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트인(컬쳐 트렌드 인사이트)

책만 파는 곳이 아닙니다~ 동네 서점의 부활 요인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8. 6. 15. 23:49

- 책 파는 곳에서 문화 공간으로

-동네 서점에서는 취향을 판다

-가벼운 술 한잔과 함께 책 읽는 ‘책맥’ 

-동네서점에서 작가도 발굴

-문화공간으로 변신, 책과 함께 문화상품 판매로 운영


(Title Music) 

이장균 : 안녕하세요, 김헌식 교수의 열린 문화여행 진행에 이장균입니다. 겨울철에는 밖에 나가는 기회가 적어지고 실내에 있는 시간이 많아질 때는 책을 손에 들어보시는 것 어떨까 싶습니다. 

책 속에 길이 있다 흔히 듣는 말입니다만 마음의 여유가 없는 바쁜 현대생활에서 마음의 여유를 얻는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요즘에 워낙 손전화, 스마트폰을 통해서 모든 걸 읽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책이 점점 우리 곁에서 멀어지는 느낌도 들긴 합니다만 책을 한 권 들고 페이지를 넘기는 느낌, 그런 느낌을 가져보는 것도 어떨까.. 그런 점에서 서점이라는 것이 이런 인터넷 문화에 밀려나는 느낌이 있긴 하지만 왠지 말만 들어도 동네서점 하면 따뜻한 느낌이 드는데요, 

동네서점이 최근 여러 모양으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고 하죠. 오늘은 변신 중인 동네서점 얘기로 함께 해보겠습니다. 

오늘도 문화평론가이신 동아방송예술대학교 김헌식 교수님 모셨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김헌식 : 네, 안녕하세요? 

이장균 : 동네서점.. 옛날엔 책방이라고 많이 불렀는데요, 왠지 따뜻한 느낌이 들어요. 예전에 동네수퍼마켓. .동네가게라고 많이 얘길 했는데.. 이런 것들도 점점 대기업들이 골목까지 밀고 들어오는 바람에 정겨운 풍경이 사라지는 안타까움이 듭니다. 

이런 대형마켓이 동네까지 밀고 들어오는 것처럼 대형서점이라든가 또 요즘 많은 것들이 인터넷 공간에서 이뤄지는 가운데 책도 인터넷을 통해 판매가 되고 해서 동네책방들은 벌써부터 사라질 운명에 처했습니다만 그럼에도 나름 자구책을 마련하고 여러 가지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요? 

책 파는 곳에서 문화 공간으로

김헌식 : 네, 그렇습니다. 사실 오랫동안 동네의 중심이 됐던 곳이 서점이었죠. 거길 가면 친구를 기다릴 수도 있고 약속장소이기도 하고 새로운 책들을 통해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만 잠시 밀려났다가 최근에 동네책방이 새로운 경쟁력을 갖게 되면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개성 있는 이색 서점들이 동네에 등장하고 있는데 서울에는 현재 400여개의 동네서점들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장균 : 대형서점이나 인터넷 서점 등에 밀리지 않고 동네서점들이 꿋꿋하게 이렇게 버티고 있다는 것이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옛날처럼 책만 있는 그런 책방이 아니라 조금씩 거기에 문화공간이 더해져서 쉴 수도 있는 그런 곳으로 변해가고 있다고요? 

김헌식 : 그렇습니다. 서점은 이제 더 이상 책만 팔지 않습니다. 색다른 아이디어, 놀이와 결합하며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문화활동을 즐길 수 있는 소규모 동네 책방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제 서점은 문화생활을 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또 다른 형태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최근 동네 책방’에 대한 설문조사를 보니까 동네 서점에 대한 인식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동네 책방이 단순히 서점이 아닌 문화공간으로 바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응답자들은 동네 책방에 대해 책만 읽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공간이라서 많이 찾는 것 같습니다

또 동네 책방이 다른 사람과의 소통과 교류의 장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인식이 높았습니다. 동네서점에서는 작가가 직접 와서 강연도 많이 합니다. 또 유명인사들이나 문화인사들이 와서 강연도 하고 해서 우리가 기존에 생각하는 동네책방하고는 많이 다른 측면이 있고 또 어떤 어떤 사람을 초청해 달라고 하는 요구를 받기도 합니다. 

이장균 : 보통 생각하기에는 대형서점 같은 곳으로 많이 몰릴 것 같은데도 이렇게 동네책방을 찾는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보시나요? 

김헌식 : 네, 대형서점을 가면 일단 규모가 크기 때문에 사람이 많아 번잡하고 어디가 어딘지 잘 모르기도 하고 해서 이 개성 있게 꾸민 공간이라든지 이런 면에서 동네책방은 다르다는 거죠. 

대형서점은 어딜 가도 일률적으로 거의 비슷합니다. 큰 회사들이 만들었기 때문에.. 반면 동네 책방은 아늑하고 분위기가 좋다는 반응이 많았고요 또 이색적이고 특색이 있어 보여서 좋다는 반응도 많았습니다. 

또 대형서점과 비교했을 때 동네 책방의 가장 큰 경쟁력으로는 집에서 가까운 위치에 있다는 것이죠. 거기다 대형서점은 책이 워낙 많다 보니까 책 찾기도 어렵습니다만 작은 동네서점은 특색 있는 책들을 모아놓기 때문에 어느 서점에 가면 내가 좋아하고 관심 있는 책들이 있어서 자주 가게 되는 요인이 된다고 보겠습니다. 

동네 서점은 취향을 판다

이장균 : 개개인의 욕구나 취향을 잘 고려하면 어려운 가운데서도 살아날 구멍이 있다, 틈새시장이 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그래서 이른바 취향은 판매한다 이런 말도 생겼다고요? 

김헌식 : 네, 그래서 지금 한국에서는 이런 단어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개취’라고 하는데요, 어감이 좀 안 좋긴 합니다만 개인의 취향을 줄여 부르는 말입니다 . 이런 개취 개념을 동네서점들이 적용하고 있다는 겁니다. 동네서점들은 색다른 경험을 원하는 2030세대의 욕구와 맞물려 저변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또 독립 책방, 1인 책방이라는 불리는 미니 서점도 있는데 여기서는 서점 주인의 취향과 철학을 고스란히 반영한 책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시집만 가득한 서점, 철학서•사회과학서만 빼곡한 서점도 있고, 일본 만화책만 가득한 책방, 소소한 에세이와 화보 등의 감성을 파는 책방도 있습니다. 

개성만점인 서점들 가운데는 알딸딸한 기분으로 책을 읽을 수 있는 '퇴근길 책 한 잔', 여행서점 '일단 멈춤', 헌책방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도 있고 시인이 직접 운영하면서 책만 파는 게 아니라 시 낭송을 할 수 있는 서점도 있습니다. 

동네의 문화사랑방 역할도 하는 이런 작은 서점은 독특한 취향과 문화생활을 원하는 젊은이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고 손님과 주인이 지적•감성적인 취향을 공유하고, 또한 작은 서점끼리도 교류하면서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습니다. 

술을 마시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책맥도 화제


이장균 : 예전에는 술을 마시면서 책을 읽는다면 어른들에게 혼나기 십상인데요, 요즘엔 술을 마시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그런 공간도 있다고요? 

김헌식 : 네, ‘책맥’ 이라는 말도 유행이 되고 있는데요, 직장인들이 퇴근길에 맥주 한잔 하며 자유롭게 책을 읽고 주인과 수다를 떨기도 하는 공간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치킨과 맥주, 치맥이 유행했습니다만 책맥은 책과 맥주입니다. 밤에 청승맞게 집에서 맥주를 마시지 않아도 낭만적인 공간에서 우아하게 독서와 함께 맥주를 즐길 수 있고 또 가볍게 한잔 하면서 책을 읽으면 책 읽는 맛이 한결 다르다는 게 책맥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이장균 : 바쁜 현대생활, 여러 가지 복잡한 일로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생활에서 퇴근길에 혹은 주말에 자기가 좋아하는 분위기의 장소를 찾아서 마음의 휴식을 갖고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공간들이 많이 생기는 것이 참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가볍게 술 한잔 하면서 시를 읽을 수 있는 분위기, 기분이 좋아지면 여러 사람 앞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시를 낭송도 해보는 동네책방, 그래서 생각나는 노래가 있는데요, 잠시 듣고 또 말씀 나누죠. 정태춘의 ‘시인의 마을’입니다. 

(music : 시인의 마을 / 정태춘) 

이장균 : 시인들, 꼭 시를 써서 유명한 사람만이 시인이 아니라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면 시인의 마을이 되는 거겠죠. 

(bridge music / program ID) 

동네 서점이 작가를 발굴하기도

이장균 : 독자들이 취향이라든가 하는 것을 직접 접촉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도 출판사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만 그런 가운데 동네서점에서 작가가 발굴되기도 하는 경우가 있다면서요? 

김헌식 : 전에는 책이 출간되는 것은 주로 출판사가 했고요, 판매는 서점들이 했고, 작가 발굴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했었는데 동네서점에서 모든 것을 하기도 합니다. 

동네서점에서 판매하는 것을 넘어서 책을 만들고 작가도 발굴하고 또 거기 가면 작가를 볼 수도 있고 심지어는 책방주인이 작가고 그래서 옛날처럼 분리된 게 아니고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것이 대형서점이라든가 대형유통점과 경쟁할 수 있는 방법이자 차별화 혹은 생존비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흔히 생각하는 옛날의 서점과는 많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장균 : 여러 가지 형태의 특성화된 동네서점들을 소개해 주셨는데 그 밖의 이색서점들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나요? 

김헌식 : 네,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있는 서점 ‘고양이책방 슈뢰딩거’는 고양이를 직접 키우는 책방주인이 다른 ‘고양이 집사(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을 부르는 신조어)’들을 위해 만들었습니다. 책과 잡지는 물론 엽서•잡화 등 오롯이 고양이를 소재로 한 물건을 팔고 있습니다. 

또 서울 경복궁 부근 서촌에 있는 ‘서점 림’은 ‘깊이 있는 독서, 긴 호흡의 독서’를 지향하는 맞춤형 회원제 서점입니다. ‘한 책 서점’을 표방하며 한 달에 한 권의 책을 선정해 판매하는 파격적인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서울 오감도’라는 서점은 인왕산 수성동 계곡 근처 오래된 연립주택 거실 서재를 개조해 만들었습니다. 단 열 권의 책을 전시하고 판매하거나 보름달이 뜰 때마다 정원에서 낭독 모임을 갖고 책을 읽으며 산책하는 등 이색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책의 분위기로 내부를 꾸민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이라는 서점도 있는데요, 이렇게 갈수록 진화를 하고 있어서 제가 일일이 다 소개하기 어려울 정도로 개개인이 아이디어만 있다면 그것이 책방이 되는 그런 형태의 유행이 요즘 추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화공간으로 변신, 책과 함께 문화상품 판매로 운영

이장균 : 그렇군요, 평상시에 저희가 상상하는 이상을 뛰어넘는 여러 가지 독특한 공간들이 책을 중심으로 생겨나고 있습니다만 문제는 뜻만 좋다고 운영이 되는 건 아니고 뒷받침 할 만한 경제적 수익이 있어야 할 텐데 어떻습니까? 

김헌식 : 일단은 비용을 최대한 줄여야 하는 상황인데요, 책도 판매하고 발간하고 본인이 작가도 되고 하기 때문에 점원을 최대한 쓰지 않고 자기가 모든 것을 한다든지 이렇게 운영하는데 실제로 수익의 내용을 보면 책 판매는 전체 매출의 20∼30% 수준입니다. 

이외 매출은 음료•문구류 판매, 강연•독서모임 운영 등을 통해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형 출판사처럼 대규모 투자와 광고 등을 하는 것이 아니고 최대한 책을 중심으로 하되 다양한 문화상품을 함께 파는 형태로, 그러니까 문화공간에다가 문화상품을 파는 형태로 수입구조를 다변화 시키는 면에서 동네서점들이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보겠습니다. 

(program title music) 

이장균 : 삶의 의욕을 되찾게 해주고 살아가는 이유를 느끼게 해주는 공간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동네서점들이 이런 형태로 발전해 가면서 정말 사는 게 무료하고 왜 사는지 목적의식도 없는 그냥 나날이 반복되는 생활에 지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삶의 의욕을 북돋워주는 책을 중심으로 한 공간.. 

또 그런 공간에서 만나는 이웃, 이런 것들로 인해 우리 삶에 활기가 더해지는 그런 공간으로서 책방이 자리를 잡는다는 너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열린 문화여행, 오늘은 동네서점의 다양한 변신과 관련해 함께 얘기 나눠봤습니다. 오늘도 문화평론가이신 동아방송예술대학교 김헌식 교수님 함께 해주셨습니다. 교수님 감사합니다. 

김헌식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