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비와 비교
대중문화에서는 이미 티켓 파워가 사라진 지 오래다. 특히 영화에 특정 스타가 출연한다고 해서 반드시 흥행에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 X세대만 해도 아날로그 정서가 남아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특정 스타의 이름값에 좌우되는 경향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I 모바일 세대들은 그렇지 않다. 언제든지 앱과 앱 사이를 옮겨 다니듯 팬덤을 가로지른다. 심지어 팬클럽도 언제든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옮겨 다닌다. 또한, 특정 아이돌 팬클럽에서만 활동하지 않는다. 멀티 팬덤이 가능하다.
또한, 이런 팬덤 문화는 확장일로에 있다. 대개 젊은 세대에게 한정되는 경향이 있었지만, 지금은 장년 노년층으로 확대되었고, 이를 보여주는 것이 트로트 팬덤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엄밀하게 말하면 트로트 팬덤이 아니라 몇몇 가수에 관한 팬덤이 핵심이다. 그 대표는 바로 송가인과 임영웅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국내에만 팬덤 문화가 한정되지 않고 해외로 뻗어 나간다. 팬덤 문화 자체가 한류 현상을 일으켰다.
영역으로 봐도 대중문화 만이 아니라 정치에도 팬덤 문화가 맹위를 떨친 지 꽤 되었다. 사실 정치와 대중문화가 팬덤이라는 면에서 비슷하다는 분석도 제기되고는 한다. 정치도 특정 인물을 중심으로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되어 있다. 그렇지만 팬덤 문화 관점에서 보자면 거의 90년대 말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른바 조공 문화가 비등한 시대의 팬덤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이때는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만 추종하고 그에 경쟁 상대가 되는 스타는 무시하거나 심지어 폄훼했다. 심지어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 루머를 만들거나 이를 확산시켜 경쟁 상대를 거꾸러뜨리려 했다. 깎아내리기와 흑색선전이 횡행하고 선물 경쟁이 난무했다. 그렇게 하면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의 브랜드 가치가 올라간다고 생각했다. 당장에 음반 판매량이 올라가고 가요 순위 순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당연히 자신의 가치도 올라간다고 봤다. 하지만, 이러한 팬덤 문화는 2000년대 들어서면서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다. 2010년대 이후 개인적 팬덤에서 사회적 팬덤으로 진화되었다. 팬덤도 그 스타만을 위해서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좋은 일을 할 때 진정한 스타 브랜드 가치가 더욱 올라간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개념돌이나 소셜테이너라는 말이 생기게 된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 이러한 흐름이 강화된 결정적인 요인은 한류의 확장이었다. 이제 한국의 케이 콘텐츠는 국내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바로 빌보드에 진입하고 넷플릭스 순위가 중요해졌다. 단순히 국내에서 서로 싸운다고 해서 절대 스타의 브랜드 가치가 좌우되지 않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므로 팬들도 세계를 무대로 자신의 스타가 갖는 가치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 팬덤 활동을 했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에 방탄소년단 팬들이 티켓 살 돈으로 기부를 하는 사례도 해당한다. 이외에도 인종, 환경, 전쟁, 재난, 난치병 등의 상황에서 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인과 관계의 피드백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바로 선한 영향력 효과다.
하지만 정치 팬덤은 극단적인 이른바 극성팬들에 휘둘리고 있다. 진영 쉴드치기의 난무는 결국 정책 실패로 국민을 고통 그렇게 만들었다. 아무래도 다양하지 못한 상태에서 선택지가 결국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중문화처럼 선택지가 많고 글로벌 무대에서 평가를 받는다면 선거가 끝나도 이렇게 많은 유권자가 고통을 호소하거나 무기력에 빠져 있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대중문화는 자신이 싫으면 떠나 버려도 된다. 하지만, 정치는 그렇게 할 수가 없다. 무엇보다 우리 삶에 매우 막중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하지만, 변화는 시작되었는지 모른다. 이제 한 정권이 집권하면 10년씩 간다는 이른바 10년 주기설이 깨졌다. 언제든지 국민의 의사와 방향에 맞지 않으면 교체될 수 있다. 모바일 문화의 급진전으로 정치 대결은 진영에 따라 강력해 졌지만, 전체적으로 티켓 파워는 사라지고 있다. 근시안적인 극성팬들에게만 휘둘리지 않아야 팬덤의 외연이 넓어진다는 교훈이 여실히 시작되고 있다. 집토끼가 아니라 산토끼를 잡아야 정치는 언제나 그 생명력을 연장한다는 너무도 평범한 진리가 팬덤의 관점에서 다시금 부각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