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논평

‘구미호’ 소재 드라마들 흥행 요인 무엇일까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1. 2. 13. 21:33

올해 ‘구미호’ 소재 드라마들 흥행 요인 무엇일까


<구미호 : 여우누이뎐>(위)·<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ㆍ현대인 코드 맞춘 ‘캐릭터의 진화’

구미호는 드라마나 영화의 소재로 매년 빠짐없이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 대중에게 친숙한 만큼 식상하기도 쉽다. 안정적 소재이지만 웬만한 조리법으로는 ‘대박 아이템’이 되기 어려운 법이다. 

그런데 2010년산 구미호들은 유독 대중에게 사랑을 받았다. 지난 7~8월 방영된 KBS의 <구미호 : 여우누이뎐·사진 위>은 호평 속에 평균 시청률 10.6%(AGB닐슨 전국)를 기록했으며, 30일 종영되는 SBS의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아래> 역시 유행어 등 화제를 뿌리며 최근 시청률 20%를 넘어섰다. 2004년 방영된 <구미호 외전>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 속에 흥행에 실패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2010년 구미호들의 흥행 요인은 무엇일까. 구미호는 기본적으로 인간인 동시에 인간이 아닌 중간적 존재로 변신 모티프를 갖고 있어 활용하기 좋은 캐릭터다. <구미호 : 여우누이뎐>과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는 구미호를 대중적 감성과 현대적 감각에 맞춰 캐릭터를 진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전설의 고향> 등의 한 파트로 단막극 주인공에 주로 그쳤던 구미호를 장편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끌어들여 성공적으로 정착시켰다.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는 구미호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젊은이들 감각에 맞는 발랄한 로맨틱 코미디로 만들어 젊은 시청자들로부터 인기를 모았다. 특히 발랄하고 엉뚱한 20대 여성 캐릭터를 설정, 전통적인 구미호 상과 다른 ‘귀여운 구미호’를 만들어냈다. 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구미호가 갖고 있던 복수와 한(恨)의 정서라는 신파적 요소를 없애고 구미호의 변신 모티프만 갖고와 젊은 세대들의 사랑 및 성장 코드와 연결시켰다”고 말했다. 문화평론가 김헌식씨는 “한을 가진 여성이 아니라 젊은 20대 여성 캐릭터로 만들어 청춘 로맨스 코미디로 제작한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고 평했다. 

<구미호 : 여우누이뎐>은 모성애와 부성애 등 보편적 정서에 호소하는 내용이 안정적 인기를 얻었던 요인으로 꼽힌다. 전통적인 구미호 이야기를 장편 드라마로 끌고 들어와 단순히 한을 가진 여성으로서의 구미호가 아니라 강한 모성애를 지닌 캐릭터로 만들었다. 정씨는 “구미호 캐릭터 하나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집어넣어 모성애를 가진 캐릭터로 만들면서 스토리의 단순성을 벗어났다”며 “복잡한 스토리가 흥미를 끌고 모성애·부성애와 같은 보편적 정서를 담아내 전체적으로 안정감을 갖는 스토리가 유지됐다”고 분석했다. 

반면 <구미호 외전>은 김태희·한예슬 등 화려한 캐스팅과 대대적 광고에도 불구하고 대중적 인기를 얻는 데 실패했다. <구미호 외전> 역시 복수와 한이라는 전통적 관점을 벗어나 무협 액션 요소를 썼지만 스토리보다는 액션에 치중하면서 이야기 자체의 힘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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