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까지 '접수'한 백종원 씨. tvN '집밥백선생' 캡처.
가지가 많으면 바람 잘날 없고 대중적 주목을 받으면 별것 아닌 일도 논란의 도마에 오른다. 요리남이 대세인 가운데 화제가 되는 만큼 논란의 중심에 요리사들이 자주 오르내린다. 그 가운데 한명이 백종원일것이다. 특히 요리하는 방식이나 레시피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그의 인기에 비례하여 발생하고 있다. 그가 논란에 오르내리는 것은 요즘 등장한 쉐프테이너의 발생배경과 맞물려 있다.
사실, 백종원의 요리는 사실 요리라고 할 수가 없다. 요리라기보다는 집밥이다. 집밥인데, 어머니나 아버지가 할 수 있는 집밥이 아니라 상품화된 형태의 집밥의 종류라고 할 수 있다. 백종원은 요리사가 아니라 음식을 어떻게 하면 잘 구미에 맞게 서비스할 수 있는가를 생각하는 요식업체 사장님 같다. 고객들의 니즈에 맞게 재빨리 적응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점은 일반적인 요리사와 확연히 다른 점이다. 이들에게 영양이나 신선함, 본연의 음식맛을 강조하는 것은 부차적이다. 현실적인 타협의 요리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에 이런 유형의 요리들이 꽤 많이 등장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바로 친환경 유기농, 혹은 웰빙 트렌드에 대한 피로증이 요리에 반영되고 있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다. 아무리 좋은 것도 강조하면 지루하고 피로하게 만든다. 과연 이런 음식만을 먹을 수 있으며 가능한 것일까. 일각에서는 집밥 조차도 친환경 유기농 혹은 자연식 요리를 강조하는 경향이 많았다. 하지만 일반 사람들이 항상 이러한 요리를 접할 시간적 경제적인 여건은 만만치 않다.
더구나 이런 음식은 매일 먹을 수도 없다. 몸에는 좋은 지 모르겠지만 일상적이지도 않다. 여전히 사람들의 입맛을 당기는 음식은 항상 따로 있는 법이다. 음식 천연의 맛과 영양을 살리는 요리는 정답이다. 요리대회를 한다면, 이러한 음식들은 항상 전문가들의 높은 평점을 받을 것이다. 예술영화에 대해서 전문가들이 항상 높은 별점을 부여하듯이 말이다. 하지만 각 포털의 영화 별점이 말을 해주듯이 사람들이 원하는 영화는 언제나 따로 있기 마련이다.
더구나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이색적이고 고색 창연한 요리가 아니라 밥이다. 하루 삼시세끼 먹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 이러한 고민에 부응하는 현재 요리하는 남자들, 쉐프테이너들이 다루는 음식들은 거의 요리라기보다는 밥을 어떻게 쉽고 잘 먹을 수 있는가에 집중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메뉴에 간단 명료한 식재료들이 단골로 등장하는 것이다. 얼마나 모두 따라하는지 그점에서는 편차가 있겠지만 실제적 실용성과 이미지 포만감이 교차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실용적인 관점에서 백종원은 설탕과 화학조미료를 마다하지 않는다. 신선하지 않은 재료라도 맛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러한 점은 음식을 상품이나 서비스로 보는 태도와 다르지 않다. 사람들이 많이 원하는 음식을 제공하는 이들의 관점이기도 하다. 음식이 완전히 좋지는 않을지라도 사람들 입맛을 즐겁게 해주면 좋은 음식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쉽고 간편하고 입맛에 쩍쩍 달라붙는 맛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관점은 친환경 유기농 제품만 구매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해방시켜준다. 아무리 햄버거 세트가 몸에 나쁘다지만, 그것만 1년 365일 먹는 것도 아닌데 가끔식 적절하게 먹으면 좋다는 인식도 이런 관점과 동일한 배경을 지녔다. 아무리 설탕 덩어리 음식이라도 강렬한 단맛을 위해 질러버리는 일상이다. 작은 사치를 위한 디저트를 위해 차라리 밥을 굶는 사회적 환경이다. 친환경 유기농의 요리만을 강조하는 것은 마치 프로그램은 마치 텔레비전에서 예술영화나 교양 다큐프로그램만 강조하는 것과 같은 셈이다.
텔레비전을 통해서 사람들이 소비하는 프로그램은 통속극이나 유치하지만 재미있는 예능 프로그램이 많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자면, 백종원의 음식들은 사람들이 흔히 선호하는 예능에 가깝다. 달달한 로맨스에 해당한다. 어찌보면 몸에 대한 신뢰를 표하는 요리인지 모른다. 몸에 좋지 않는 독소들은 몸이 어느정도 해독을 해줄 것이라는 믿음말이다.
구하기도 힘든 비싼 식재료에 조리 과정도 어려운 맛도 달달하지 않은 음식들은 이제 텔레비전에서 확실하게 밀려나고 있다. 손질도 어려운 싱싱한 꽁치를 사다가 음식을 만들기보다 쉽게 구할 수 있는 통조림 속 꽁치로 혀를 즐겁게 할 수 있는 요리를 더 선호하는 세상이다. 어느정도의 인공과 조작, 그리고 은폐는 필요하다고 보는 사회적 맥락은 왜 페이크 포맷이 먹혀들어가는지를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글/김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