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도별로는 2008년 0.76%, 2009년 0.68%, 2010년 0.72%, 2011년 0.77%였다. 내수시장이 불안정해도 총광고비 비율이 국내총생산 대비 1% 이상을 유지하는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이명박 정부 들어 계속 1%를 밑돌고 있다. 왜 그럴까?
경기 불황 탓만은 아니다. 광고주들은 불황이 시작되면 무조건 광고비부터 축소하면서 그것을 구조조정이나 예산 절감이라는 이름으로 합리화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불황기에 광고비를 축소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여러 연구 결과가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스탠퍼드연구소(SRI)는 "1980~1981년 미국 불황기에 광고비를 삭감한 기업은 1980~1985년 19% 성장하는 데 그쳤으나 광고비를 유지한 기업은 약 275% 성장했다"고 보고했다.
일본 닛케이광고연구소(日經廣告硏究所)가 발표한 '유력 기업의 광고 선전비' 보고서에서도 1983~1991년 광고비 상위 346개사 중 불황기에 광고비를 유지한 기업이 축소한 기업보다 불황이 끝난 후 매출액이 2배 이상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광고비 축소만이 능사는 아니며 불황기가 오히려 광고 효과를 높일 수 있는 기회라는 뜻이다. 불황기에 적극적으로 광고 활동을 전개함으로써 불황이 끝난 후 브랜드 가치를 높인 사례들에서 이런 주장에 대한 타당성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 월마트 사례를 보자. 1980년대 중반 극심한 불황이 시작되자 당시 미국 내 두 번째로 큰 유통회사였던 K마트는 광고비를 50% 삭감하는 대신 절약한 예산으로 가격 인하 정책을 펼쳤다.
그렇지만 K마트 매출은 늘지 않았고 인지도도 떨어졌다. 반면에 월마트는 불황기를 오히려 성장 기회로 판단하고 이성적인 광고 공세를 펼쳐 확고한 1위 자리를 유지했다. 다시 불황 조짐이 엿보였던 2007년에도 월마트는 '절약하며 더 잘사세요'라는 대대적인 캠페인을 전개했다.
우리나라 쿠쿠홈시스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에 들어가던 시점에 자금난에 직면했지만 적극적인 광고 활동을 전개함으로써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켰다. 1998년부터 3년간 50억원을 광고비로 투자한 결과 경기 회복 후 매출이 20배나 성장함으로써 동종 업계에서 브랜드 파워 1위에 올랐다. 당시 작은 회사에 불과했던 쿠쿠홈시스 형편에서 50억원이라는 광고비는 대기업에서 집행하는 500억원에 버금가는 금액이었다. 불황이 끝난 후 쿠쿠 압력밥솥 점유율은 1999년 35%에서 2002년 49.9%로 상승했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위즉기(危卽機)'는 불황기 광고 활동에도 적용된다. 광고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난다면 광고비를 불황기에 줄이고 호황기에 늘리는 정책을 써도 무방하다.
그렇지만 광고하는 즉시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일정 기간이 지난 후 효과를 발휘한다는 메시지 지체 효과, 수면자 효과(sleeper effect), 이월효과 같은 광고효과 이론이 왜 나왔겠는가? 불황기에 접어들었다고 해서 곧바로 광고비를 축소하는 것은 지나치게 근시안적인 안목이요, 시대착오적인 자린고비 정신이다.
광고 활동이란 소비자 마음이라는 은행에 어떤 브랜드를 장기적으로 저축하는 행위가 아닐까? 광고비를 비용이 아닌 투자라고 생각하는 발상 전환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시점이다. 어려울 때 투자한 광고비가 나중에 브랜드 자산을 빛내주는 비옥한 거름이 될 것이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