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즉석 만남이었다. 지난 3일 방송된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뜨거운 형제들’(일 오후 5시20분) ‘가을 수학여행’ 편에서 그간 방송에 나왔던 소개팅녀들이 ‘아바여고’ 학생으로 나와 MC들과 소개팅을 한 것이다. 가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MC들의 형제애를 보여줄 예정이었던 이 프로그램은 대부분의 아이템을 소개팅으로 채우면서 기획의도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월 28일 첫 방송된 ‘뜨거운 형제들’은 ‘아바타 소개팅’이라는 참신한 형식을 선보이며 저조한 시청률로 고전 중이던 ‘일밤’의 구원투수로 떠올랐다. 스튜디오에 있는 멤버들이 소개팅에 나간 멤버들을 원격 조종하는 ‘아바타 소개팅’은 MC들의 엉뚱한 행동과 미모의 소개팅녀가 화제가 되면서 인기를 끌었다.
이후 ‘뜨거운 형제들’은 매회 아이템을 소개팅으로 채우기 시작했다. 지난 3일 방송까지 총 20회 분량 중에 13회가 소개팅을 다뤘다. ‘아바타 소개팅’은 장소를 실내에서 야외로 바꾸거나, 소개팅의 주체를 기존 MC들에서 외부 게스트로 확장하는 식으로 범위를 넓혀갔다. 또한 소개팅 외의 미션에서는 맞선이나 즉석 만남이 포함되는 식이었다.
MC들의 감정 억제를 실험하는 ‘희로애LOCK 테스트’ 편(8월 1일)에서는 박휘순이 소개팅을 했고, ‘박휘순 장가가기 프로젝트’ 편(9월 19일)에서도 일반인 출연자와 맞선을 보는 내용이었다. 프로그램이 ‘짝짓기 프로그램’으로 변질되는 이유는 소개팅은 다른 소재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을 얻기 쉽기 때문이다. 실제로 AGB닐슨 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지하철에서 상황극을 펼친 ‘움직이는 집’(1회 5.9%, 2회 4.0%) 편은 ‘아바타 소개팅’(8%대)에 비해 시청률이 저조했다.
프로그램이 소개팅에 집착하다보니, 방송 4개월이 지났는데도 MC들의 캐릭터는 정체돼 있고 멤버들 간 관계가 발전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탁재훈, 박명수 등 소개팅 참가자를 조종하는 MC들 외에 나머지 멤버들은 방송에서 뒤로 물러나 있다. 일부 MC들이 활용되지 못하면서, 이들의 캐릭터가 드러날 기회도 사라지고 있는 것.
김교석 문화평론가는 “김구라-박명수의 어색한 관계 외에 별다른 관계가 나오지 않고 있다. MC들간 서로 치고 받을 말이 없기 때문에, 여자 출연자들의 장기나 특정 MC의 애드리브에 재미가 좌지우지 된다”고 지적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형제애를 쌓아가겠다는 본래의 기획의도로 돌아와야 한다. 남자들의 사회에서 관찰되는 허세, 배신, 우애 등 다양한 특징들을 포착해 풀어간다면 재미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뜨거운 형제들’ 제작진도 아이템을 다변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오윤환 MBC PD는 “10일 방송되는 ‘싸이판 예능 특훈’ 편에서는 멤버들 간의 관계, 캐릭터 변화를 볼 수 있을 것”라고 밝혔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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