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국가 만들기

사이버 렉카 대응방법 너무 비싸다.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25. 3. 11. 07:56

 

-플랫폼 책임 의무와 국가적 대리변호 제도도 필요..

 

글/김헌식(중원대학교 특임교수, 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 평론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 20242월 발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유명인들의 자살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응답자의 93.2%"사이버 레커들의 근거 없는 의혹 제기"라고 답했다. 이는 비단 일부 유명인들에게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인식 때문인지 사이버 레커가 사회문제라는 점에 응답자의 92.0%가 동의했다. 사실 유명인만이 아니라 일반인들도 얼마든지 그 희생자가 될 수 있는 디지털 미디어 환경이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의식은 공유가 되었지만, 현실적으로 대응하기는 쉽지 않아 왔다. 하지만, 최근 대응이 급()진전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 시초는 아이브의 장원영이었다.

 

20235, 걸그룹 아이브의 장원영 측은 미국 법원에 유튜브 탈덕수용소운영자에 대한 신상정보를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며칠 만에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그 앞선 기간은 매우 길었다. 애초에 202112, 장원영 측이 법적 대응을 밝혔는데 본격적인 법적 대처에 나선 것은 202210월이었다. 일단 탈덕 수용소운영자의 행위가 테러라며 손해배상을 요구했지만, 신상정보를 알 수가 없어서 진행이 더 이상 되지 못했다. 구글 코리아가 채널 운영자의 정보는 미국 본사에서 관리한다며 협조를 거부했던 것이다. 고민하던 장원영 측은 미국 소송법상 제도인 디스커버리(discovery, 증거개시제도)를 활용한다. 이는 우리나라에는 없는 제도인데, 재판 전에 증거와 자료를 제시하여 쟁점을 명확히 하는 것으로 이후에는 객관적인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재판을 진행하는 것이다. 아울러 모욕죄가 아니라 명예훼손(defamation)과 업무방해(business interference)를 적용했다. 결국, ‘탈덕수용소운영자의 신상정보를 구글이 공개했고 이를 토대로 재판에 나설 수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2025221사이버 레커 유튜버대명사 뻑가에 대한 신상정보도 특정되었다. 특히, () BJ 잼미를 죽음에 이르게 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장본인으로 악명이 높은 인물이다. 뻑가에 대한 신상정보는 BJ 과즙세연 측이 밝혀냈다. BJ 과즙세연 측은 뻑가가 특정 인물과 금전을 대가로 성매매했다거나 원정 도박을 사실화했기 때문에 허위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 고소했다. 뻑가의 신상정보를 알아낸 방법은 장원영 측과 같았다.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법원에 디스커버리(discovery, 증거개시제도)를 이용해 정보를 공개 받았다. 본격적인 재판이 가능할 텐데 여전히 한계가 있다. 우선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그런데 가수 장원영이나 BJ 과즙세연이 신상정보를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은 로펌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로펌을 고용할 수 있는 경제적 여력이 있어야 한다. 가수나 배우라도 이런 정도의 소속사가 아니라면 보통은 해낼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여력이 없는 아티스트들이 집중 목표가 될 수 있다. 두 번째로 재판에 들어가도 현행법의 한계로 손해배상액수가 적다. 장원영의 경우 1심에서 1억 원의 배상금이 판결되었지만 2심에서는 5천만 원으로 그 절반에 한했다. 2021년부터 탈덕수용소는 매달 천만 원씩 총 25천만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짐작이 되는데. 그에 비하면 적은 액수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수익이 더 크기 때문에 사이버 렉카를 운영하는 게 낫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국회에는 이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이 제출되는가 하면 나아가 부당 이익의 환수까지 포함을 시키려 한다. 아울러 최소한 소송 비용 이상을 피해자에게 돌려는 주어야 한다.

 

하지만 정작 이렇게 해도 유튜버와 같은 크리에이터들이 불법 행위로 수익을 버는 행위에 대해서 플랫폼의 책임을 묻지 않게 된다. 무엇보다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책임을 의무화할수록 개인적인 소송 비용이나 피해와 고통은 덜할 수 있다. 2017년 독일은 소셜 네트워크 법집행 개선을 위한 법률(NetzDG)제정하고 2018부터 본격적으로 실시했는데 이용자가 신고한 불법콘텐츠를 소셜 네트워크 사업자가 24시간 내 처리해야 한다. 특히, 공격적인 글들은 최대한 7일 이내에 처리해야 한다. 콘텐츠를 올린 이와 신고자에게 즉시 해당 조치 결과 등을 알려야 한다. 이를 어기면 최대 5,000만 유로(660억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불법 게시물의 유형은 혐오 및 차별 발언, 테러 선동, 허위 정보, 아동및 미성년자 포르노, 위헌(違憲) 단체의 상징물 등이다. 이미 형법에서 불법으로 규정한 불법 표현물의 처벌을 소셜미디어 사업자에게도 적용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강력한 조치가 필요한데 불법콘텐츠에 대한 삭제는 권고 사항에 그칠 뿐이고 그 과정도 매우 느리다. 독일의 사례가 가진 한계를 넘어 일반 사례에 맞게 정립해야 한다.

 

무엇보다 유튜브 등의 불법콘텐츠로 피해를 보는 당사자들이 법적 대응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법률 대리인을 개인적으로 고액의 수임료가 없어도 대응할 수 있는 국가대리인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정부는 배우나 가수가 좋은 성취를 내외적으로 할 때는 치하하고 추켜세우지만, 정작 그들이 불법 게시물로 고통받는 상황을 외면해 왔다. K 콘텐츠의 글로벌 영향력을 통한 국가 브랜드 가치의 제고라는 면에서 국가 문화 자산으로서 그들을 보호해야 하는 것이 정부의 책무라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그들이 악플이나 사이버 렉카 등으로 인해 목숨을 잃을 때마다 국가 브랜드 가치가 훼손되는 한류의 현실을 분명하게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