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거북이…’ ‘킹콩…’
가수도전 ‘수퍼스타K’ 등
대중문화 인생역전 감동
팍팍한 현실에 희망가
한국의 대중문화가 ‘패자부활전’에 필이 꽂혔다. 인생 낙오자들의 자랑스런 성공기가 흥행가도를 달린다. 불황속의 팍팍한 삶에서 대중문화 속 주인공에 공감하고 대리만족하려는 시대적 정조가 패자부활전 속에 흐르고 있다.
이런 현상은 현실에 민감한 영화에서 더 두드러진다. 못난 아빠, 한심한 말단 경찰이 자랑스러운 존재로 거듭나는 ‘거북이 달린다’와 부상으로 술집을 전전하던 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전직 역도선수와 보잘것없는 시골 여중생들의 인생 들어올리기 한 판을 그린 ‘킹콩을 들다’는 입소문을 타며 장기 흥행 중이다. 흥행 예감 속에 29일 개봉하는 ‘국가대표’는 어디 써먹을 데 없는 ‘찌질한’ 청춘들이 스키점프 국가대표로 다시 태어나는 눈물겨운 과정을 담았다.
‘패자부활전’의 중요한 요소는 ‘눈물’이다.
대중들은 역전에 성공한 패자들에게 자신을 동일시하거나 감정이입하면서 희망을 찾고, 눈물을 통해 현실에서 좌절된 욕망과 분노, 불만을 자기 정화(카타르시스)한다. 문화평론가 김헌식 씨는 “불평등, 생계위협, 고용불안 등 현실에서의 고난을 패자들의 성공 스토리로 보상받으려는 대중적 욕망이 영화, 드라마, 리얼리티쇼, 퀴즈쇼 등을 통해 나타나고 있다”며 “끈끈한 정서와 인간애를 통해 자기 위안을 삼으려는 한국적인 문화와 어울려 시대적 정조가 눈물과 감동을 추구하는 텍스트로 구현되고 있다”고 말했다.
자기위안과 대리만족을 넘어 대중들은 직접 패자부활전에 나서기도 한다.
젊은 시절 못 다 이룬 꿈을 위해 노부부가 손을 꼭 붙잡고 심사위원 앞에 섰다. 굳은 표정에 찬 목소리로 “불합격”을 연발하던 심사위원 가수 이승철이 모처럼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어디가나 눈에 띌 법한 외모. 결코 미인이랄 수 없는 20대 초반의 혼혈 여성이 노래를 부르자 카메라는 게스트로 초빙된 인순이의 얼굴을 찬찬히 응시했다. 다양한 사연을 지닌 아마추어 출연자들이 1억원의 상금을 걸고 경연을 펼치는 음악전문 케이블TV 채널 엠넷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슈퍼스타K’는 1%만 넘어도 대박이라는 케이블TV에서 3%의 초초대박을 터뜨렸다. 3개월간 전국에서 무려 70만명이 오디션에 응시했다. 우리 사회가 ‘한국의 폴 포츠’ ‘한국의 수전 보일’ 출현에 얼마나 목말라하는지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날개 꺾인 거위의 꿈은 대중문화 속에서 훨훨 날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