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섭생에서 출발
-치유음식으로 젊은 세대에 인기
-북한에도 60여개 사찰 보전돼 있어
-건강한 삶에 대한 욕구와 자연재료의 풍미가 인기 요인
-사찰음식의 명장, 전문음식점, 해외에서 집중 조명 받으면서 세계적인 관심 끌어
(program title music)
이장균 : 안녕하세요? 김헌식의 열린 문화여행, 이 시간 진행에 이장균입니다.
매일 매일 많은 일에 시달리고 그에 따른 스트레스, 정신적인 압박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조금은 조용하고 한적한 곳에 가서 육체적인 휴식은 물론 정신적인 여유를 찾고 싶어 하시는 분들 많으시겠죠?
물론 휴가를 내서 산이나 바닷가 경치 좋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휴양지 같은 곳을 찾기도 하지만 산속 깊이 자리 잡은 절, 그러니까 사찰을 찾는 분들도 많습니다.
요즘 또 새로운 문화형태로 자리잡고 있는 이른바 템플스테이 (templestay), 절에서 숙식을 하면서 스님과 함께 잠시 동안의 수도생활을 체험도 하고 그러면서 마음 속에 쌓인 삶의 찌꺼기들을 걸러내고 자신을 돌아보는 그런 시간을 갖기도 합니다.
또 하나 사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사찰음식인데요, 이 사찰음식이 요즘 새롭게 주목 받고 있습니다.
오늘 열린 문화여행은 이 사찰음식에 대해 이런 저런 얘기 나눠보는 시간 갖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문화평론가이신 동아방송예술대학 김헌식 교수님 모셨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김헌식 : 네, 안녕하세요?
(music : 송학사 / 김태곤)
이장균 : 지금 잠시 흐르고 있는 음악이 김태곤이 부른 송학사라는 곡인데요, 산속 깊이 자리 잡은 산사의 풍경, 아름답고 적막한, 아늑한 풍경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가사로 늘 기억이 되는 노래입니다.
제가 오늘 교수님께 퀴즈를 하나 내겠습니다. 이 송학사가 어디에 있는 절인지 혹시 아세요?
김헌식 : 개성에 있는 절 아닌가요? 혹시..
이장균 : 사실 송학사라는 절은 여러 곳에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노래에서 송학사는 어떤 한 군데의 특별한 송학사가 아니라 그냥 절을 대표하는 일반적인 사찰을 얘기하는 거라고 하네요. 그런데 정답은 가사의 시작에 바로 나오죠. 산모퉁이 바로 돌아서 있다고 하네요.
김헌식 : 아.. 네.. (웃음)
이장균 : 아주 오래된 우스개 소리 입니다만 기억이 나네요. 이 사찰, 사찰음식이 요즘 큰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하는데요, 속세에서 쓰는 말은 절밥 아닙니까? 절밥.. 이번 주말에 절밥 먹으로 가자… 이런 얘기들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만 우선 사찰음식이 어떤 건지 말씀해 주시죠.
수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섭생에서 출발
김헌식 : 네, 말 그대로 절에서 스님들이 수행하는 데 필요한 섭생을 위해 먹던 음식입니다. 수행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오신채 그러니까 마늘, 파, 달래, 부추, 흥거 이런 자극적인 재료들은 사용하지 않고 또 육류를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그런데 옛날 석가모니 시대에는 사찰음식이란 없었다고 합니다. 음식을 만들고 그것을 저장하는 등의 행위조차 ‘물적 소유’라고 보고, 멀리한 까닭입니다.
그러나 중국으로 불교가 넘어오면서 사찰에서 따로 농사를 짓기 시작하고 자체적으로 식량을 조달하다 보니까 음식이 생겨나고 한국에서도 자체적인 절밥, 사찰음식이 생겨나게 된 것이죠.
여기에 병을 고치는 약선이나 극도의 제한된 칼로리와 조리법(생식)을 지켜서 몸을 단련하는 방법도 포함해서 사찰음식이라고 말합니다. 왕년의 성철스님이 솔가지와 낱알 몇 개를 생식하면서 수행했다는 이야기도 이런 예에 든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우리가 아는 사찰음식은 절에서 전수돼온 오래된 양식의 음식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이장균 : 그렇군요. 사찰 음식 가운데 스님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무얼까 궁금하기도 합니다만 어떤 특별한 음식이 아니라 국수를 가장 좋아한다는 얘기가 있어서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김헌식 : 네 그래서 국수의 별명이 ‘승소’입니다. ‘중을 웃게 만든다’는 뜻이죠. 맛있는 별식이기도 하지만, 국수를 먹을 때는 대개 발우공양의 예를 갖추지 않는 편안함이 있습니다.
발우공양이란 불가에서 공양할 때 지키는 엄격한 예식이죠. 음식을 먹고나서 그릇을 설거지하듯 완전히 닦아내며 먼지보다 적은 음식물도 그릇에 남기는 법이 없어야 합니다.
경북 청도에는 유명한 절 운문사가 있는데요, 이곳에서 공부하는 스님들이 먹을 수 있도록 절 앞의 한 중국집에서 ‘스님 짜장면’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물론 고기를 넣지 않은 것이죠. 이것이 화제가 돼 일반인들도 찾아온다고 합니다.
또 스님도 세대교체가 되고 신세대가 많아져서 잘 익은 토마토로 하는 요리 중에 이탈리아 음식인 스파게티가 있다고 합니다. 젊은 스님들이 좋아해 여름이 되면 푹 익은 토마토로 스파게티를 만든다고 합니다. 사찰음식도 세계화되고 젊은 세대에 맞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music / program ID)
이장균 : 이렇게 여러 가지 음식을 스님들이 만들어 드시는데 소박하게 평소에 드시는 음식도 있지만 종종 고급 사찰음식도 있다는데 어떤 건가요?
김헌식 : 네, 궁중요리와 비슷한 점이 있는데요, 원래 절에는 여러 가지 제사가 많습니다. 팔관회나 연등회 같은 큰 행사도 있죠. 부처님에게 바치는 제사인 셈인데, 이때 다과와 여러 가지 유밀과 두부 튀김요리 등이 올라갑니다.
굉장히 화려하게 보이지만 그런 음식들은 대개 행사 때 먹는 음식이고 특히 조선왕조 때는 소박한 걸 많이 추구했기 때문에 그렇게 화려하게 먹지는 않았었는데요, 어쨌든 화려한 음식은 있었는데 상상 먹는 건 아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장균 : 요즘 힐링이라는 치유라는 말이 대세입니다만 이런 사찰 음식도 힐링 ,치유 효과가 있고 특히 20대 30대 젊은 층에게 큰 인기가 있다고요?
치유음식으로 젊은 세대에 인기
김헌식 : 그렇습니다. 불교신자 뿐 아니라 건강한 식생활을 원하는 젊은 층의 발길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조계종 산하 불교문화사업단이 운영하는 사찰음식 교육센터 ‘향적세계’는 매년 수강생이 10% 이상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심지어 초•중•고생의 단체견학, 외국인들의 방문도 줄을 잇는다고 하는데요, 서울 진관사를 비롯해 전남 장성 백양사, 경기 남양주 봉선사, 대전 영선사, 경남 양산 통도사, 대구 동화사 등 사찰음식 특화 사찰로 지정된 곳들이 있는데 여기에서는 직접 음식을 맛보는 것 뿐만이 아니고 만드는 법을 배우려는 문의가 늘고 있다고 합니다.
이장균 : 전국에 있는 사찰들에서 마치 프로그램처럼 체험을 해보는 강좌를 열고 있습니다만 여기에 여러 사찰들 백양사라든가 통도사 같은 사찰 이름이 나오니까 노래 한 곡이 생각이 나네요
북한에 있는 유명한 사찰이죠. 성불사라는 사찰을 주제로 한 노래 이은상 시, 홍난파 작곡의 ‘성불사의 밤’ 이라는 노래 잠시 듣고 또 얘기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바리톤 오현명 씨의 노래입니다.
(music : 성불사의 밤 / 바리톤 오현명)
북한에도 60여개 사찰 보전돼 있어
이장균 : 성불사는 황해북도 사리원시 북쪽으로 8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고 하는데요, 통일신라 시대에 세워진 절이라고 하니까 굉장히 긴 역사를 가진 절이죠. 북한의 국보로 지정된 사찰이라고 하네요.
남북관계가 잘 풀리고 남북이 자유롭게 왕래하게 되면 아마 이 성불사에 가보고 싶어하는 분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특히 나이 드신 분들은.. 저도 궁금합니다만..
김헌식 : 거기도 사찰음식이 있는지 모르겠네요.
이장균 : 어떤 사찰음식이 있을지 참 궁금하네요. 북한에는 종교탄압으로 절이 다 없어졌다 그런 얘기도 있었습니다만 북한의 사찰들만 순례하는 형식으로 다녀오신 분들 얘기를 들어보면 60여개의 사찰들이 보전돼 있다고 하네요. 묘향산의 보현사라든가 평양의 광법사, 칠보산의 개심사, 황해도의 조금 전 노래로도 들으신 성불사 이런 절들이 아직도 보전돼 있고.. 아무튼 60여 개의 사찰들이 아직 보전이 돼 있다니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김헌식 : 그렇습니다.
이장균 : 젊은이들의 새로운 음식문화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느낌이 드는 사찰음식, 이렇게 관심이 높아가고 인기가 있는 이유는 무얼까요?
건강한 삶에 대한 욕구와 자연재료의 풍미가 인기 요인
김헌식 : 오랫동안 특정 종교의 수행방편에 머물렀던 사찰음식은 최근 몇 년 사이 급속히 인지도를 높이면서 주류문화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 동안 한식은 궁중음식, 혹은 종가(반가) 음식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현재는 사찰음식 역시 궁중음식 못지않은 한식의 대표 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우선 사찰음식에 대한 관심과 인기는 건강한 삶에 대한 욕구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불교계의 노력도 컸다고 하겠죠.
무엇보다도 자연에서 난 제철재료를 최소한으로 조리. 또 합성조미료나 강한 양념을 삼가는 점, 동물성 재료는 배제하는 점도 특별한 점이죠. 거기에 오신채라고 하는 마늘과 파 부추 달래 흥거 등의 자극적인 양념을 쓰지 않고 다시마와 버섯, 제피, 방아잎 등의 독특한 향이 나는 양념을 쓰는데요, 이런 이색적인 맛이 사찰음식에 이끌리게 하는 배경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장균 : 그렇군요, 요즘 남한 텔레비전을 보면 웬 먹는 프로그램이 그렇게 많은지요.. 먹방이다.. 유명 맛집을 소개하는 프로그램들의 인기가 대단합니다만 이런 식탐문화에 대한 일종의 반작용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이렇게 자연의 풍미를 즐길 수 있는 그런 맛 때문에 인기가 있다고 말씀해주셨는데 실제로 절밥이 맛있는 이유는 따로 있다고요?
김헌식 : (웃음) 네, 여러 가지 분석이 있는데 절밥이 맛있는 이유는 절이 산속에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절까지 걸어 올라가다 보면 당연히 시장하고, 절밥이 맛있게 마련이라는 스님들 사이의 농담이죠.
그런데 한편 거꾸로 생각해 보는 게 현대인들은 주로 도시에 사는데 너무 도시 안에만 있다 보니까 오히려 맛있는 음식의 맛을 제대로 못 느끼는 약간은 과잉 된 식사를 하고 있다는 걸 절밥, 사찰음식이 보여주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장균 : 그렇군요. 시장이 반찬이라는 말도 생각이 나고요 옛날 중국음식점 음식이 맛있던 이유는, 물론 지금도 맛있는 요리가 많습니다만 그 비결이 바로 나오지 않고 음식이 늦게 나오기 때문이었다는 말이 있습니다. 한참을 배고픈 채 기다리다 먹으면 무슨 음식인들 맛이 없겠습니까? 그래서 일부러 늦게 내놓는 데도 있다 그런 얘기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찰음식에 대해 해외에서도 관심이 높아가고 있다고요?
사찰음식의 명장, 전문음식점, 해외에서 집중 조명 받으면서 세계적인 관심 끌어
김헌식 : 그렇습니다. 세계 최고 권위의 레스토랑 평가안내서인 ‘미슐랭 가이드’가 2016년부터 국내 레스토랑, 즉 전문음식점들을 대상으로 미슐랭 스타 식당을 선정했는데요, 조계종이 운영하는 ‘발우공양’이 2년 연속 미슐랭 1스타에 선정되면서 한국의 사찰음식이 세계적으로 인정 받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특히 유명한 사찰음식 명장 스님이 있는데요, 선재 스님은 조계종에서 선정한 사찰음식 명장 1호입니다. 오랫동안 대중강연과 저술활동을 하며 높은 지명도를 쌓아온 스님은 프랑스 르 코르동 블루 등 세계 3대 요리학교에 초청 받아 강연하는 등 한식과 사찰음식을 알리는 일에 앞장서 왔습니다.
또 사찰음식으로 유명한 진관사는 국내보다 오히려 해외에서 더 유명합니다. 미국 배우 리처드 기어를 비롯해 세계 최고 레스토랑으로 꼽히는 덴마크 노마의 수석 셰프, 즉 요리사인 르네 레드제피, 오바마 대통령 시절 백악관 부주방장 샘 카스, 뉴욕의 미슐랭 3스타 요리사인 에릭 리퍼트 등 세계적인 유명 요리사들이 진관사를 찾아 음식을 맛보고 배워갔습니다.
진관사 주지 계호 스님은 사찰음식 명장 2호인데요, 세계적 호텔 체인인 포시즌스가 판매하는여행상품에 한국 여행 시 방문해야 할 곳으로 진관사가 포함됐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전남 장성 백양사 천진암 주지 정관 스님의 경우에는 2015년 ‘뉴욕타임스’에서 정관 스님의 음식 세계를 조명하는 기사를 다루면서 ‘세계에서 가장 진귀한 음식’이라고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이후에는 영국 ‘가디언’ 등 해외 언론의 취재 요청이 쇄도했으며 지금도 스님에게 요리법을 배우려는 세계 곳곳의 유명 셰프, 즉 요리사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음식은 정신하고도 맞물려 있기 때문에 사찰음식은 바로 우리의 정신을 가다듬는 그런 역할과 효과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세계적인 주목을 받을 것 같습니다.
이장균 : 그렇군요. 이렇게 사찰음식이 인기를 얻고 있는 그 배경을 들여다 보면 무절제한 식생활에 대한 반작용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런 가운데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주목을 받는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또 아무래도 오랫동안 속세를 떠나 수도를 하는 스님들의 지혜와 정성이 담긴 음식이기 때문에 정신적인 양식으로서의 음식도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인기를 얻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program title music)
이장균 : 오늘 김헌식 교수와 함께 떠나는 열린 문화여행은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사찰음식에 대해서 얘기 나눠봤습니다. 오늘도 문화평론가이신 동아방송예술대학 김헌식 교수님 함께 해주셨습니다. 교수님 감사합니다.
김헌식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