서 드라마들이 여성의 감성을 자극하는 멜로로 회귀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문화평론가 김헌식 씨는 “남성 중심, 거대 서사 스타일의 사극 열풍에 시청자들이 식상할 것 같다”며 “방송사들이 디테일하고 부드러운 이야기를 풀어가는 데 유리한 여성 주연의 드라마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아울러 드라마 제작진은 ‘주몽’ 등 사극으로 형성된 남성 시청자들을 지키기 위해 여성 중심의 드라마에 다양한 요소를 넣는다고 말한다. ‘히트’의 조연출을 맡은 박진형 PD는 “여자 강력반 형사는 기존 멜로에서 벗어나 남성도 관심을 가질 만한 소재로 외연을 확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헬로, 애기씨’가 다루는 전통(종가) 소재, ‘고맙습니다’의 에이즈 환자 이야기도 그런 사례 중 하나다.
SBS 허웅 CP는 “멜로드라마를 포진하더라도 여성 시청자만으로는 만족할 만한 시청률을 얻기 어렵다”며 “여자 주인공을 캐스팅할 때 남성 시청자들이 선호하는 탤런트를 선택하거나 이야기의 흐름에 변화를 주는 것도 그런 시도”라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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