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생활은 청산하고 아프리카 빈민을 위해 봉사하겠어요.” “아프리카 르완다에 가고 싶어요.”
문제아 취급을 받아 온 할리우드 스타 린제이 로한, 패리스 힐튼이 지난해 말 재활원, 구치소에서 나오자마자 처음으로 했던 말은 다름아닌 ‘아프리카’였다. 이들은 방송에 출연해 ‘개과천선 선언’을 하며 봉사활동을 거론했다. 앤절리나 졸리, 조지 클루니, 드루 배리모어 등 연기력과 스타성은 물론 투철한 봉사정신까지 평가받는 스타가 쏟아지면서 ‘핫’하고 ‘쿨’한 것만 찾던 젊은 스타도 사회참여 대열에 동참하고자 했던 것이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이런 현상에 대해 ‘배우 브랜드(actor-brand) 시대’라고 정의했다. 섹시한 외모와 연기력으로 인정받는 배우 스칼렛 요한슨, 연기력과 외모는 물론 하버드대 출신의 학력까지 겸비한 나탈리 포트만도 스리랑카, 우간다 등지를 찾아 발로 뛰는 봉사를 실천하면서 이미지를 만든다는 의미다. 국내에서도 스타의 기부와 선행에 관한 뉴스가 끊이지 않는다. 수십억대를 기부한 가수 김장훈과 박상민, 장나라 등이 대표적이다. 태안반도 기름 유출 등 국가적인 재해가 발생하면 스타의 발걸음도 바빠진다. 기름제거 봉사, 기부, 자선공연 등이 잇따르고 있다.
대중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 스타의 사회참여는 우선 봉사를 독려하는 사회적인 분위기에서 출발한다. 고려대 현택수 교수(사회학과)는 스타의 선행 행렬을 “전체적인 사회자원봉사 분위기, 흐름의 일환”이라고 분석하면서 “중ㆍ고등학생도 자원봉사를 의무적으로 한 지가 꽤 됐다. 여기에 기업도 동참하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자원봉사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많이 퍼졌다”고 설명했다. 미국 역시 ‘내가 번 돈은 내 것이 아니다’는 기독교적 윤리관을 기반으로 한 기부문화에서 진일보한 직접 구호활동이 사회적으로 각광받으면서 스타의 참여도 늘고 있는 추세다.
향상된 스타의 사회적 지위도 사회참여 열풍의 도화선이 됐다. 연예인에서 유명인사, 혹은 공인으로 지위가 상향조정된 스타는 이미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야 할 대상이 되었다는 것. 특히 수십억원대로 치솟은 출연료는 스타를 웬만한 기업인 못지않은 경제적 위치에 올려놨다. 이에 대해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예컨대 천문학적 금액을 벌어들이고 있는 배용준은 ‘태왕사신기 60억설’ 등이 불거진 이후 태안반도에 기부를 했다”면서 “사회적 영향력에 따라 선행에 대한 압박이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스타의 선행이 일시적 유행에 그칠 것을 우려한다. 일거수 일투족이 언론의 조명을 받는 스타는 자선활동으로도 대중에 노출되면서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때문에 영화 홍보와 더불어 봉사활동에 나섰던 배우 김태희 등은 여론의 뭇매를 맞아야 했다. 그렇다고 스타가 자원봉사, 기부 등 사회참여에 인색한 사회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있다는 공로를 간과할 수는 없다.
전문가들은 스타의 사회 참여를 의무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가수 김장훈이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유는 40억원을 기부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꾸준히 기부를 해왔다는 지속성에 있다”면서 “스타의 선행이 강제성을 띠는 압박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현택수 교수는 “기업도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안 된다면 자선사업을 하지 않는다. 스타도 이익이 있기 때문에 자선활동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좋은 일도 하고 홍보도 되는 양면성을 비판적으로만 바라보고 순수성을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ㆍ손수진 대학생 인턴기자(hana@herald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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