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학생 가운데 절반이 1년 동안 한 권의 책도 도서관에서 빌리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사실은 놀라웠다. 지난 3월 8일에 발표된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의 ‘2014 대학도서관 통계분석 자료’에 따르면 4년제 대학 도서관의 1명당 대출도서는 9.0권이었다. 전문대학 의 경우에는 2.2권의 대출이 이루어져 4년제 대학생들이 더 훨씬 적었다.
이렇게 대학생들이 책을 빌려 읽지 않는 것은 일찌감치 취업준비에 나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4년제 대학의 학생들이 쉽지 않기 때문에 도서관에서 책조차 빌리지 않는 셈이다. 이렇듯 대학생들의 최고 관심사는 취업이며, 이는 비단 대학생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에게 해당된다. 어학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가 하면, 스펙에 도움이 될 만한 이력을 갖추는데, 많은 힘을 기울이고 취업용에 필요한 실용적인 자격증 준비에 매진하기 마련이다. 대학도 취업율이 높은 전문대학에 진학하는 경우도 많다.
왜 대학생들은 책을 도서관에서 빌리지 않을까
이런 맥락이라면, 문학이나 철학, 역사에 관련한 책을 읽는다는 것은 사치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문학과 역사 그리고 철학을 우리는 흔히 인문학이라고 부른다. 또한 애초에 뭔가 기술을 배워서 취직을 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전공 선택 자체가 이공계인 경우가 많아졌다. 부가가치는 당장 새로운 기술에서 많이 쏟아져나올 것 같다. 당연히 관련한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할수록 인문학과는 거리가 두게 될 법하다.
기업의 관점에서도 새로운 상품과 기술을 개발하고 이것에 끊임없이 이것의 속도를 맞추어가는 것이 중요 해보인다. 국가 경제 차원에서도 한국은 새로운 상품이나 기술을 개발해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국부를 위해 매우 중요하겠다. 따라서 당장에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나 신지식과 정보에 주로 주목한다.
그러나 인문학을 찾는 사람은 거꾸로 많아지고 있다. 인문학 서적의 출판이 증가하고 있고, 인문학 책인데도 대형 베스트셀러에 오르내린다. 사람들은 인문학 강좌 프로그램에 몰려들고, 관련 방송이나 인터넷 동영상에 열정적이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 어떻게 보면 이는 당연한 일이다.
고용을 창출하는 기업이 담당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사람을 알아야 그들이 필요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마케팅 방안을 마련할 수도 있다. 보통은 실용적인 지식이나 능력, 기술에 집중하느라 이런 본질을 놓친다. 창조경제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바로 사람을 아는 일이다. 사람에 관한 학문이 바로 인문학임은 말할 것도 없다. 신기술이나 신제품을 강조할수록 사람을 아는 일이 더 중요해진다.
인문학이 경제와 경영을 위해 필요한 이유
또한 사람을 안다는 것은 바로 자신을 아는 것이고, 그 자신을 안다는 것은 자신과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을 안다는 것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을 통해 삶을 영위한다. 예컨대, 아무리 똑똑하 능력이 있어도 다른 사람들과 이뤄지는 활동으로 생존을 영위할 수 있다. 하지만 섣부른 실용 지식과 기술에서는 이러한 점을 간과한다. 실용적이고 작업은 물론 가장 창조적인 작업일수록 혼자 수행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이 때문에 인간관계를 통한 업무의 수행은 매우 중요한데, 이러한 점은 단편적이고 지엽적인 지식이나 정보로는 해결이 되지 않는다. 지혜와 통찰력은 오랫동안 삶의 경험과 연륜 그리고 깨달음에서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인문학은 오랜 시간 인류가 축적한 지혜와 통찰력을 제시한다. 그것을 인식할 수 있는 이들은 거꾸로 실용적이면서 새로운 기술과 정보에 의존한 사람일수록 그 가치를 더 알게 된다. 인문학은 해결 수단이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사유를 일깨우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리더가 될수록 인문학에 매진한다.
더구나 당장의 성과와 이익을 위해 쉬지 않고 달려 온 이들이 항상 맞게 되는 것은 항상 인간존재와 삶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다. 더구나 언제든지 대체될 수 있는 노동과 기업의 환경을 직시하게 된다면 더욱 그러하다. 그러한 물음에 대한 답은 기술적인 실용 지식들이 제시할 수 없다. 결국 존재에 대한 일깨움은 결국 창조적 결과물로 환원된다.
경쟁이 심해질수록 인문학이 더 절실
요컨대, 실용지식이나 신기술을 강조할수록 오히려 인문학에 대한 관심은 높아질 것이다. 인문학은 당장에 현실에서 쓸 수 있는 세세한 기술이나 실용지식은 가르쳐주지 않지만, 인간과 세상에 대한 원리와 관점을 터득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쟁이 격화될수록 인문학적 깨달음에서 창조적 영감을 찾게 돤다.
그것은 경제적으로 큰수익을 낳기도 한다. 격화된 경쟁이 심화될수록 상처입은 영혼을 위로하고, 그들의 삶을 치유하는 인문학적 혜안이 중요해질 것이다. 갈수록 고도의 의사결정과 창조성이 중요해지는 시대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자명하다. 테크니컬한 도구나 수단을 넘어 인문학에 사람들이 몰려드는 이유인 것이다. 물론 이런 역할을 못하는 인문학은 외면받을 것이다. 대학의 인문학처럼 말이다.
글 김헌식
*독립기념관 회보에 실린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