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심리경영 이론과 사고법 100

합리적 무시이론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2. 11. 10. 13:41

공공선택이론을 만든 경제학자가 제임스 M 뷰캐넌이다.

▲뷰캐넌의 연구로 정부의 만성적인 재정적자 외에 많은 공공부문 궁금증이 풀렸다. 이익집단이 늘고 있는 이유, 정부부처가 비대해지는 이유, 정부가 소비자보다 기업을 보호하려 드는 이유 등이 그것이다. 예를 들면 이익단체가 느는 이치는 이렇다. 소수라도 똘똘 뭉쳐있다면 정치인에게 예산 혹은 정책로비 등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산만하고 조직화되어 있지 않은’ 다수의 대중보다 힘이 세다는 얘기다. 그런데 소수가 로비에 성공하면 이익을 챙긴다. 다수의 대중은 소수의 이익만큼 피해를 입는다. 그러나 다수이기 때문에 소수의 이익에 비해 각각의 피해의 정도는 작다. 이는 다수가 부당하게 누리는 소수의 혜택과 자신의 피해에 침묵하는 이유다. 뷰캐넌과 경제학자들은 이것을 ‘합리적 무시’라 부른다.


경제학적으로 기권은 ‘합리적 무시’에 해당한다. 투표 참가라는 비용에 비해 투표 행위로 인해 세상이 변화할 것이라는 기대 편익이 적을 경우 기권(무시)하게 된다는 이론이다. 하지만 합리적 무시는 단결된 소수의 전횡을 부른다. 이는 이익단체에 의한 지배를 가져와 결국 다수의 이익을 침해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개인에게는 기권이 합리적 선택이지만 집적되면 비합리적 결과를 낳는 ‘구성의 오류’가 발생한다.

▷그래서 많은 나라가 기권방지에 노력을 기울인다. 그중 하나가 강제 투표 시스템이다. 유권자는 모두 투표를 해야 하고 투표를 하지 않을 경우 벌금이나 구류에 처해진다. 호주 벨기에 브라질 등 32개국이 강제 투표를 채택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일부 연령대는 강제 투표를, 일부 연령대는 자유투표를 한다. 예전에 러시아에선 표기된 후보자 이름 외에 ‘지지 후보 없음(None of the Above)’ 난이 있었다.

▷기권 요인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생업에 바빠 투표를 할 수 없는 생계형 기권이다. 둘째는 의도적 기권이다. 후보들의 성향이 비슷비슷해 차별성이 없거나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심한 경우 투표를 안 하는 것이다. 셋째는 정치적 무관심에 따른 기권이다. 선진국일수록 기권율이 높기는 하지만 이번에 투표율이 떨어진 데는 여론조사 기법의 발달로 결과가 뻔하게 예측되는 데다 네거티브 공방으로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커진 탓일 터이다. 정치권은 낮은 투표율에 담긴 민의도 읽어야 한다.

 

*경제학에 ‘합리적 무시(rational ignorance)’라는 용어가 있다. 개인이 얻는 이익에 비해 들여야 하는 노력이 너무 많을 때는 무시해 버린다는 것이다. 시간 노력 돈 등 자원이 한정된 개인에게는 그것이 합리적인 행동이다.

누가 선출되든 자신에게 큰 차이가 없다고 느낄 때, 그리고 선택을 위해 들여야 하는 노력이 너무 클 때는 좋아하는 정당에 몰표를 던지거나, 대충 찍거나, 기권하는 것이 개인에게는 경제적 선택일 수 있다.

‘합리적 무시’는 국가 전체에 중요한 문제가 왜 국민 대다수의 무관심 속에 일부 이익집단에 의해 좌우되는지를 설명하는 이론이다.

정치인과 그 주변 사람들이 필사적인 데 반해 유권자들은 시큰둥한 지방선거에도 들어맞는다.

유권자의 불편함은 아랑곳없이 정치인들 마음대로 제도를 만들어 놓은 뒤 ‘선거가 애국’이라고 강조한다고 투표율이 올라가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