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 칼럼>미래 먹을거리 찾는 대기업들, 아이유를 배워라
2010.12.27 08:11
[김헌식 문화평론가]새벽은 어둠속에서 잉태한다. 한낮 속에 한밤이 있다. 활황속에 불황이 있으며, 불황속에 활황의 씨앗이 자라고 있다. 지상파 가요 프로그램을 올킬한 아이유는 '망언스타'가 되었다. 자신은 연예인치고는 예쁘지 않다는 말을 어느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서 밝혔기 때문이다.
또한 20여 번의 오디션에 떨어졌는데 안 예뻤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표적으로 그것이 박진영의 JYP 오디션에 떨어진 이유라는 심증도 있다. 아이유가 인기를 끄는 것은 자칭(自稱)이 아닌 바로 타칭(他稱) '3단 고음'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외모보다는 실력이 더 중요하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아이유는 성형을 하지도 않겠다고 했다. 세간의 풍문대로라면, 이 역시 결격 사유다. 만약 대형기획사의 결정에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성형에 대한 의사결정은 자신과는 관계가 없다. 자신의 몸에 대한 의사결정이 이미 포기된 것이다. 많은 경우에는 자발적으로 그러한 결정에 순응해야 한다.
2010년도 걸 그룹이 가요계는 물론 대중문화 전반을 휩쓸었다. 이런 현상을 본다면, 아이유를 뽑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2011년에도 걸그룹이 대세만은 아니라는 점에서 본다면, 아이유를 못 알아본 것은 큰 낭패감으로 다가올 수 있다. 현재의 아이유 신드롬을 보면 더욱 그렇다.
대중가요계는 물론 방송계, 대중문화전반은 대안이 없다는 이유 때문에 걸그룹을 붙잡아매두고 긍긍하기도 했다. 아이유도 2008년 발리드 '미아'로 데뷔했지만 주목을 받지 못했고,'부(BOO)', '마쉬멜로우' 등의 노래를 발표해도 마찬가지였다. 방송프로에서 소녀시대의 '지(Gee)'를 편곡하며 기타 연주에 노래를 불렀기 때문에 대중적 주목을 크게 받기 시작했다.
아이유의 올킬이나 음원차트 석권의 의미는 걸 그룹이 아니라 솔로가수라는 점 말고도 또 있다. 소속사가 SM, YG, JYP라는 이른바 3대 소속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각종 음원과 음반 사이트 1위에 이어 지상파 방송차트 1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대기업 틈바구니에서 중소기업이 1위 한 셈이다.
3대 기획사에서는 치밀한 시장조사와 마케팅 표적을 염두한 사전 검증의 필터링과 체계적인 훈련을 거쳐서 아이돌 그룹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아이유는 대조적인 측면에서 창조적 파괴라는 느낌이다. 그 과정은 단순히 어느 한 순간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인내와 시도의 반복이었고, 작은 기회도 잘 잡고 살려내어 그 진가를 인정받았다.
유행과 트렌드에 영합하는 걸그룹의 범람과 획일적인 가요콘텐츠는 대중에게서 많은 식상함과 비판을 얻어 온 터였다. 예컨대 아이유는 밝고 경쾌한 발라드를 통해 가요계를 오랫동안 휩쓸어온 후크송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무엇보다 가창력 중심의 노래를 솔로곡으로 잘 소화해내고 있는 것은 새로운 콘텐츠의 등장으로 볼 수도 있다. 이른바 대중성과 음악성을 겸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유 신드롬이 단지 획일적인 걸그룹의 노래와 안무에 싫증이 난 대중들의 일시적인 피로증 덕분인지,독자적인 콘텐츠 가치가 확실하기 때문인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는 있지만, 의미와 가치는 지금만으로도 충분하다. 이러한 점은 허각이 슈퍼스타 K-2에서 허각으로 상징화되었다. 보컬그룹 브라운아이드소울이 방송출연 한번 없이 각종 음원 사이트에 1위에 오르고 지상파 가요프로그램 2위에 오른 것도 마찬가지다.
사실 어느날 갑자기 이루어지는 것이 없는지도 모른다. 슬옹의 '잔소리'의 참여와 대중적 인지는 거인의 어깨 위에서 자신의 꿈을 펼칠 수도 있어야 한다는 금언 아닌 금언을 생각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규격화된 걸그룹 상품에서 자생력을 가진 뮤지션의 가능성을 아이유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지속가능성 지수로 가수들을 평가한다면 지금의 가요차트 순위는 전혀 달라질 것이다. 갑자기 뜬 별은 일찍 사라진다. 우여곡절이 깊으면, 지속가능성은 크다. 자신의 실력과 자생력이 우여곡절 속에서 그만큼 탄탄해졌기 때문이다.
아이유는 실제로 싱어송라이터이며 따뜻한 감성의 보컬이 되려는 꿈을 밝혔다. 바로 자생력이 없는 걸 그룹들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이유가 중학생 때부터 오디션을 보러 다닌 것은 역동적이고 능동적이며, 대범한 모습이기도 하다. 순수하고 귀여운 매력에 너무 의존해, 문근영의 딜레마를 돌파해야 하는 과제는 개성적이면서도 보편의 감성적 발라드를 통한 지속적인 요소의 강화와 맞닿아있다.
다만, 한국에서 약해진다는 기업가정신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수는 없는지 묻고 싶다. 한국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기업가정신지수는 1999년 41.9에서 2005년 4.5로 급락한 뒤 좀처럼 상승하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청의 적용 결과에 따르면 2000년 53.2였던 지수는 2007년 18로 급락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2000년 61에서 2007년 24로 떨어진 이후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고 한다. 100대기업 최고경영자들의 82%가 기업가정신이 쇠퇴했다고 말하고 있다.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을 살리기 위해 덴마크는 국가 차원에서 ´기업가정신 지수(Entrepreneurship Index)´를 개발 매년 발표하면서 독려, 지원하고 있다.
최근 한국의 대기업들의 미래 준비가 많은 부분에서 겹치고 있어서 우려스럽다는 지적도 있다. 이는 결국 안전지향적 모험기피적인 행태라서 미래준비하고 할 수 없으며, 기업가 정신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이 나오고 있는 이유가 되고 있다.
남들이 다 걸그룹으로 몰려갈 때, 대형기획사가 후크송과 집단 군무로 컨셉을 획일화 할 때, 아이유는 솔로가수로, 발라드라는 장르로 자신만의 콘텐츠를 특화했다. 여기에 무엇보다 가창력을 바탕으로 대중들에게 설득력을 얻을 수 있는 컨셉을 적용하고, 지속적 소구력을 갖추려 했다. 이러한 점에서 2010년을 마무리하는 점에서 아이유 올킬 현상은 2011년 대중가요와 대중문화계는 물론 한국사회와 경제의 방향성을 함의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유는 완성형이 아니다. 아이유 역시 기존의 아이돌 그룹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성형은 거부해도 화장을 통해서 그것을 가리고 있다고 스스로 말한 데서 드러나는 것일지도 모른다. 1위에 자신의 고등학교에 떡을 돌려 인터넷에서 화제를 낳았다는데, 아이유도 화장을 진하게 한 10대 소녀 가수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외모 컴플렉스는 여전히 괴롭힐 것이다. 그자체가 본질적인 모순을 가지고 있는 대중가수의 프레임이기 때문이다. 프레임을 넘나드는 것이 창조적 파괴일 것이고 그것을 이끌어내는 것이 기획사에게 필요한 기업가정신이겠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또한 20여 번의 오디션에 떨어졌는데 안 예뻤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표적으로 그것이 박진영의 JYP 오디션에 떨어진 이유라는 심증도 있다. 아이유가 인기를 끄는 것은 자칭(自稱)이 아닌 바로 타칭(他稱) '3단 고음'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외모보다는 실력이 더 중요하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아이유는 성형을 하지도 않겠다고 했다. 세간의 풍문대로라면, 이 역시 결격 사유다. 만약 대형기획사의 결정에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성형에 대한 의사결정은 자신과는 관계가 없다. 자신의 몸에 대한 의사결정이 이미 포기된 것이다. 많은 경우에는 자발적으로 그러한 결정에 순응해야 한다.
2010년도 걸 그룹이 가요계는 물론 대중문화 전반을 휩쓸었다. 이런 현상을 본다면, 아이유를 뽑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2011년에도 걸그룹이 대세만은 아니라는 점에서 본다면, 아이유를 못 알아본 것은 큰 낭패감으로 다가올 수 있다. 현재의 아이유 신드롬을 보면 더욱 그렇다.
대중가요계는 물론 방송계, 대중문화전반은 대안이 없다는 이유 때문에 걸그룹을 붙잡아매두고 긍긍하기도 했다. 아이유도 2008년 발리드 '미아'로 데뷔했지만 주목을 받지 못했고,'부(BOO)', '마쉬멜로우' 등의 노래를 발표해도 마찬가지였다. 방송프로에서 소녀시대의 '지(Gee)'를 편곡하며 기타 연주에 노래를 불렀기 때문에 대중적 주목을 크게 받기 시작했다.
아이유의 올킬이나 음원차트 석권의 의미는 걸 그룹이 아니라 솔로가수라는 점 말고도 또 있다. 소속사가 SM, YG, JYP라는 이른바 3대 소속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각종 음원과 음반 사이트 1위에 이어 지상파 방송차트 1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대기업 틈바구니에서 중소기업이 1위 한 셈이다.
3대 기획사에서는 치밀한 시장조사와 마케팅 표적을 염두한 사전 검증의 필터링과 체계적인 훈련을 거쳐서 아이돌 그룹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아이유는 대조적인 측면에서 창조적 파괴라는 느낌이다. 그 과정은 단순히 어느 한 순간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인내와 시도의 반복이었고, 작은 기회도 잘 잡고 살려내어 그 진가를 인정받았다.
유행과 트렌드에 영합하는 걸그룹의 범람과 획일적인 가요콘텐츠는 대중에게서 많은 식상함과 비판을 얻어 온 터였다. 예컨대 아이유는 밝고 경쾌한 발라드를 통해 가요계를 오랫동안 휩쓸어온 후크송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무엇보다 가창력 중심의 노래를 솔로곡으로 잘 소화해내고 있는 것은 새로운 콘텐츠의 등장으로 볼 수도 있다. 이른바 대중성과 음악성을 겸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유 신드롬이 단지 획일적인 걸그룹의 노래와 안무에 싫증이 난 대중들의 일시적인 피로증 덕분인지,독자적인 콘텐츠 가치가 확실하기 때문인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는 있지만, 의미와 가치는 지금만으로도 충분하다. 이러한 점은 허각이 슈퍼스타 K-2에서 허각으로 상징화되었다. 보컬그룹 브라운아이드소울이 방송출연 한번 없이 각종 음원 사이트에 1위에 오르고 지상파 가요프로그램 2위에 오른 것도 마찬가지다.
사실 어느날 갑자기 이루어지는 것이 없는지도 모른다. 슬옹의 '잔소리'의 참여와 대중적 인지는 거인의 어깨 위에서 자신의 꿈을 펼칠 수도 있어야 한다는 금언 아닌 금언을 생각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규격화된 걸그룹 상품에서 자생력을 가진 뮤지션의 가능성을 아이유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지속가능성 지수로 가수들을 평가한다면 지금의 가요차트 순위는 전혀 달라질 것이다. 갑자기 뜬 별은 일찍 사라진다. 우여곡절이 깊으면, 지속가능성은 크다. 자신의 실력과 자생력이 우여곡절 속에서 그만큼 탄탄해졌기 때문이다.
아이유는 실제로 싱어송라이터이며 따뜻한 감성의 보컬이 되려는 꿈을 밝혔다. 바로 자생력이 없는 걸 그룹들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이유가 중학생 때부터 오디션을 보러 다닌 것은 역동적이고 능동적이며, 대범한 모습이기도 하다. 순수하고 귀여운 매력에 너무 의존해, 문근영의 딜레마를 돌파해야 하는 과제는 개성적이면서도 보편의 감성적 발라드를 통한 지속적인 요소의 강화와 맞닿아있다.
다만, 한국에서 약해진다는 기업가정신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수는 없는지 묻고 싶다. 한국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기업가정신지수는 1999년 41.9에서 2005년 4.5로 급락한 뒤 좀처럼 상승하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청의 적용 결과에 따르면 2000년 53.2였던 지수는 2007년 18로 급락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2000년 61에서 2007년 24로 떨어진 이후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고 한다. 100대기업 최고경영자들의 82%가 기업가정신이 쇠퇴했다고 말하고 있다.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을 살리기 위해 덴마크는 국가 차원에서 ´기업가정신 지수(Entrepreneurship Index)´를 개발 매년 발표하면서 독려, 지원하고 있다.
최근 한국의 대기업들의 미래 준비가 많은 부분에서 겹치고 있어서 우려스럽다는 지적도 있다. 이는 결국 안전지향적 모험기피적인 행태라서 미래준비하고 할 수 없으며, 기업가 정신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이 나오고 있는 이유가 되고 있다.
남들이 다 걸그룹으로 몰려갈 때, 대형기획사가 후크송과 집단 군무로 컨셉을 획일화 할 때, 아이유는 솔로가수로, 발라드라는 장르로 자신만의 콘텐츠를 특화했다. 여기에 무엇보다 가창력을 바탕으로 대중들에게 설득력을 얻을 수 있는 컨셉을 적용하고, 지속적 소구력을 갖추려 했다. 이러한 점에서 2010년을 마무리하는 점에서 아이유 올킬 현상은 2011년 대중가요와 대중문화계는 물론 한국사회와 경제의 방향성을 함의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유는 완성형이 아니다. 아이유 역시 기존의 아이돌 그룹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성형은 거부해도 화장을 통해서 그것을 가리고 있다고 스스로 말한 데서 드러나는 것일지도 모른다. 1위에 자신의 고등학교에 떡을 돌려 인터넷에서 화제를 낳았다는데, 아이유도 화장을 진하게 한 10대 소녀 가수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외모 컴플렉스는 여전히 괴롭힐 것이다. 그자체가 본질적인 모순을 가지고 있는 대중가수의 프레임이기 때문이다. 프레임을 넘나드는 것이 창조적 파괴일 것이고 그것을 이끌어내는 것이 기획사에게 필요한 기업가정신이겠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