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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 공포증 신드롬에 대하여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23. 11. 19. 18:01

개그콘서트는 일요 공포증을 잊게 할까

-글/김헌식(정보콘텐츠학 박사, 평론가, 미래학회 연구학술 이사)

 

 

월요병보다 무서운 것이 일요일 공포증이라는 말이 있다. 월요병은 매주 월요일마다 느끼는 피로증을 말한다. 주말에 쉬고 월요일에 출근이나 등교를 하는 직장인 그리고 학생들에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러한 월요병 때문에 과거 주말이 없어야 한다는 관리자들도 있었다. 이렇게 말하는 관리자가 있는 곳은 아마도 일요일 공포증이 더 많은 이들에게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일요일 공포증은 돌아오는 월요일부터 다시 학업이나 근무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일어나는 불안감과 두려움이다. 월요병이 주로 물리적인 증상이라면 일요일 공포증은 심리적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원인도 과거와 현재라는 점에 차이가 있다. 월요병은 극심한 심리적 활동을 했을수록 더 심화할 수 있다. 그런데 일요일 공포증은 주말의 활동과는 상관없는 미래에 대한 염려에서 비롯한다.

 

일요일 공포증은 토요일까지는 없다가 일요일 점심이 지나면서 증가하기 시작해서 취침 전에 극대화된다. 낮부터 휴식이 끝난다는 생각에 우울감이 엄습하게 되고 이러한 상황에서는 다른 일에도 집중하기 쉽지 않다. 만약 논다고 해도 노는 기분이 들지 않기 때문에 만족감이 덜하다. 주말에 외출했어도 일요일 저녁에는 대개 집에 있을 수밖에 없고 가는 시간이 야속할 뿐이다. 다가오는 한주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고 통제감이 없다고 생각될수록 심화 된다. 이런 때 많은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텔레비전을 보는 것이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한시름 잊을 수 있는 내용이면 바람직할 것이다. 완전히 일요일 공포증을 완화하거나 해결을 할 수는 없지만, 다소 잠시 잊게 할 수 있으면 된다. 더구나 온 가족이 시청할 수 있다면 더욱 바람직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역할을 했던 것이 과거 KBS ‘개그콘서트였다. 이후 이를 대체할 프로그램은 마땅치 않았다. 금토 드라마도 야속할 뿐이다. 그 개그콘서트가 34개월 만에 새롭게 단장하고 시청자에게 선을 보였다. 그간 뿔뿔이 흩어졌던 개그맨들이 지상파 유일의 개그 프로그램에 결집한 것은 공영 방송의 가치 면에서 기대하게 했다. 일부에서는 대안이 없어서 같은 포맷을 다시금 등장시켰다고 비판할 수 있었지만, 국민에게 일요일 밤에 웃음을 선사할 수 있다면 익숙함과 새로움을 동시에 교차시키는 것이 프로그램이 필요했다.

 

이런 맥락에서 새롭게 돌아온 개그콘서트는 시간의 흐름이 있던 관계로 이전과는 다른 변화도 있어 보였다. 일단 공개 코미디 방식으로 여러 꼭지의 콩트 퍼포먼스에 트렌드나 사회적 현상을 접목하고 있다. 형식적으로나 소재 면에서 유튜브 등 영향력이 커진 SNS 현상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사회적인 관점에서 저출생 현상을 포착, 웃음의 틀로 삼고 있기도 하다. 전반적으로 신인들이 전면에 나서고 이를 선배들이 지원하는 구성도 눈길을 끈다. 그들의 신선한 아이디어와 참신한 퍼포먼스가 가치를 발휘할 수 있게 하려는 조처로 보인다.

 

물론 여전히 지적할 수 있는 점들은 있겠는데 몸을 노출하며 웃음을 유발하거나 외모 비하를 통한 개그는 이전에도 문제점으로 비판을 받아왔다. 다만 그 빈도와 횟수가 줄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앞으로 우려되는 점이 지적되기도 한다. 특히 정치적인 풍자를 할 수 있는가라는 지적도 있다. 물론 있으면 바람직할 수 있겠지만 정치 풍자 자체가 목적일 수는 없을 것이다. 최종 목적은 전 세대가 일요일 밤에 즐겨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또한, 무조건 젊은 세대의 감각만을 강조하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세대 포괄성이 필요하다. 전 세대의 기호와 취향, 관심 분야만이 아니라 보편적인 상식과 가치, 세계관에 바탕을 두고 있어야 한다. 그것이 공영 방송의 사회적 가치이자 시청자 주권의 실현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개그콘서트에 대한 문제점 지적은 겸허하게 수용하고 고쳐나가야 할 것은 나가야 한다. 특히 인권 감수성이 국민 사이에서 매우 높아진 면을 간과할 수 없다. 또한, ‘개그콘서트의 단점을 들어서 개그 프로그램 자체의 정체성을 부정하거나 그 사회적 역할을 부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잘되라고 하는 것도 존재 자체를 부정하며 비난하는 것은 그 근본이 다르기 때문이다. 전 국민이 겪고 있는 출처 불명의 일요일 공포증을 해소할 수 있는 전국민적인 프로그램이 될 수 있게 상생의 평가가 필요하다. ‘일요일 공포증을 가중하는 프로그램이 되지 않을 수 있게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다른 방송사의 어떤 프로그램이라도 그러한 역할을 하려 한다면 환영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