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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부한 사례로 음악을 둘러싼 관점들의 총정리 해볼까?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22. 7. 6. 08:04

 

-피용익의  록코노믹스리뷰

 

90년대 영화 쥬라기공원중형 자동차 150만 대 수출 효과를 낳는다는 말 이래 문화예술은 경제 현상과 분리될 수 없다는 견해는 그동안 많이 확산되었다. 지속 되었다. 2000년대 들어 과거 전통문화유산의 보호에 집중하던 문화재청이 중심이던 우리의 문화 정책도 문화체육관광부 체제에서는 그 경제성을 강조해왔다. 즉 문화도 돈이 되고 수출 효과로 국가 경제에 이바지한다는 관점은 한류 담론의 범람과 같이 맞물려 일상화되었다. 그 이전에 문화예술과 경제적 관점의 연관성은 경제적 요인이 음악의 창작에 미치는 영향 정도였다. 이 정도도 사실은 경제라기보다는 사회학적인 분석이라고 할 수 있겠다.

피용익의 록코노믹스에서도 이런 관점이 우선 드러나는데 로큰롤’(Rock and Roll)의 탄생이 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 전쟁 이후 미국과 소련의 냉전이 빚어낸 경제성장과 안보 기술에 기인한다는 분석이 대표적이다. 문화정치적 저항의 상징인 비틀즈의 탄생도 1950년부터 1965년까지 실질 소득이 40% 상승한 경제성장에 있다고 본다. 물론 이렇게 경제성장의 덕을 본 계층만 있을 수는 없을 것. 비틀즈에 열광하던 이들과 달리 버밍엄의 공장지대에서 소외된 이들의 즐겨듣는 음악이 탄생하기도 했고 블랙 사바스 등의 헤비메탈이다. 그들의 음악이 빠르고 시끄럽고 어두운 것은 이런 경제 소외와 현실에 대한 저항이라고 해석하는 것이다. 또한, 1970년대 록의 전성기에 오일쇼크는 록음악의 변화를 주기도 하는데 바로 펑크 록’(Punk rock)의 탄생 배경이다. 펑크록의 특징도 경제 상황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록음악을 즐겨듣던 이들이 실직자가 거리로 내몰려 밴드를 결성해 음악을 만들고 공연을 하게 되었고, 음악적 소양이나 기교가 없었기 때문에 자신을 스스로 진정성 있게 표현한 이들의 음악이라 다른 록보다 공감을 얻기에 이르렀다. 펑크록이 반짝인 것은 1980년대의 호황 때문이라는 것도 경제적 요인이 음악적 인기에 영향을 미친다는 관점이다. 이때 헤비메탈조차 변화하는데 짙은 메이크업과 무스/스프레이로 긴 머리를 부풀리며 시각적 효과를 중시하는 글램 록’(glam metal)의 등장이었다. 오죽하면 헤어메탈이라고 할 만큼 머리 스타일을 중시한 장르였다. 경제적 관점에서는 일본이 이 글램 록이 크게 인기를 끈 것도 일본 경제의 버블이다. 호황과 불황은 반복되기 때문에 90년대 초반의 그런지 록’(grunge rock)이 등장하는 것은 사후 분석관점에서는 당연해 보였다. 불황기의 사회에 대한 분노, 좌절, 소외 등의 정서가 있고 너바다의 패션처럼 허름한 복장으로 바뀌었으니 말이다. 한편 이 책은 디지털 테크놀로지 즉 인터넷 시대에 록이 쇠퇴했다는 점도 지적한다. 앨범 단위의 소비를 중시했기 때문에 싱글 위주의 인터넷 문화에 적응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힙합 음악이나 일렉트로닉 음악은 반대의 길에서 오히려 디지털 시대에 더 확산되었던 셈이다.

이 책은 역시 경제 용어를 록 장르를 중심에 두고 풀어나가는 재미를 준다. 밥 딜런을 통해 부의 편중 현상, 본 조비 히트곡에서 레이거노믹스의 낙수 효과, 로큰롤의 아버지 척 베리에서는 창시자의 저주라는 개념을 통해 처음 개척한 사람이 불행해지는 현상도 말한다. 부르스 스프링스틴에서는 매몰비용과 이어 음악이 주는 가치의 역설은 기본적인 경제 관련 용어를 설명하는데 고어 부인의 메기 효과’, 스타디움이 만들어낸 규모의 경제학’, 테일러 스위프트를 통해 프레너미 보는 것 등은 익숙하지만 색다른 경제효과의 음악 사례를 전해준다. 또한, 산업과 경영관점의 분석도 시도하고 있는데, 일탈자 롤링스톤이 세기의 비틀즈보다 오래 장수할 수 있었던 특징 다섯가지를 정리한 것도 흥미로웠다. 엘비스 프레슬리를 발굴한 샘 필립스가 추구했던 무엇이든 어디서든 언제든 녹음해준다.’는 스튜디오의 슬로건은 디지털 세계화 시대에 새로운 발굴이라는 점에서 오늘날에도 매우 유효해 보인다. 데이비드 보위가 10년간 25개 앨범과 로열티를 담보로 자산유동화 증권(ABS)를 발생한 사실은 신선한데 그가 IT 사업가일뿐만 아니라 금융제도에 관심이 많았다는 점은 음악과 금융을 뗄 수 없으며, 그런 마인드가 이제 뮤지션에게도 더 필요하다는 점을 생각하도록 만든다. 음악가들의 생생한 사례들을 경영적인 분류로 묶어냈지만, 연관 산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꾀하라, 혹은 새로운 판매 루트를 찾아보라, 또는 분야 확장으로 주력 사업을 뒷받침하라거나 경쟁자와도 협력해 시너지 효과를 내라 등의 소제목이 너무 평범할 만큼 구체적인 음악가들의 사례가 꽤 있다.

돈 문제 때문에 고민을 많이 한 음악가들의 이야기도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가장 성공한 기타리스트 반 헤일런(Van Halen)의 사례처럼 처음에는 음악을 위해 열심히 활동을 해도 돈 문제 때문에 불화가 생기고 해체되는 사례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세금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는 비틀즈의 이야기나 프랑스로 본거지를 옮긴 롤링 스톤즈의 고민은 요즘도 여전해 보인다. 엘비스 프레슬리보다 그의 매니저 톰 파커가 더 많이 돈을 벌었다는 대목에서는 여전히 같이 분노할 뮤지션이 많을 것이고, 악마의 뿔 제스처의 상표권 이야기는 현재에도 중요한 저작권 문제를 생각할 수 있다. 영국 밴드 버브가 겪은 저작권 되찾기는 디지털 모바일 시대에도 여전한 문제이다. 엘런 프리드가 라디오 시대의 출연 부패고리를 형성한 것은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그 대단한 MTV가 초기에 고전하고 그것을 1만원의 지혜로 위기를 타개한 것은 지금도 새로운 매체 기술이 등장했을 때 수용 소비 환경이 보수적일 수 있는지 짐작하게 한다.

책의 후반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왜 가수들이 갈수록 공연에 더 집중하는가 하는 점이다. 바로 음악 소비 환경의 변화 때문이라는 것. 앨범을 만드는데 정말 많은 노고가 들어가지만, 음반을 사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소비하니 투어공연을 많이 하게 되고 정작 더 티켓 가격은 비싸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 그러다보니 티켓 가격을 둘러싸고 매크로를 통한 암표 가격의 형성이 또다른 디지털 경제 현상을 만들어내는 것까지 이해를 할 수 있게 한다.

음악 트렌드의 변화와 함께 록밴드의 고령화 현상을 보면서 음악은 사람의 인생과 같다는 점을 생각할 수 있는 등 이 책은 단순히 록의 경제 현상만을 생각하게 하지 않는다. 음악은 사람과 함께 성장하고 같이 생을 한다는 점에서 보았을 때 사람 자체가 경제 현상이고 음악을 그러한 점에서 볼 때 삶과 경제, 예술이 불가분의 관계라는 점을 인식하게 된다. 그것을 인위적으로 분리하는 것 자체가 또다른 목적이 있고 그 가운데 하나가 경제적 이득일지 모른다.

/김헌식(평론가, 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 정책학 박사 전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