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일 쇼 음악 중심 출연, 문화사적 사건
글/김헌식(시사문화평론가, 박사, 미래세대 행복위원회 위원)
드디어 양준일이 2020년 1월 4일, MBC ‘쇼!음악중심’에 출연했다. 30년만의 MBC 출연이었다. 사전에 출연이 예고되면서 어떤 무대를 펼칠지 많은 이들에게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다. . 그 궁금증은 열혈 팬이든 그렇지 않든 관계가 없었다. 이제 시대적 아이콘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방송에서 양준일은 가장 마지막 출연자로 무대에 올랐다. 소감을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 양준일은 "여러분 오래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했고 뒤이어 그는 그 당시에도 출연이 어려웠는데, 이번에 이렇게 출연을 하게 해준 MBC가 감사하다고 밝혔다. 양준일은 1991년에 MBC를 통해 데뷔를 했고 그 때 불렀던 노래가 공전의 히트를 했던 ‘리베카’였다. 이날 양준일이 선을 보인 노래와 무대는 바로 30년 그 자리에서 선을 보인 것이었다. 그날의 무대를 위해 빨간색 자켓에 검은 셔츠를 입고 무대에 올라 세월은 지났지만 여전한 시대적 감각과 음악적 감성을 그대로 재현했다. 그대로 재현을 했다고는 하지만 시대적 흐름을 생각했을 때 오히려 그 노래의 느낌이 더욱 더 가슴에 와 닿았다. 세월의 무게는 단지과거의 노래를 퇴색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생생하게 만든다는 점도 생각하게 했다.
이날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관객석에 앉아 있는 10대 20대 팬들이 열화와 같은 성원을 보냈다는 것이다. 50대의 가수에게 열광하는 모습은 쉽지 않다. 더구나 전혀 추억이 없는 가수인데 말이다. 통상 30-40대가 열광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양준일 무대에 이렇게 젊은 세대가 열광하는 것은 보통의 상식과는 배치되는 점이기 때문에 놀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만이 생각해보면 그렇게 놀랍지는 않다. 지금의 일명 젊은 밀레니얼 세대들은 나이 세대 구분을 하지 않고 음악적 선호를 표현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예전 노래나 가수라고 해도 문화적 취향과 코드에 맞는 맞는 노래라면 구분과 분별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그들은 문화적으로 포용력이 있다. 오히려 기성 레거시 미디어가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을 뿐이다.
요즘 음악 순위 프로그램은 대개 아이돌 음악 일색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물론 아이돌 음악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그 편중성은 방송사에게나 시청자들에게도 고민스럽게 하는 점이 있다. 이 때문에 다양한 장르가 선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봤을 때 지상파 방송사가 가진 공영성의 심대한 역할과 기능 상실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문제의식은 있어도 계기와 기회, 아이템이 마땅하지 않은 점이 있어왔다.
이번 양준일의 무대는 이런 장르적 포용성을 넓혔다고 할 수가 있다. 세대를 구분 짓고 장르 획일성을 구획하는 행태에 대해서도 경종을 울렸다. 다양한 세대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가교적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게 했다. 기성 세대로 아이돌 음악을 지켜볼 수 있는 시간이 거꾸로 되기도 했다. 다만, 이번 일회적인 무대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양준일과 같은 가수들을 무대에 오를 수도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은 시청자들과 팬들의 문화적 권리를 실현시켜주는 수단이라고 할 수가 있다.
시청률관점에서 딜레마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는 점도 있었다. 모바일의 젊은 세대들은 텔레비전을 본방 사수하는 형태의 콘텐츠 소비 패턴을 보이지 않는다. 모바일을 통해 본방을 접근하면 측면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2020년에는 과거와 현재를 미래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캐릭터와 노래 그리고 무대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과거 속에서 발굴해낸 뉴트로 방식의 매쉬업이 중요할 것이다.
물론 앞으로 양준일에게 필요한 과제도 있다. 양준일에게 30년전에 불렀던 노래를 반복시키는 것은 가요무대 방식의 올드 스타일에 머물고 말 것이다. 언제나 같은 노래를 반복하는 것은 복고의 지난 트랙에 함몰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창작하고 발매하게 된 신곡 활동이 매우 장려될 필요성이 있을 것이다. 양준일을 만든 것은 예전과 같이 방송국의 힘만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게 지적되어야 할 것이다. 팬들이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준 점, 이점을 생각할 때 앞으로도 그 진화적 궤적이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이날 무대에 오르기전 "차분하게 불타오르는 불 같은 무대 기대해 달라"라고 했는데 앞으로 그의 활동이 이렇게 이뤄지기를 바라는 것은 다른 맥락이 아니다. 다른 수많은 잊혀진 혹은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했던 가수들이 2020년 새로운 음악 문화적 세대 가교 역할을 할 수 있기를 양준일을 통해 기대해본다.
글/김헌식(시사문화평론가, 박사, 미래세대 행복위원회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