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 그릇을 나누는 사람이 그리운 사회
김헌식(평론가, 박사)
이경규 강호동의 '한끼 줍쇼!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방송 1년을 맞았다고 한다. 이 프로그램은 스타들이나 연예인들이 밥 한끼를 먹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허락을 맡아야 한다. 밥은 혼자 먹으면 그만이라는 혼밥 트렌드와는 다른 점이다. 오히려 혼자 밥을 먹는 분위기가 더 일반적이기 때문에 이런 프로그램이 호응을 받은 게 아닐까 싶다. 그런데 여기에서 연예인은 단지 관음증때문에 등장했을까. 스타들이라면 당연히 남의 눈치 보고 다른 이들에게 밥을 구걸 혹은 애원해야 할 존재는 아니다. 스타들은 일반인의 모습을 반영하기도 하지만, 그 모습이 극단화 되는 존재이기도 하다. 밥 한릇을 먹는다는 일이 얼마나 위대한 일인가. 석가모니가 밥 한 그릇을 먹기 위해 수 킬로를 걸어 제자들과 오갔던 곳은 밥 한끼의 중요성을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우리는 갈수록 자유는 갖고 먹을 거리는 풍부해 보이지만 혼자 밥을 먹어야 한다. 집단에서 억지로 밥을 먹어도 문제지만 언제나 혼자 밥을 먹는 것도 정신적 육체적 건강이 위협받게 하는 점이기도 하다. 미래에는 밥 한 그릇을 같이 먹을 수 있는 존재가 옆에 있다는 것이 매우 소중할 것이다 더욱더.
그런데 여기에서 단지 밥을 먹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밥을 먹으면서 대화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때로는 거꾸로 아무하고나 밥을 먹지 않는다. 밥을 먹는다는 것은 대화를 하는 것이고 그 대화 속에서 자신을 드러내고 타인을 알아가고자 하는 것이다. 밥을 한 번 먹자는 것은 사귐과 길들이기의 시작이다. '한끼 줍쇼'에서도 처음보는 사람과 식사를 해야하고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이때, 생각하지 못했던 삶을 접하게 된다. 오히려 많은 것을 배울 때가 더 많게 된다. 단지 밥 한끼 이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점심에는 반드시 다른 이들과 밥을 먹어야 한다는 경영학 이론도 나오고 있다. 워렌 버핏의 사례는 이런 맥락에서 자주 언급된다.
밥을 혼자 먹는다는 것은 이러한 기회 자체가 없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단지 같이 밥을 먹는다는 것은 혼자 먹는 것이 이상하기 대문이 아니라 서로에게 풍성한 정신적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물론 그 음식을 함께 나눌만한 사람인지는 결코 알 수가 없는 것이다. 그것이 기대감과 실망감 속에서 묘한 긴장감속에서 흥미를 자아낸다. 모르는 사람과 식사는 처음에는 낯설어하게 만들지만 많은 경우 익숙함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혼밥에 안에 갇히는 것이 유토피아라고만 할수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