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자리더십

왜 그들은 대형 사고를 치는가?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3. 12. 9. 11:59

[직장인심리학콘서트]왜 그들은 대형 사고를 치는가?

대형 사고를 터뜨리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의 사고는 한 번에서 그치지도 않는다. 사고뭉치들은 대체 누구이며 왜 사건을 터뜨리는 것일까.

심장은 쫄깃 하늘은 노오란 직장생활…이유가 뭘까?

나도 조용히 지내고 싶은데, 왜 이렇게 나의 직장생활은 한 편의 대서사시일까. 최근 종영한 드라마 <직장의 신>의 정주리는 출고해야 할 물품 주문을 실수로 100개에서 1100개로 입력해서 회사를 발칵 뒤집어놓았고, 반품을 무려 1000개나 받아야 했다. 판매했어야 할 물건이 회사 재고로 잡히는 것을 확인할 때의 느낌, 심장은 쫄깃해지고 하늘은 노랗게 물든다.

확신에 찬 선택이 실패로 이어졌을 때도 큰일이다. 자신 있게 “이번 건은 문제없습니다!”를 외쳤는데 결과는 불발.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거나 평가를 좋게 받을 수 있다는 유혹에, 무리한 계약을 성사시킨다. 근거도 없이 ‘해보겠다!’며 능력에 부치는 일감을 승낙하고 본다. 바람을 믿고 배를 띄웠는데 웬일인지 배는 움직이지 않고, 바로 뒤에 적들이 쳐들어오고 있다면, 초조하다는 것만으로 상황이 끝나지 않는다. 왜 어떤 이들은 뻔히 위험이 보이는데 일단 실천부터 하고 보는 것일까?

왜 난 ‘지르고’ 보는 걸까?

곰곰이 따져보기보다는 행동을 앞세우는 사람들이 있다. 외향적인 ‘행동파’들은 말수가 많고, 말하면서 생각하고, 업무속도가 빠르다. ‘매출을 올리라’는 지시가 떨어지기가 무섭게 KTX의 속도로 사무실에서 사라진다. 이들은 생각이 떠오르자마자 실천하는 적극적인 직원이다. 러시아 작가 투르게네프는 사람을 사색가 ‘햄릿형’과 행동가 ‘돈키호테형’으로 구분했던 바 있다. 행동파 직원들은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고,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움을 하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잡을 수 없는 저 하늘의 별을 잡겠다!”던 기사 돈키호테처럼 과감하게 선택하고 움직인다. 이들이 머리보다 발을 먼저 내딛는 이유는 무엇일까?

행동우선인 사람들에게는 열광유전자가 있다

너무 좋아서 주변의 시선에도 아랑곳 않고 ‘아싸!’ 하고 소리를 질러본 적 있는가? 기쁨에 가슴이 설레고 정신을 혼미하거나,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홀에서 광란의 춤을 춘 적이 있는가? 미리 들뜬 나머지 천장이 손이 닿도록 팔짝팔짝 뛰어 보았는가?

행동부터 하는 이들은 ‘하늘에 닿을 듯한 기쁨’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심리학자 대니얼 네틀은 “외향적인 사람들은 열광의 도가니, 즉 힘이 넘치고 열의에 찬 느낌에 자주 빠진다”라고 설명했다. 베토벤의 열광소나타를 들어보았는가. 누군가는 이를 두고 ‘심장마비를 일으킬 것 같다’고 표현했다. 그만큼 과격하고 폭발적인 음조가 이어진다. 행동파들의 감정노선도 이와 같다. 절망과 죽음부터 환희와 탄생까지 극한을 달린다. 처절하게 슬퍼하고 빠르게 회복하며 기쁨으로 춤을 춘다.

코넬 대학의 신경생물학자인 리처드 데퓨도 실험대상자들에게 암페타민을 공급해 보니, 행동지향적인 사람의 뇌가 더 강하게 반응했다고 보고했다. 외향인이 내향인보다 보상시스템에 관여하는 안와전두내측피질(Medial Orbitofrontal Cortex)이 더 크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들은 자극에 강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나서는 걸 좋아한다. 움직이면서 경험을 쌓아가는 것이 가만히 앉아 생각하는 것보다 이들에게 더 큰 자극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위험을 무시하고 도박으로, 모험으로

최근 언론의 뭇매를 맞았던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경우를 보자. 그는 본인의 행동이 몰락으로 이어질 것이 쉽게 보이는 상황에서도 본인의 욕망에 충실하고 말았다. 성범죄에 엄격한 나라에서, 그것도 국가적 행사로 방문한 자리에서라… 왜 이토록 큰 위험부담을 무시한 것일까?

이는 뇌의 보상 민감성과 관련이 있다. 보상에 민감한 행동파들은 신분상승, 금전적 보상, 성적 쾌락의 충족 등 반짝이는 유혹에 약하다. 욕망하던 것이 눈앞에 보이면 위험은 못 본 척 하고 실행에 돌입한다. 이는 양날의 검이다. 덕분에 이들은 승진의 사다리를 거침없이 오르기도 하고, 치명적인 위험에 걸려들어 맥없이 추락하기도 한다.

위스콘신대의 심리학자 조셉 뉴먼(Joseph Newman)의 실험을 보자. 그는 점수를 많이 딸수록 돈을 더 많이 받는 조건으로 실험을 했다. 컴퓨터 화면에서 서로 다른 열두 개의 숫자가 무작위로 지나간다. 3에 버튼을 누르면 점수를 얻지만, 8을 누르면 점수를 잃는다는 식이다. 이 실험에서 조용하고 생각이 깊은 사람들은 점수를 잃으면 잘못을 되돌아보기 위해 속도를 늦췄지만, 행동파들은 점수를 잃어 가는데도 오히려 숫자를 선택하는 속도를 높였다. 덕분에 실수는 계속되었다.

행동파는 잠깐 생각하고 즉각 실천한다. 어이없을 정도로 대형 규모나 황당한 사고를 쳤다면 행동파다. 그들은 기쁨을 좇다보니 위험을 무시하고 행동부터 시작한다. 그 결과 대단한 성공을 맛보기도 하지만, 반대로 수습하기 어려운 사고를 칠 때도 있다.

장점은 위기상황에 강하다는 것. “내가 바로 강백호다!”

행동파의 장점은 많다. 이들은 여러 가지 업무를 동시에 무리 없이 처리한다. 멀티태스킹에 강하며, 시간에 쫓기거나 사회적인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도 업무 능력엔 변함이 없다. 조셉 뉴먼에 의하면 업무능력이 100이라고 할 때 조용한 사람들이 75%를 사용하는 반면, 이들은 업무에 90%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마감에 쫓기면 순식간에 3일 치의 업무분량을 해내는 기염을 토해내는 것이 이들이다.

사교성 지수도 높아

뿐만 아니라 상대의 감정을 읽는 것도 행동파들이 훨씬 유리했다. 신경과학자 매튜 리버먼(Matthew Liberman)은 외향형과 내향형을 32개의 조로 나누어 몇 분간 전화기로 잡담을 나누게 했다. 이후 피험자들의 답변을 비교하고 대화를 직접 들어보니, 외향적인 사람들이 상대가 어떤 기분인지 더 잘 알아차리고 있음을 발견했다. 많이 겪어보고 당해도 보니 쌓인 데이터가 많아, 분위기를 더 잘 읽는 것이다.

심리학 교수 티모시 윌슨은 45가지 종류의 딸기 잼을 맛본 뒤 맛있는 순으로 순위를 매기는 실험을 했다. 이때 판단을 내린 이유를 자세하게 설명해야 하는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의 판단 결과를 비교해 보았다. 이유를 생각할 필요가 없었던 그룹이 내놓은 결과는 전문가들의 평가와 별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생각을 곰곰이 해야 했던 이들의 순위표는 전혀 달랐다. 그들은 가장 좋다고 평가받은 잼들에 나쁜 점수를 줬다. 깊이 생각한 나머지 직관적인 선택을 방해받은 것이다.

행동파들은 생각이 너무 많아 빠지는 함정에서 자유롭다. 또한, 기회를 잡는 것은 결국 행동이다. 생각에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하면 실천해야 할 최적의 시간을 놓친다. 장점을 살리자. 무심코 선택한 것이 의외로 최상의 결정일 수도 있으니.

행동파들의 회사생활을 위한

조언 3가지

1. 일이 풀리지 않으면 잠시 손을 멈추고 생각하자.

행동파들은 시도가 많다 보니 실패도 많다. 범죄를 저지르고, 사고나 부상으로 병원에 입원하고, 운전 중에 사망하고, 위험한 스포츠를 즐기다 부상을 입고, 섣불리 결혼했다가 이혼하며, 위험을 무릅쓰고 투자했다가 종종 큰 손해를 본다. 실수나 시행착오를 줄이고 적합한 판단을 하고 싶은가? 지금 당장 해당 프로젝트에서 잠깐 손을 놓아 보라. 돌진을 잠시 멈추면 곤경을 피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던 조셉 뉴먼의 실험에서 행동파들에게 게임을 잠깐 멈췄다가 다시 하라고 지시했더니 실수가 줄어들었고, 내향적인 사람들과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는 것을 참고하자.

2. 다른 사람 말을 끊지 마세요!

행동파들은 쉽게 따지고 분노를 드러낸다. 이들은 자신들의 감정표현이 정당하다고 생각하지만, 당하는 상대는 황당하다. 내향적인 사람들은 이들의 감정이나 의견 표현을 느닷없는 것으로 받아들이며, 심지어는 무례하다고도 생각한다. 행동파들의 특기 중 하나인 ‘다른 사람 말 끊고 내 의견을 덧붙이기’를 자제하면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직원이라는 평가를 피할 수 있다.

3. 기회를 놓치지 않으며 생각의 함정에 빠지지 않는 장점을 살려라

‘자네, 도대체 생각이 있나 없나!’ 라며 실수를 마무리하라는 상사의 호통을 듣고 있는가. 화살처럼 파고드는 자괴감 때문에 성격을 고쳐야겠다고 결심하고 있겠지만 거기에서 멈추는 게 좋겠다. 행동지향형들의 최대 장점은 생각은 짧게 하고 행동에 나서는 데 있기 때문이다.

[글 이현수(MBTI 전문 작가) 사진 멀티비츠]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381호(13.06.11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