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흥행코드, '더 잔혹하게'..김기덕은 요즘? |
대리 복수로 판타지 채우는 한편 폭력, 복수의 댓가 경고도 잇따라 |
잔혹한 '핏빛 스릴러' 액션 영화들이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를 꺾고 올 여름, 박스오피스를 주도하면서 충무로를 장악했다.
야누스적인 원빈의 변신이 새로운 영화 <아저씨>가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결과, 지난 주말 76만명을 모아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다.
이 영화의 흥행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인데다 잔혹한 폭력과 장기밀매 등을 소재로 한 가학적인 묘사와 더불어 아동학대, 청소년 인신매매 등 반사회적인 내용들이 포함된 가운데 거둔 성적이기 때문에 극장가를 놀라게 하고 있다.
16일까지 전국관객 236만여 명을 동원해 이미 손익분기점(200만명)을 넘어섰다. 영화 <아저씨>의 순제작비는 40억원이고 마케팅 비용까지 포함해 총 제작비용은 50억원 대이다.
영화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 측은 다음 주말까지 관객 300만명 돌파를 낙관하고 있고 영화 흥행에 고무된 주연 배우 원빈은 서울은 물론 부산, 대구 등 전국적인 무대인사 계획도 세워놓은 상태다.
CJ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상업 영화로서 이야기 전개에 있어 잔혹한 묘사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보다 화려한 액션과 원빈의감성적인 연기가 관객들에게 어필하고 있다"고 성공 요인을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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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전 두 차례에 걸쳐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고 세번째 심의에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고 스크린에 내건 김지운 감독의 복수 느와르 <악마를 보았다>도 <아저씨>보다 더 잔혹하고 가학적인 폭력성에 대한 묘사가 흥행에 불을 붙였다.
연쇄살인마로 변신해 상대의 분노에 불 붙이는 최민식과 연인을 잃고 냉혈한 복수의 화신으로 변신한 이병헌의 광기어린 맞대결이 볼 만한 영화 <악마를 보았다>는 이어 전국관객 52만여 명을 동원하면서 개봉 첫주 충무로 박스오피스를 2위로 출발했다.
특히, 이 영화는 김지운의 느와르 걸작 <달콤한 인생>을 잇는 핓빛 느와르로 '박잔혹'이란 별칭을 얻은 박찬욱의 <올드보이>와 오버랩 되면서 '지금까지 개봉한 한국 상업영화 가운데 가장 잔인하다'는 평가와 함께 이명세, 박찬욱과 함께 충무로 3대 스타일리스트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장르 연출이 매우 뛰어나다'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이 영화들은 최근 충무로 흥행 코드로 떠오른 '잔혹한 복수'라는 소재를 즐겨 쓰며 폭력과 무관심, 부도덕으로 가득한 현대 한국사회의 이면을 조명해 한국의 '셈 페킨파'로 불리웠던 김기덕 감독의 <섬><사마리아><시간><빈집> 등과 비교해도 멜로라는 장르적인 차이를 제외하면 폭력의 잔혹성에 별 차이는 없다.
최근 차기작 소식이 뜸한 김기덕 감독은 제작자로 변신해 <영화는 영화다><의형제>의 장훈,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의 장철수, <트로피컬>의 이상우 그리고 얼마 전 개봉했던 <폭풍전야>의 조창호 등 자신의 영화 조감독을 거친 이른바 '김기덕 사단'을 길러내는데 열을 쏟는 듯하다.
그 가운데, 올해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진출해 호평을 얻고 올해 부천판타스틱국제영화제 작품상 등 3관왕을 거머쥐며 화제가 됐던 서영희 주연의 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을 연출한 장철수 감독은 폭력과 멜로의 스타일리스트 김기덕의 뒤를 이으며 짐승보다 못한 남편의 폭력과 이웃 주민들의 무관심을 피로 응징하는 한 여인의 복수극을 그려낸다. 이 영화는 9월 2일 개봉예정.
'핏빛 스릴러'로 대변되는 잔혹한 한국 영화들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인셉션>, 안젤리나 졸리 주연의 <솔트> 그리고 귀여운 픽사의 대표적인 애니메이션 수작 <토이스토리 3> 등 헐리우드 영화들을 연이어 밀어내며 모처럼 충무로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최근 폭력성이 강한 복수극들이 스크린에 자주 올려지는 것은 대중의 사적인 복수 심리에 닿으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전하며 영화보다 끔찍하게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범죄에 못미치는 공권력을 대신해 개인적인 복수가 관객들의 판타지를 채우고 있음을 환기시켰다.
영화 <아저씨>에 대해 그는 "극중 아이가 믿는 것은 경찰도 학교도 아니고 옆집 아저씨가 된다. 위험스럽다고 여긴 옆집 아저씨가 든든한 수호천사가 돼 자신을 끝까지 잊지 않고 구하려는 데에서 갖는 꿈(판타지)"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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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천호진, 유해진 주연의 코믹 스릴러 <죽이고 싶은>과 지난해 부천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던 노진수 감독의 <노르웨이의 숲>도 더욱 잔혹해지는 묘사와 설정으로 인해 주목받는 작품들이다.
하지만, 이들 영화는 단순히 폭력과 복수의 수위에만 기대지 않는다. 영화 <아저씨>에서는 시종일관 극중 태식(원빈 분)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악당들의 누명 씌우기 계략에 말려든 형사들의 폭력성을 고발하면서 최근 더해가는 유아대상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다.
영화 <악마를 보았다>에서는 상대에게 가하는 가학적인 폭력이 어떻게 폭력성을 더해 가며 '악마'적인 광기를 발휘하는지를 보여주면서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폭력의 댓가에 따른 경고와 함께 '과연 누가 더 진혹한 악마인지'를 생각케 만든다.
시네마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