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벌 생각으로 '할랄' 아닌 문화코드로서 '할랄'을..
데일리안 김헌식 문화평론가 입력2015.04.17. 08:40기사 내용
[김헌식 문화평론가]
때 아니게 이슬람 율법 공부가 식품업계에 불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할랄식품에 대한 정부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식품업계들이 그동안 할랄 식품에 대해서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슬람 율법 공부에 갑자기 나섰다고만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할랄 열풍이 때 아니게 불면서 여러가지 생각해볼 점을 노출시키고 있다.
우선 할랄 음식에 관해서만 주목하고 있지만 할랄은 여러 분야에 해당된다. 예컨대 화장품, 의약품, 조미료등에 이르기 까지 다양하다. 할랄 푸드나 할랄 식품에 머물지 않고 이렇게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에 관계되기 때문에 할랄 산업이라는 측면에서 보는 것이 더 적절할 수 있다. 다만 할랄 식품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그 경제적인 측면에서 더 주목을 하고 있을 뿐이겠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분야에 대해서 간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앞으로 관광이나 패션, 디자인, 금융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될 추세이기 때문이다.
↑ 서울 이태원의 한 할랄 인증 제과점. 할랄(Halal)이란 아랍어로 '신이 허용한 것'이라는 의미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무슬림이 먹고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된 식품·의약품·화장품 등을 통틀어 뜻한다. ⓒ연합뉴스
현대적인 관점에서 여전히 유효한 점도 생각해 볼 수가 있을 것이다. 특히 동물을 고통없이 스트레스 없이 도살하는 것 등은 현대 도축 시스템에서 반드시 생각해야할 점이다. 알콜로 음식을 처리하지 않는 것도 술에 대해서 관대한 한국의 문화를 되짚어 볼 수 있게 한다.
개와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은 안되며, 동물의 피와 그 피로 만든 음식도 하람으로 간주하고, 세균을 최대한 억제한 식품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등 율법에 따랐던 그들의 음식이 이제 세계적으로 청정하고 안전한 음식 건강에 좋은 음식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는 문화의 힘이 실용적인 가치를 지닐 수있고 최고의 브랜드 가치로 연결될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이며, 한식의 세계화에서도 성찰할 수 있는 점이다.
또한 한국의 제품을 수출할 생각도 중요하지만, 한국을 찾는 무슬림을 위해 할랄 서비스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미 한국을 방문하는 무슬림이 100만명 시대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이 찾을 수 있는 식당은 많지 않다. 한국에 찾아오는 외국인들 가운데 중국인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위한 식당조차 많지 않다지만, 아랍인들을 위한 식당은 더욱 형편없는 것이다.
이슬람 국가의 인구는 18억명이고, 그들이 먹는 음식의 비중은 20%에 육박한다. 전체적으로 2012년 기준으로 1조 천억 원대의 시장규모를 보여주고 있다. 그들의 한국방문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에 발맞추어 문화적 호혜의 태도가 중요하다. 그들의 문화를 우리와 대등하게 인정할 때 복잡한 할랄 인증도 오히려 쉽게 얻을 수 있다. 만약 그들의 문화에 대한 공감이 없다면 단기적인 수익 사업에만 매몰되어 소진될 것이다. 할랄 식품에대한 국내의 제도적인 미비는 수출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한국을 방문할 수많은 이슬람인들이 다시 재차 삼차 방문할 수 있도록 할랄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도 그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문화차원에서 한국과 비슷한 문화코드 차원에서 접근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아랍은 한국과 같이 가족주의 문화가 강하다. 이 때문에 음식도 가족이 같이 즐길 수 있는 것일수록 선호된다. 드라마 '대장금'이나 '주몽'같은 드라마가 아랍권에서 크게 히트를 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가족주의 문화에서 식품이나 여행, 패션, 의학을 생각할 수도 있다.
이는 할랄문화가 우리의 한류 문화의 확산에서 중요한 함의점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스스로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에 따른다면 할랄의 공유는 오히려 인간보편적인 관점에서 접근될 수 있다. 따라서 할랄을 식품이나 음식, 그리고 당장의 수출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관점에서 우리의 경제문화권으로 어떻게 끌어안을지 여러 대안을 적용해야 할 것이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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