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논평

트로트 신동의 안팎…‘어른아이’ 상품화 비판도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1. 2. 13. 19:34

트로트 신동의 안팎…‘어른아이’ 상품화 비판도

[동아일보]

“아이고 징그러버라∼ 고마 콱 치워뿌라!”

1960년 여섯 살의 나이에 트로트 신동 소리를 들었던 가수 하춘화. 어린아이의 입에서 사랑타령 트로트가 흘러나온다는 것이 당시로선 큰 충격이었다.

이후 7세 때 ‘엄마 엄마 돌아와요’, ‘아빠는 마도로스’ 등을 발표한 오은주, ‘최진사 댁 셋째 딸’의 이은하 등이 1970년대 신동 계보를 이어갔고, 1980년대에는 고교생 가수 문희옥이 등장했다.

2000년 이후 주춤했던 트로트계는 2004년 장윤정의 ‘어머나’를 시작으로 신세대 트로트 가수들의 전성시대를 맞았다. ‘슈퍼주니어-T’의 ‘로꾸꺼’, ‘빅뱅’의 멤버 대성의 솔로곡 ‘날 봐 귀순’ 등 아이돌 그룹들도 트로트에 도전하는 분위기 속에서 이들을 보고 자란 꼬마들에게 트로트는 어느덧 “나도 해보고 싶다”는 대상이 됐다.

너도 나도 트로트 신동이 될 수 있는 시대. 어리고 귀여우면 무조건 신동이라 지칭하는 ‘신동 마케팅’은 이미 대세가 됐다.

그러나 숱한 트로트 신동이 탄생하고 저마다 제2의 장윤정을 꿈꾸지만 아직 그를 넘어선 트로트 신동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트로트 신동 1세대로 불리는 가수 하춘화 씨는 “창작을 하거나 새로운 트로트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어른 흉내만 내는 신동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문화는 한국 특유의 ‘가족주의’에서 비롯됐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문화평론가 김헌식 씨는 “지금의 트로트 신동은 온 가족 앞에서 재롱을 부리는 손자 같다”며 “어른 흉내를 잘 내는 아이를 트로트 신동이라 부르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신동다운 신동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신동 문화’를 소비하는 세태에 대한 비판도 있다. 중앙대 성동규(신문방송학) 교수는 “TV를 비롯한 대중매체에 트로트 신동은 시청률에 종속된 하나의 ‘상품’처럼 비친다”고 말했다.

태진아의 ‘옥경이’, 나훈아의 ‘고향역’ 등을 만든 충청대 임종수 음악과 트로트전공 교수는 이에 대해 “우리 스스로 아무나 트로트 신동이라 부르며 권위를 포기한 것”이라며 “원칙을 정하거나 신뢰성 있는 대회를 열어 신동에 대한 검증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내 손안의 뉴스 동아 모바일 401 + 네이트, 매직n, ez-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