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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은 왜 미니스커트가 되었나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5. 10. 19. 09:43

[김헌식의 문화비빔밥] 자율성의 문제가 아니라 외모지상주의로 인권침해


JYP의 대표 박진영이 근래에 20대 여성의 엉덩이를 보며 어머니가 누구냐고 묻는 노래를 발표하더니 10대들의 인권 논란을 일으킨 케이블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걸 그룹 멤버를 구성했다. 최근 오디션 심사과정에서 물의를 일으키며 선발한 걸 그룹 멤버를 이끌고 교복광고를 찍었다. 그런데 그 교복광고는 큰 파장을 일으켰다. 섹시함 몸을 강조하는 이미지와 문구들이 장식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화장을 진하게 한 걸 그룹 멤버들이 입고 있던 교복은 사실상 학교에서 입는 제복이라기보다는 미니스커트에 가까웠다. 쉐딩 스커트는 몸을 깎아내리라는 명령으로 보였고, 코르셋 자켓 등을 강조했는데 이도 역시 지나치게 몸매라인을 강조하고 있었다. 코르셋은 안에 입는 보정 속옷인데 그것이 밖으로 튀어나온 셈인데 본래 몸을 학대하는 옷이기 때문에 매우 큰 육체적 고통을 준다. 실제로 너무 꽉 쪼이는 교복 때문에 소화불량 등의 내과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여학생들이 많다. 비록 JYP측은 수정할 부분을 고치겠다면서 수거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비단 하나의 기획사에 그칠 문제는 아닐 것이다. 이미 교복산업과 아이돌산업이 결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JYP와 손잡은 교복기업에서는 사과의 뜻을 전하기는 했지만 몸매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학생들을 배려한 것이라는 입장만을 반복했다. 즉,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하게 모르면서 사회적 논란에 대한 단기 진화용 사과를 한 셈이다. 이런 태도는 교복 업체들 대부분에 해당한다. 이런 점은 그동안의 쌓여온 모순 가운데 작은 사례에 불과하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 둔감해진 것이다. 무엇보다 대중문화의 영향이 둔감함을 강화한 면이 있다. 

▲ 박진영 ‘어머님이 누구니’ 뮤직비디오 한 장면
박진영 ‘어머님이 누구니’ 뮤직비디오 한 장면 우선 2000년대 들어서면서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교복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그만큼 교복시장이 커지고 고급화되며 경쟁이 치열해졌음을 의미했다. 교복은 이제 학교의 유니폼이 아니라 학생들의 외모에 대한 관심을 적극 자극 혹은 영합하는 패션영역이 되었다. 일반 패션과 달리 성적 대상화가 갖는 문제점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러한 점은 성형의 확산만큼이나 무방비였다. 미니스커트와 쫄바지에 가까운 교복이 등장하는 것은 드라마에 쉽게 볼 수 있다. 

드라마 '마을_치아라의 비밀'에 등장하는 여고생들의 교복은 거의 미니스커트와 같다. 그만큼 짧다는 것이다. 더구나 화장을 짙게 하고 있다. 얼마 전 종영된 드라마 '후아유-학교 2015', 현재 방영중인 월화 드라마 '발칙하게 고고'에서도 교복은 짧기만 하다. 치마가 몇 센치 짧기 때문에 과거 독재정권 시절의 치마 단속을 다시 부활시키자는 것이 아니다. 외모지상주의를 강조하는 형태의 교복 상품화에는 성적 대상화의 상업논리가 배태되어 있기 때문에 죄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이런 것은 아니었다. 2002년, 종영된 드라마 ‘학교’ 네 번째 편에서도 학교 교복은 지나치게 각선미를 강조하거나 몸매 라인을 부각시키지 않았다. 2005년, 드라마 ‘쾌걸 춘향’의 교복을 보면, 여학생의 치마는 무릎까지 내려왔고 남학생의 바지는 제법 통이 넓다. 이러한 학교 교복에 대해서 결정적인 변화를 일으킨 드라마는 바로 2009년 SBS ‘꽃보다 남자’였다. 일본 원작인 이 작품은 이민호를 일약 한류스타로 만들어 주었는데 구혜선과 장자연 등을 비롯한 많은 성인 연기자들은 가슴을 꽉 조이고, 짧은 미니스커트 형 교복을 입고 등장했다. 일본원작에 기대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것이 비판적 인식을 붕괴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이를 지속시킨 것은 2011년 방영된 ‘드림하이’였다. 2012년에도 두 번째 이야기가 제작된 이 드라마는 아이돌 출신이 많이 출연했고, 실제로 키이스트의 배용준과 JYP의 박진영이 손을 잡고 만든 드라마였다. 드라마의 공간적 배경도 스타사관학교라는 기린예고였다. 연기자들이 아이돌이라는 성격 때문인지 교복은 매우 짧고 꽉 죄는 패션스타일을 보였다. 이러한 몸매의 강조는 여학생은 물론이고, 남학생도 마찬가지였다. 2012년 드라마 ‘학교’ 시리즈(학교 2013)가 텔레비전에 다시 돌아왔는데, 이때 ‘드림하이’의 영향을 받았는지 학생들의 교복은 짧고 타이트하거나 각선미를 드러내주며 얼굴에는 화장 메이크업 장면이 가득했다. 물론 공간적 배경은 아이돌 육성을 지향하는 예고도 아닌 일반학교였다. 2013년 SBS ‘상속자들’에서 박신혜를 비롯한 여학생 역의 배우들은 당연히 이런 유형의 교복을 착용하고 있었다. 물론 여학생들은 모두 화장을 진하게 하고 출연했으며 이런 면들은 한류 드라마에서 청소년들의 기본 이미지를 구축했다. 

▲ 요즘 논란이 된 교복광고
KBS 드라마 ‘드림하이’ 교복 이런 고등학교가 등장하는 드라마의 경우, 그 평가의 요소 가운데 학교 현실을 잘 다루었는지, 그 현실성에 대해 중점을 둘 뿐, 외모지상주의를 강조하는 지에 대한 부분은 덜 주목했다. 교복패션이나 화장법을 통해 외모지상주의가 점철되어 있는 드라마임에도 학교의 현실을 잘 다루었다는 언론보도도 흔했다. 그런 문제를 지적하면 보수적이라는 딱지가 붙여졌다. 섹슈얼리티에 대해서 유연한 것이 마치 진보적이라는 인식도 많아졌다. 하지만 그것은 인권과 맞물리는 문제를 야기 시키기 때문에 쉽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만이 아니마 많은 예능, 특히 ‘SBS 스타킹’과 같은 일반인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유아들에게 몸매라인을 강조한 유니폼을 입히고 재능을 내보이도록 만든다. 음악 오디션의 참여자들은 갈수록 어려지고 있다. 어려지는 만큼 방송용 복장에 익숙해지고 있다. 요즘에는 연예기획사와 방송이 콜라보라는 이름으로 협력하는 일이 잦아지기 때문에 그 경계를 구분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일반인과 아이돌 그룹 멤버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점은 어느 순간 일본원작이라는 이름을 내세우고, 혹은 스타사관학교를 다룬다는 이유로 외모지상주의 복장을 대거 등장시키는 드라마 제작행태와 대동소이한 일이다. 

▲ KBS 드라마 ‘드림하이’ 교복
요즘 논란이 된 교복광고 흔히 교복 복장에 대해서 자율적인 개성을 위해서 학생들에게 강제적으로 규제를 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러나 교복 안에서 자율적인 개성은 존재할 수 없다. 또한 교복을 통한 자율적인 개성의 모방대상은 아이돌에 있기 때문에 이 또한 타당한 논거가 아니다. 교복은 자기 스스로 선택의 여지가 없는 복장이다. 그러한 복장을 강제로 규율하는 상황에서 그 복장마저 아이돌이나 미디어의 답습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그 안에서 교복의 복장기준에 서 개성에 관한 자율성은 이미 박탈당한 것이고, 몸매라인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교복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그러한 면에서 교복은 폐지되는 것이 이래저래 마땅한 셈이다. 

사람에 옷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옷에 사람을 맞추는 상황은 변함이 없고 그 속에서 학생들은 다이어트와 외모차별, 정신적 물리적인 스트레스와 고통을 겪고 있다. 적어도 성적 대상으로 취급당하지 않고 온전한 인격체로 존중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 섹슈얼리티 상품의 범주에서 벗어나는 그린존의 영역에 있어야 한다. 이제 섹시한 학생이어야 하다니 노출 교복 논란은 인권의 문제인 것이다. 설령 꽉 조이거나 노출을 강화한 교복은 상대 이성에서 잘 보이기 위한 행위일수 있지만, 한 조사에 따르면 그러한 복장은 서로 기피의 대상이었다. 그런 꽉 죄고 노출이 많은 교복을 입을수록 노는 애들이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박진영이나 서태지는 교복 자율화 세대다. 그렇기 때문에 대중문화의 앞서가는 창작자이자 실연자 그리고 리더가 될 수 있었다. 그런 이들이 교복에 관여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김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