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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도` `혈의누` 살인사건… 닫힌 공간이 주는 두려움
`고맙습니다` `봄날` 에선 현실과 동떨어진 낭만 이미지
영화 `극락도 살인사건`과 드라마 `고맙습니다`의 공통점은? 바로 섬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명이 아무리 발달해도 바다로 둘러싸인 고립 공간, 섬은 아직도 미지의 공간이다. 고립은 폐소공포증을 떠올리게 하는 동시에 외부에 물들지 않은 순수라는 두 가지 얼굴을 모두 가졌다. 대중문화 속에서 섬이 때로는 연쇄살인이 난무하는 공포의 비밀을 조용히 안고 있는 공간으로, 때로는 순박하다 못해 답답하기까지 한 섬처녀가 살고 있는 아름다운 곳으로 그려지는 것도 `고립`이라는 섬의 본질과 맞닿아 있다.
지난 16일 개봉한 영화 `극락도 살인사건`은 어느 날 잘려진 머리 하나가 목포 앞바다로 떠내려오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그 머리는 극락도라는 섬에서 떠내려온 것으로 밝혀졌지만 섬 주민 17명은 모두 사라진 상황. 어떻게 된 일일까. 극락도 살인사건은 바깥 세상일은 모른 채 순박하게 살아가던 섬주민 17명이 살인사건에 휘말리면서 서로 피해자, 용의자, 목격자가 되는 상황을 다룬 미스터리물이다.
갇힌 공간에 대한 두려움, `폐소공포증`은 공포ㆍ추리물의 익숙한 소재다. 섬은 "범인은 이 안에 있어"라고 늘 외치는 만화 `소년탐정 김전일`의 대사처럼 살인자와 함께 꼼짝없이 갇힌 채 범인을 찾아야 하는 극한 상황에 사람들을 몰아넣는다. MK픽처스 최윤석 마케팅 팀장은 "밀실 추리는 추리극의 고전으로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이나 `오페라의 유령`처럼 갇힌 공간 자체가 극적 긴장감을 배가시킨다"며 "섬이라는 것은 그 자체로 자연적이고 원초적인 밀실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19세기 말 동화도라는 섬에서 일어나는 끔찍한 연쇄살인을 다룬 2005년 작 `혈의누`의 뒤를 잇는 것이기도 하다.
대중문화는 물론 문학 등 여러 예술에서 섬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것은 섬은 그 자체로 하나의 완결적 사회이기 때문. `혈의 누`처럼 압축된 조선 사회를 보여줄 수도 있고 영화 `마파도`처럼 그 완결적 공동체에 외부인이 들어오면서 생기는 해프닝을 그릴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이다. 미국 드라마 `로스트`는 아예 비행기 사고로 외딴 섬에 떨어지게 된 48명의 생존자가 엮어가는 이야기다.
고립의 또 다른 얼굴인 `순수의 섬`도 대중문화의 단골 소재다. MBC 드라마 `고맙습니다`의 푸른도는 공포와는 전혀 거리가 멀다. 에이즈에 걸린 딸과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미혼모 영신(공효진 분)은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천사표. 육지와 멀리 떨어진 섬은 공포의 이미지와는 정반대인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들이 행복하게 모여 살아가는 순수의 공간으로 비쳐지기도 하는 것이다.
SBS `봄날`의 고현정, `패션 70s`의 이요원 역시 섬 출신의 순수 100%의 인물이다. 도시로 나간 이들은 비현실적일 정도로 순수하며, 이 섬처녀들과 만난 도시의 남자들은 그 매력에 빠져들고 만다. 문화평론가 김헌식 씨는 "섬은 산업자본주의에서 동떨어진 순수한 공간으로 보여지는데 영화에서는 공포와 순수가 혼재돼 나타난다면 드라마에서는 낭만적으로만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며 "섬을 소재로 한 것은 많지만 대개 한쪽으로만 치우쳐서 과연 섬이 현대 사회에서 어떤 공간인지를 제대로 다룬 작품은 없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오연주 기자(oh@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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