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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툼은 있지만 시민단체나 제작진은 적이 아니라 방송의 공익성을 생각하는 동지다.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정말 지탄의 대상은 정부 정책이기 때문이다. 사실 멧돼지 문제는 갑자기 불거진 것도 아니다. 오랫동안 꾸준하게 문제 제기가 이뤄졌다. 그러나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멧돼지의 피해가 시골이 아니고, 피해액의 대부분이 농산물이 아니라 공산품이라면 다른 정책적 행보를 보였을 것이다. 기껏 내놓은 정책은 2만여 마리의 멧돼지 사냥 허용이었다. 사실 가장 손쉬운 방법이었다. 공익을 우선한다면 방송 프로는 이러한 정부 정책을 재검토하면서 다른 방안 모색 과정을 구성했어야 한다. 그러나 제작진은 멧돼지 살상을 채택하면서 손쉬운 정부 정책을 홍보하는 창구 역할을 자임하는 셈이 됐다. 더욱이 농촌경제가 처한 근본적인 모순구조는 배제됐다.
방송에서 공익성은 주체마다 다르고 때로 목적과 수단이 혼동될 수도 있다. 타블로의 형인 이선민씨가 <무한도전> 뉴욕편을 비난한 것처럼 이 프로그램의 공익성 지향에 이견이 있다. 다문화 시대의 소통을 강조하던 <미녀들의 수다>는 주객을 전도시키고 외국인 여성을 성 상품화해 오더니 마침내 루저 발언 소송에 휩싸였다. 사실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러브하우스’ ‘이경규가 간다’, <느낌표>의 ‘눈을 떠요’ ‘산넘고 물건너’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에서 다룬 소재는 모두 인간 중심의 공익성과 공공성을 지향했다.
그러나 ‘헌터스’는 공익성 또는 공공성의 모순에 무감각했고 너무 인간중심적이었다. 공익성과 공공성의 시각은 어느새 다양화하고 확장됐다. 따라서 인간 중심 공익성 프로는 딜레마에 부닥친다. 다른 생명체를 위한 방송의 공익성과 공공성이 인간을 위한 공공성과 모순을 빚는다. 현실적으로 오락 프로그램에서 공익성과 공공성을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가뜩이나 정치, 자본의 공학에 따라 흔들리는 판에 공익성 프로그램이 위기에 처했다. 자칫 <헌터스>의 인간 중심주의가 이런 프로그램이 아예 폐지되는 꼬투리가 되지 않도록 인간과 동물의 상생 방안 모색이 우선이다.
김헌식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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