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논평

친화적인 셰프남 캐릭터들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5. 5. 29. 08:28
[집밥하는 40대男, 소탈한 캐릭터로]

'마이리틀텔레비전' 백종원 셰프, 구수한 사투리로 요리하며 인기

'인간의 조건' 최현석 셰프, 어설프고 과장된 몸짓으로 주목

'삼시세끼', 차줌마라 불린 차승원

아이돌의 섹시 댄스도, 베테랑 방송인의 입담도 요즘 중년 남자가 돌리는 프라이팬 앞에 맥을 못 춘다. 연예인들이 인터넷 1인 방송을 하면서 시청률 경쟁을 하는 MBC 예능 '마이리틀텔레비전'에서 부동의 1위는 백종원(49) 셰프다. 계량 용기 대신 밥그릇과 국자로 재료량을 가늠하고, 음식을 만들면서 구수한 사투리로 "여자 친구한티 스파게티 대접할 때 '알단테로 했는데 어때?'라고 말해봐요. 있어 보이잖어"라고 아저씨 개그를 날린다. 실시간으로 그의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은 "'차도남(차가운 도시남자)'들은 내가 녹여줘야 하는데, 이 아저씨는 나를 녹인다", "그의 손에 들린 프라이팬이 되고 싶다"고 열광한다.

백종원을 중심으로 요리하는 중년 남자들을 보여주는 tvN의 예능 프로그램 ‘집밥 백선생’. /tvN 제공

백 셰프 같은 중년의 요리하는 남자들, 이른바 '중요남(中料男)'들이 올해 방송가의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발단은 '차줌마'란 별명을 얻은 배우 차승원(45)이다. tvN '삼시세끼 시즌2'에 나와 매운탕 같은 요리도 척척 해내 tvN역대 최고 시청률(14.2%)을 기록했다. 이서진(44)이 나온 시즌3도 한류스타 김수현의 드라마와 같은 시간대 편성에도 밀리지 않고 시청률 7.9%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40대 셰프들도 각종 TV 예능에 고정 게스트를 꿰차는 중이다. 어설프고 과장된 몸짓으로 인기를 얻은 최현석(43) 셰프는 KBS'인간의 조건'에 고정 출연해 윤종신(46) 등 다른 게스트들이 농사짓고 요리하는 걸 돕는다.

이런 '중요남'들의 부상은 음식 관련 콘텐츠가 TV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과 맞물려 돌아간다. 한 프로그램에서 인기를 얻으면 다른 요리 프로그램에도 나가면서 트렌드를 확장시켜가는 모양새다. 백종원 셰프가 인기에 힘입어 아예 윤상(47), 김구라(45) 등 중년의 남자들을 데리고 '쉬운 집밥 만들기'를 콘셉트로 하는 케이블 tvN의 예능 '집밥 백선생'의 메인 MC로 발탁되는 식이다.

tvN ‘삼시세끼 시즌2’의 차승원. /CJ E&M 제공

SNS도 이런 트렌드 확산에 불을 붙인다. 요리 프로그램은 드라마나 예능과 달리 페이스북 등을 통해 '입소문 마케팅'을 하기 좋은 형식의 TV쇼다. 요리하는 모습만 3~5분 내외의 짧은 영상으로 다시 편집해 공유할 수 있다. 문화평론가 김헌식씨는 "SNS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 중 하나가 맛집이나 요리 정보이니, 결국 요리 프로그램은 SNS 시대의 필요에 맞는 형식인 셈"이라고 분석했다.

또 '중요남'들의 특징은 대부분 40대라는 것, 그리고 집에서 비교적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이른바 '집밥' 위주의 요리를 선보인다는 점이다. '집밥 백선생'을 연출하는 고민구 PD는 "청춘 스타들에게 익숙한 20~40대 여성 시청자들에겐 푸근하고 소탈한 모습의 아저씨들이 신선하고 일종의 위안을 주는 캐릭터"라며 "아저씨에 집밥이란 요소가 결합되면서 '나도 해볼 수 있겠다'며 편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권승준 기자 virtu@chosun.com]


[조선닷컴 바로가기]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