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 과거가 필요한 까닭. 그것은 우리의 미래 탐색일까.
관상(2013), 변호인(2013), 사도(2014), 밀정(2016), 택시운전사(2017), 마약왕(2018). 모두 배우 송강호의 출연작이다. 모두 과거의 소재를 다룬 작품들이다. 그리고 2019년 나라맛싸미도 사극으로 과거의 이야기를 다룬다. 2013년 설국열차는 인류의 미래를 다룬 작품인데, 이후에는 모두 과거 속의 인물과 스토리를 다룬 작품에 출연한 셈이다.
본인이 어떤 생각으로 영화에 출연한지는 알 수가 없지만 어느새 과거속에 송강호가 각인되어 있는 셈이다. 물론 본인이 그렇게 각인되는 것에서 지나쳐 과거에 감금되는 일이 있어서는 곤란할 수도 있다. 설국열차는 암울한 미래를 다뤘다. 물론 영화의 결말은 살아남은 소수들의 세계 재건을 암시하고 있지만 오히려 디스토피아적인 전망을 더 강하게 남겼다. 꼬리칸은 이를 단적으로 압축하고 있다. 마지막 남은 꼬리칸에 타기위해 실제적인 행동을 보였고 이는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 열풍이나 부동산 투기 광풍으로 이어졌다.
암울한 미래 상황이 전망된다면, 결국 과거로 돌아가는 행태들이 나타나고는 한다. 영화 변호인이나 택시 운전사처럼 지나간 과거 인물 가운데 부각하고 싶은 캐릭터를 찾아 재부각할 수도 있다. 또한 영화 사도 같이 미완의 인물이나 사건을 다시 재구성하여 새로운 대안을 찾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영화 관상처럼 다시금 반복될 수 있는 역사를 생각하거나 세상의 비정함 속에서 개인의 분투를 다시금 고찰할 수도 있다.
그런네 마약왕에는 어떤 인물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몰입을 할 수 없는캐릭터 측면이 드러난다. 마약을 팔았던 범죄자가 나올 뿐이다. 소시민적인 욕망이 아무리 적용된다고 해도 그는 범죄자에 불과하다. 역사적이거나 사회적 명분은 없고 오로지 개인의 욕망이 있다. 그 흔한 가족조의조차도 그렇게 뚜렷하게 드러난다고 볼 수 없다.
물론 배우 송강호의 연기력을 다시 한 번 그 진가를 발휘하게 만들었다. 본래 악한 캐릭터일수록 배우의 연기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디 절대 악인이 있을까. 처음에는 상대적으로 출발하는 법이다. 중요한 것은 악한 캐릭터를 통해서 미래에 과연 우리는 어떻게 해야하는가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여력을 가져야 한다. 현대사를 다룬 작품들은 주로 권력과 이를 둘러싼 부패 커넥션 속에서 개인의 성공을 기도했던 이들의 몰락을 많이 그려낸다. 그러나 정말 몰락을 했을까라고 묻지 않을 수 없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서 일부 그려진 것처럼 위기 속에서 여전히 그들은 기득권을 재구축하거나 재변화했고 여전히 건재하다.
과거를 다루는 콘텐츠들을 다루어야 할 점은 여기에서 자유롭지 않다. 과거를 돌아보는 것은 통제감을 쉽게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제감을 발휘했기 때문에 완결된 것처럼 해결할 수 있었던 듯이 인식하게 된다. 그러나 과거는 여전히 현재를 거쳐 미래애 영향을 미치고 있다. 송강호가 과거의 영화 속에서 열연하는 캐릭터들은 주로 소시민이면서 허세가 있으면서 영리하고 나름대로 고초를 겪지만 삶을 영위해나가는 캐릭터들이다. 특히 허세와 요령피우기를 통해 욕망을 충적하기 위해 돌파하려 한다. 과거에는 그런 캐릭터가 현실속에서 성과를 가졌는지 모른다. 과연 미래에도 통할 수 있을까. 그런 캐릭터가 등장하는 현실 나아가 미래적인 영화들은 과연 얼마나 대중적인 주목을 받을까. 이미 그런 시대는 아닌 것이다.
글 김헌식(박경리 토지문화관 외래 교수,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