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예가 구약성서의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다.
이야기 속에서 이스라엘의 양치기 소년 다윗은 키가 2m10㎝나 되는 블레셋의 거인 골리앗을 돌팔매로 쓰러뜨린다. 사람들은 이를 약자가 강자에게 거둔 우연한 승리라고 보고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우리의 크나큰 오해일 뿐이다. 다윗은 철저하게 약자의 강점을 이용해 승리를 거뒀다.
큰 덩치와 40㎏가 넘는 갑옷 탓에 근거리 전투만 가능한 골리앗에 대항해 다윗은 민첩하게 움직이며 빈틈을 공략했다. 또 골리앗은 완력이 센 병사였다기보다 말단비대증을 앓고 시력문제가 있는 거인일 뿐이었다.
강자도 겉보기만큼 강하지 않고 나약한 사람도 장점을 파악해 더욱 강해질 수 있는 있다는 것이 이야기의 핵심이다.
말콤 글래드웰은 '아웃라이어'와 '블링크', '티핑포인트' 등 책을 발표할 때마다 큰 반향을 일으킨 작가다. 그의 신작 '다윗과 골리앗'은 힘과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이 얼마나 잘못됐는지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약자가 강자에게 승리한 이야기는 이뿐만 아니다.
'로그인'(login)을 '로진'(lojin)이라고 읽을 정도로 난독증을 앓던 변호사 데이비드 보이스는 적지 않고 암기하는 능력을 키워 MS의 반독점 소송을 맡았고, 살롱이라는 기존 질서에 대항해 독특한 작품 세계를 구축한 인상파들은 세계 미술사에 이름을 남겼다.
심지어 역사학자 아레귄-토프트는 약소국이 강대국의 규칙에 따르지 않고 전투를 벌일 경우 승률은 63.6%까지 올라간다고 주장한다.
가난, 장애, 불운 등 피할 수 없는 거인 앞에 선 약자들이 승리를 거둔 이야기는 현실을 힘겹게 사는 대중에게 위로와 희망을 준다. 또 강자에게는 힘의 한계를 분명히 인식하고 그 힘을 사용하는 데 신중하라고 일침을 가한다.
결국 기득권의 벽을 깨고 역사를 바꾸는 사람은 불리한 조건에 놓인 약자들이다.
여러 저서를 통해 한국의 경제 현안을 명쾌하게 설명한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이 직접 번역을 맡았다.
21세기북스. 352쪽. 1만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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