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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읽는 세상] 김헌식 박사 "유아용품 등 아이들 성역할 규정하는 사례는 인권침해"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20. 6. 15. 08:15

○ 방송 :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 진행 : 윤재선 앵커
○ 출연 : 김헌식 문화평론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터뷰 전문]

문화 현상을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를 짚어보고 개선 방안을 생각해보는 <문화로 읽는 세상>

김헌식 문화평론가와 함께 문화 속 성중립 논쟁에 관해 살펴보겠습니다.


▷평론가님,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새해들어 국가인권위 1호 청원이 성중립 사안이라고 하던데요. 시민단체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영유아 물품의 성차별적 성별 구분을 바로잡아달라면서 진정안을 제출한 건가요?

▶네. 시민단체는 유아용 제품들이 기능과 관계없이 성별을 구분해 아이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영아용 젖꼭지와 옷, 치약·칫솔, 연필·크레파스, 스케치북, 노트 등의 문구류와 완구류 등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인데 대개 분홍색은 여아, 파란색은 남아가 전용으로 쓰는 것이라 색깔을 구분해 놓은 것이 문제라는 것으로 아이들의 선택권이 아예 처음부터 제한당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입니다. 색깔에 따른 용도 규정은 인권침해라는 것입니다.

`소꿉놀이, 엄마 놀이` 등을 담은 완구류들은 가사노동과 돌봄 노동을 여성만의 역할로 규정하고 있다고 보고 있고 구시대 성역할 고정관념을 강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어린시절부터 아이의 삶이 강제당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외국에는 남아와 여아의 구분을 없애는 흐름들이 있어 왔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바비인형도 성중립 인형을 선보여서 눈길을 끈 바가 있지 않나요?

▶세계적 인형기업 마텔사는 `성중립 바비 인형`(gender-neutral Barbies)을 선보였다. `창조 가능한 세계`라는 새 인형 키트에서는 짧은 머리와 긴 머리, 바지와 치마 등을 모두 다 가지고 사용해 꾸밀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타임지는 "인형의 얼굴은 명백한 성별을 드러내지 않고 입술이 두툼하지도 않으며, 속눈썹이 지나치게 길거나 턱이 너무 넓지도 않다"고 했습니다.

처음에 성 정체성 전문가와 의사, 아이들을 포함한 미 전역 250가구가 성중립 바비 인형 연구개발에 참여했습니다. 고위관계자는 "연구 과정에서 남자아이들은 자동차를, 여자아이들은 인형을 가지고 놀아야 한다는 말을 따르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습니다.새 바비 인형은 버락 오바마 정부 당시 도입된 성전환자 친화 정책을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폐지하는 가운데에도 나왔습니다.

인형 업체에서 성중립 인형을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17년 토너 돌 컴퍼니는 성전환 아동을 모델의 재즈 제닝스 인형을 내놓았고, 캐나다의 한 시민단체는 나이별 성 탐구 단계를 교육키 위한 교육용 장난감을 보인 적 있습니다.또 장난감 산업은 좀 더 적극적인 행보도 보였는데 미 대형 유통 체인 타겟은 2015년부터 여아용과 남아용 장난감의 구분 표지판을 쫓아냈습니다. 디즈니와 아마존도 2016년 이후로 매대에서 어린이용 상품을 진열할 때 성별구분을 하지 않습니다. 성중립을 위한 조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곧 신학기가 시작될 텐데 학교에서도 성중립 교복 착용을 선언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면서요?

▶작년 9월부터 영국 웨일스 전역의 학교에서 남녀학생 간 교복 차이가 없어졌습니다. 바지를 꼭 남자 교복으로 규정하지않고 치마를 여학생에게만 강요하지도 않습니다. `남학생용`, `여학생용`이 없는 것이죠. 지난해 여름에는 더운 날 왜 남자는 반바지를 입으면 안되냐고 하면서 한 고등학생이 치마를 등교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2017년 영국 데번주 남자 중학생 30여명이 치마를 입고 등교 시위를 했다고 합니다.

웨일스 외에도 잉글랜드 지역을 포함 120여 개 학교에서 성 중립 교복을 택하고 있다고 합니다. 영국뿐 아닌 일본 지바(千葉) 현의 한 중학교도 그 사례인데, 여학생용 세일러 카라 교복, 허리 라을 강조의 재킷 등을 없앴습니다. 상의 단추도 왼쪽, 오른쪽 어느 쪽도 다 채우는 이른바 `젠더리스(genderless·성 구분이 없음)` 교복을 만들어 화제를 모았습니다.

한국에서도 교복 브랜드가 너무 여학생 교복이 너무 짧고 몸에 착 달라붙게 제작한다는 비판이 비등하자, 바지 교복 입은 여자아이돌 모델이 내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성중립에 대해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휴대폰과 웹에서 사용할 수 있는 2020년판 이모지(Emoji) 117개가 공개됐다죠. 이게 어떤 내용인가요?

▶이모지는 핸드폰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그림문자입니다. 이모티콘은 기호문자이고요. 이모지는 세계 유니코드협회가 매년 국제 표준 코드로 제작·공개하면 이를 구글, 애플, 삼성등 각 정보통신 기업이 각 디지털 기기에 디자인해 사용자들에게 배포하게 됩니다. 협회가 발표한 새 이모지 목록에는 턱시도를 입은 여성, 아기에게 우유를 먹이는 남성, 트랜스젠더 깃발 등 성중립과 다양성을 포함됐습니다.

2020년 출시 승인의 최신버전의 ‘이모지 13.0’에는 기존 ‘턱시도를 입은 남성’, ‘베일을 쓴 여성’이 성중립(gender-neutral) 이모지로 재분류되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턱시도를 입은여성’, ‘턱시도를 입은 사람’과 ‘베일을 쓴 남성’, ‘베일을 쓴 사람’이 추가된 것입니다. 또한 흰수염의 산타클로스는 수염이 없는 ‘무성별 산타’(Mx claus)로 바뀌었으며 ‘트랜스젠더 상징’과 ‘깃발’은 물론이고 ‘성소수자 상징색을 입힌 피냐타’ 즉 스페인어권에서 아이들 파티에서 사용되는 장난감과 사탕이 든 통을 묘사한 이모지도 선을 보였습니다. 추가된 성중립 이모지들은 2020년 하반기까지 대부분의 플랫폼에서 제공되고, 3월 본격적으로 배포가 됩니다.

유니코드협회의 ‘이모지 소위원회’는 매년 회의에서 평등적인 인권을 위한 조치들을 해왔습니다. 2012년 동성 커플 이모지가 등장했고, 2015년부부터 다양한 피부색의 선택이 가능해졌습니다. 2019년에는 청각 장애인, 시각 장애인, 휠체어, 안내견 등의 새 이모지가 추가됐습니다. 이제는 성중립 이모지까지 채택하게된 것이고 앞으로 추가되는 이모지도 기대가 됩니다.


▷최근에는 인기 캐릭터 펭수가 시상식에 드레스를 입고 나와 즐거움과 놀라움을 주었다는데요. 여자 였냐라는 반응인데 이 펭수도 성중립성을 나타낸 사례로 볼 수 있을까요?

▶“펭수가 여자? 남자가 아니었어?" 방송국 연예대상에 시상자로 펭수는 흰색 드레스를 입고 머리에는 꽃으로 된 화관을 썼습니다. 평소 거침없는 말과 활달한 성격, 행동에데다가 어린 남자와 비슷한 목소리같아서 남성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입니다.펭수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궁금해하는 분들도 많기는 했습니다. 종종 그에게 성별을 물어보면 펭수는 "그런 거 없습니다"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그렇기때문에 드레스가 낯선 것은 아니었지만 그런 사전 맥락을 모르는 경우에는 의아했을 수도 있습니다.펭수라는 이름도 철수, 영수, 민수 같은 수자 돌림이라 남자 이름이라고 생각한 것이지요.

하지만 이렇게 펭수의 성별을 묻거나 남성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꼰대 감별법 기준이라고 말하기도한다는 점을 생각해 볼 필요는 있을 것입니다. 어쨌든 펭수의 드레스와 화관은 남녀 성별에 대한 기존 관념에 대한 확인은 물론이고 성중립성의 개념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계기를 준 것은 사실입이다. 그런 면에서 문화적 사건입니다. 사회적 역할이라는 점에서 젠더의 강제가 아니라 선택의 중요한 시대입니다.


▷할리우드에서는 성중립에 관해서 마블 표 트랜스젠더 슈퍼히어로의 탄생이 미뤄지게 됐다는데요. 여전히 성중립 논쟁은 진행중인 듯 하군요?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는 케빈 파이기 마블 스튜디오 사장이 개봉할 영화에 트랜스젠더 캐릭터 출연을 확정하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마블 세계관에 LGBT(양성애자·트랜스젠더등) 영웅이 나온다는 일전의 소식에 기대했던 팬들은 실망하게 되었습니다. 마블 스튜디오의 영화 `이터널스`(감독 클로이 자오)에 트랜스젠더 캐릭터가 등장할 것이 유력하다`고 알려져왔습니다.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는 마블 관계자의 입장은" `성 소수자` 캐릭터에 대한 답변이었고 `트랜스젠더` 캐릭터가 곧 포함될 것을 의미한 것은 아니었다"고 했습니다.

이런 수퍼히어로를 영화에 내세우는 일은 LGBT 캐릭터를 주요 역에 등장시키기를 기피하는 할리우드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전망입니다. 개봉 영화 `스타워즈: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에 나온 여성 조연 간의 키스 장면도 한쪽으로 비난을 받아왔습니다. 평가를 동시에 받는 등 논란이 여전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해 6월 마블 스튜디오의 영화 `스파이더맨: 파프롬 홈`에는 트랜스젠더 배우 잭 바락이 출연하기는 했만 마블 영화에서 트랜스젠더 캐릭터가 나오기는 힘들다고 합니다. 그만큼 미국도 보수적인 가치 차원에서 논쟁중이라는 것입니다. 앞으로 마블사의 선택에 따라 많이 달라질 것입니다.


▷어쨌든 할리우드에서는 `성중립`(Gender-Neutrality)을 외치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듯해요. 할리우드에선 스타들이 성별에 따르는 고정관념을 탈피해 자녀들을 양육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는데, 아직 찬반 양론이 분분한가 봅니다?

▶배우 샤를리즈 테론은 입양 아들 잭슨이 3살부터 `딸`로 성장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테론이 SNS에 올린 사진에서도 잭슨은 긴 머리에 빨간 원피스 입은 모습이었습니다. 배우 안젤리나 졸리의 딸 샤일로도 3살 때부터 본인을 `남자`로 불렀습니다, 또한 흔히 남자 이름으로 사용되는 `존`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미국 할리우드만이 아니라, 영국에 사는 한 부부가 성 고정관념을 벗어나 17개월된 아기의 성별을 구분하지 않고 성중립 양육을 고수해 사회적으로 크게 논란이 일었다고 합니다. 부부는 남아용과 여아용 옷을 번갈아 입히고, `그들`(They)이라는 단어로 말했다고 합니다.성중립 양육의 움직임 찬반이 아직 있습니다. 대다수의 부모는 아직 가치관이 확립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오히려 정체성의 혼란과 좋지 않은 영향을 가져올 지 모른다고 걱정을 합니다. 개인만이 아니라 전체 구성원이 사회적으로 같이 모색을 해야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네, <문화로 읽는 세상>, 오늘은 문화 속 성중립 논쟁에 관해 김헌식 문화평론가와 함께 살펴봤습니다. 말씀 고맙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cpbc 윤재선 기자(leoyun@cpbc.co.kr) | 최종업데이트 : 2020-02-07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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