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장자연의 문건이 KBS 9시 뉴스를 통해 공개되었다. 대중문화의 영향력이 커졌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달라진 KBS의 전략 때문으로 보인다. 두 가지 전략이 감지된다. 하나는 시청률 높이기다. 다른 하나는 물 타기다. 시청률 높이기는 당연해보이지만, 최근 SBS '아내의 유혹'의 인기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반격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KBS 9시 뉴스의 시청률이 낮아진 것은 진행자만이 아니라 뉴스의 포맷이나 내용이 기형적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이 더 이상 이명박 정권에 유연한 뉴스를 볼 필요가 없는 것이다. 권력을 감시하고 공공적 담론을 만들어내야 하는 9시 뉴스가 오히려 권력을 감시하기보다는 그것에 영합하기 때문인 것이다. 따라서 물타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 9시뉴스를 통해 이른바 고 장자연 문건에 관한 특종이 보도된 것은 이명박 정권과 국회의 여러 논의에 대한 시선을 돌리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신인 여배우 죽음의 이면에 성상납 등 어두운 점이 존재한다면, 그것을 보도하는 행태가 부정적일 수만은 없다. 하지만, KBS 보도국이 집중적으로 해야 할 일이 연예계 이면 인지는 생각해보아야 한다. 더구나 초점은 성상납 리스트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다. KBS는 연예기획사에 대한 구조적인 프로그램을 제작하는데 더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김헌식(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