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국가 만들기

프듀X 101의 팬들이 추진하는 그룹 ‘바이나인(Be Your 9)’ 프로젝트의 의미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9. 7. 24. 20:17

-이제 팬들은 들러리가 아니라 주체

 

글/김헌식(평론가 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

 

Mnet 오디션 프로그램 프듀X 101은 대중 음악 역사상 새로운 사례를 만들어냈다. 그것은 바로 탈락자들의 그룹을 만들어낸 것. 그러나 그것은 프듀X 101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조작 논란에 휩싸인 프듀X 101을 대신해서 팬들이 만들어낸 것이다. 이른바 그룹 바이나인(Be Your 9)’ 프로젝트의 출발이다. 이에 필요한 비용에 관해 3일 만에 1억원이라는 모금액을 돌파한 것은 대중음악사의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조작에 관한 집단적 항의이자 저항이라고 할 수 있다. 조작이라는 의혹제기는 결국 합당하게 올라가야할 이들이 통과하지 못한 것에 대한 이의 제기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단순히 수동적인 객체로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인 주체임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팬들은 구체적으로 로고와 세계관까지 기획을 해내고 있다. 단지 기획사나 방송사가 만들어내는 아이돌을 소비하는 제한적인 역할에서 벗어나 스스로 원하는 그룹을 만들어가겠다는 새로운 시대정신과 문화를 그대로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애초에 문제의 발단은 최종 평가에서 1위에서 20위까지 득표 숫자가 모두 ‘7494.442’로 끝나기 때문에 벌어졌다. 이제작진은 반올림을 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지 조작은 아니라고 밝혔다. 반용상의 미비한 점은 있지만 순위를 바꿀만큼 결정적인 변수의 자료는 아니라고 설명한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팬들은 고소고발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직접 탈락자들을 데뷔 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수치라면 사실상 변별력이 없을 뿐더라 객관적 기준이 되지 못한다. 

 

그동안 Mnet 오디션 프로그램 프듀 101은 이런 심사 과정에서 의혹을 받아왔다. 심사가 공정하게 이뤄지고 그것이 반영되었는지 의구심이 일어왔다. 더구나 식상한 포맷과 장치로 갈수록 인기가 시들하고 있는 상황에서 좀 더 객관적인 평가가 반영되어야 한다는 요구가 어떻게 제작진에게 인식되었는지 이번에 단적으로 증명해 주었다. 좀 더 객관적인 장치의 마련이 미흡했다는 점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인식이 우선 바뀌어야 한다. 프로그램을 처음부터 지켜본 시청자들의 팬심은 매우 중요하게 반영되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아무리 방송사가 주도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그룹 구성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함께 만들어가는 오디션이라는 점은 변할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탈락한 이들조차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팬들이 탈락한 이들의 다시 구성하고 데뷔 시키는 작업은 팬들이 만들어가는 아이돌 문화의 신호탄이자 기념비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의 활동이 더욱 더 기획사-방송사의 미디어 문화권력에 어떤 영향을 줄지 지켜보고자 하는 이유다. 문화국가는 팬들의 모든 마음을 최대한 반영해 나가야 하고 원칙과 투명성을 견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