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방송 프로그램과 유시시(UCC·사용자손수제작물)의 결합이 활발해지고 있다. 드라마 <마녀유희> <내 남자의 여자> <연인이여>는 등급고지화면을 유시시로 꾸미고, <푸른 물고기>에서는 드라마 이미지에 일반인들의 프로포즈 문구를 담은 영상을 방송 끝부분에 내보내고 있다. 올해 2월 누리꾼들이 <사랑에 미치다> 출연배우의 이미지와 드라마 영상물로 제작한 뮤직비디오가 첫 선을 보인 뒤 드라마에서도 유시시가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드라마보다 앞서 예능쪽에서는 지난해부터 유시시를 소재로 한 시청자 참여형 프로그램으로 <스펀지>의 ‘셀프 스펀지’, <쇼파워 비디오>(한국방송 2텔레비전) <신동엽의 있다! 없다!>(에스비에스)를 선보이고 있고 이어 (에스비에스)과 <유유자적>(한국방송 2텔레비전)이 각각 오는 18일과 5월부터 전파를 탄다. 시청자의 제작 참여를 확대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부터 인터넷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유시시가 방송에서도 인기 콘텐츠로 자리를 잡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푸른 물고기>의 김수룡 피디는 “유시시를 통한 시청자 참여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시청자와 함께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의미도 갖게 된다고 한다. <신동엽의 있다! 없다!>를 제작하는 배성우 피디는 “유시시는 만든 이의 개인적인 관심사가 주요 소재지만 그 속에는 현실적이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일곱쌍둥이의 얼굴을 합성한 사진을 올린 엄마편에서는 재미 뿐 아니라 진한 모성애를 엿볼 수 있었다. 독창적이고 참신한 내용이라는 점도 인기 요인이다. <쇼 파워 비디오>의 안 진 피디는 “유시시는 모든 콘텐츠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인 만큼 소재가 다양하다”고 전했다. 그동안 <쇼 파워 비디오>에서 절대음감과 박자감각을 가진 37개월 신동, 신세대 부부의 별난 부부싸움 현장, 아기의 차력 쇼 등 이웃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전할 수 있었던 건 유시시의 힘이다.
유시시를 이용한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다 보니 너도 나도 유시시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배 피디는 “먼저 촬영을 했는데 다른 방송 제작진이 앞서 방송을 내보내 방송을 하지 못한 경우가 2∼3번 정도 있다”며 “전에는 일주일 전에 녹화를 하고 방송을 했는데 이제는 녹화를 한 그 주에 바로 내보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인기있는 유시시는 인터넷을 통해 널리 알려진 터라 서로 먼저 방송을 하려고 속도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비슷한 유시시를 다루거나 중복된 소재를 방송하는 경우도 있다.
한편에서는 ‘유시시 우려먹기’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미 인터넷에서 인기를 얻은 유시시를 다시 보여주기에만 머무는 경우가 있어서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유시시를 소개하는 것에서 벗어나 다른 식의 차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사진 에스비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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