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예능계에서 눈에 띄게 잘 나가는 두 직종이 있습니다. 바로 셰프와 전문 트레이너인데요.
MBC 예능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만 봐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마리텔'은 매주 토요일 방송 때마다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장악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그런데 매번 화제몰이의 중심에 있는 출연진은 예능에 능한 전문 방송인 김구라, 걸그룹 AOA의 인기 멤버 초아도 아닌 바로 '백주부' 백종원과 '몸매종결자' 예정화입니다.
백종원은 '마리텔'에서 '슈가보이'라는 별칭을 얻으며 매력발산 중입니다. 간단하면서도 맛깔 나는 요리법을 알려주는 것은 물론 깨알 같은 웃음 포인트도 놓치지 않습니다.
"브로콜리 삶아서 초장 찍어 먹는 건 진짜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가 생중계 방송을 지켜보던 시청자들이 '초장 비하 발언이냐'며 원성을 쏟아내자, 진지한 태도로 '초장님'께 사과를 하는 식입니다.
이 기세를 몰아 tvN 새 예능 프로그램 '집밥 백선생'을 통해 '백주부 집밥 스쿨'까지 차린 걸 보면 (본인은 부인할 지라도) 백종원이 예능 대세가 맞긴 맞는 것 같습니다.
'뒤태 미녀' 예정화 트레이너를 빼놓을 수는 없습니다. '마리텔'에서 예정화는 '달콤살벌한 체육교실'이라는 주제를 내걸고 아름다운 몸매로 거듭나는 노하우를 전수 중입니다.
아침 공복 수영 후 "오늘 저만 잘 따라하시면 국가대표급 몸매를 만들어드리겠다"며 동네 헬스장 전단지에서나 볼 법한 멘트를 날리는 그녀.
방송이 끝나면 '집에서 하는 5종 운동'과 같은 운동법보다 '예정화 수영복 몸매', '예정화 밀착 트레이닝복' 등이 더 이슈가 되곤 하지만, 그녀의 체육 수업은 공짜로 듣기엔 무척 알찬 운동법과 정보로 가득합니다.
(예정화는 전문 스포츠 트레이너로 현재 미식축구 월드컵 국가대표팀 코치를 맡고 있습니다.)
이처럼 백종원으로 대표되는 '요리하는 남자'와 예정화로 대표되는 '운동 가르치는 여자'를 빼놓고 최근의 예능 트렌드를 설명하긴 어렵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맛있는 요리를 뚝딱 만들어내는 남성 셰프들과 일상에서 따라 하기 좋은 운동법을 소개하는 여성 트레이너에 시청자들의 관심이 동시에 쏠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상파는 물론 케이블채널 예능 제작진들은 이들을 활용한 프로그램들을 우후죽순 만들어 왔습니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하며 인기를 얻은 셰프 샘킴, 최현석, 김풍 등은 요리와는 전혀 상관없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활동 영역을 확장했습니다.
샘킴은 MBC '일밤-진짜 사나이 시즌2'에서 초조한 표정과 들썩이는 어깨로 웃음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최현석은 KBS 2TV '인간의 조건 시즌3'에, 김풍은 SBS '주먹쥐고 소림사 시즌2'에 합류해 활약을 펼칠 예정입니다. 올리브TV '올리브쇼' 시리즈에 출연했던 셰프 레이먼 킴도 요즘 SBS '정글의 법칙'에서 고생 중이죠.
유승옥은 예정화와 함께 가장 뜨거운 '운동 가르치는 여자'로 꼽을 수 있습니다. SBS '스타킹'은 '유승옥 프로젝트 10주의 기적'을 특별 기획해 시청률 사냥에 나섰습니다. 유승옥은 '제2의 유승옥'을 꿈꾸는 도전자들에게 자신만의 운동 비법과 식단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온스타일 '더 바디쇼'의 서브 MC로도 합류했죠. 유승옥은 매주 방송에서 몸에 딱 붙는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약간은 민망한 자세의 운동법을 몸소 보여주며 시청자의 트레이너로 활동 중입니다.
최근에는 예정화, 유승옥 외에도 운동 관련 전문 자격증을 보유한 정아름, 박초롱, 이연 등이 브라운관을 통해 건강미 넘치는 몸매를 과시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요리하는 남자와 운동 가르치는 여자의 인기, 들여다보니 괜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성(性)과 관련한 기존의 전통적 관념들이 현대사회에 접어들며 뒤집히고 있기 때문인데요.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요리는 여자만의, 운동은 남자만의 영역이라는 틀이 깨지면서 남성 셰프와 여성 트레이너가 시청자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갔던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맛있는 음식과 명품 몸매는 상반된 소재 같지만, 많이 먹을수록 운동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높아지기 때문에 둘은 결국 같은 맥락에 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YTN PLUS 김아연 기자 (withaykim@ytnplus.co.kr)
[사진출처 =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JTBC '냉장고를 부탁해', 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 온스타일 '더 바디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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