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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투데이=김민정 기자]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포의 텍스트에서 모티브를 빌려와 미학, 철학, 영화, 문학, 연극, 종교 등 다양한 분야의 이론과 알레고리로 현실의 불가해한 사건과 그 속에 숨은 인간 심리를 탐구해가는 소설 『검정고양이의 산책 혹은 미학강의』의 주인공은 ‘검정고양이’라는 별명을 가진 젊은 교수와 ‘나’라는 대학원생이다. 늘 제멋대로 행동하는 검정고양이 때문에 ‘나’는 난처할 때가 많지만 “아름다운 진상만이 진상이란 이름에 값한다”는 지론을 가지고 모든 사건을 미학적 관점으로 명석하게 꿰뚫고 아름답게 풀어내는 젊은 학자에게 탄복해 오늘도 수수께끼를 들고 그를 찾는다. 이야기의 얼개는 화자인 ‘나’가 미스터리 혹은 일상의 수수께끼를 검정고양이에게 털어놓고, 그 이야기를 들은 검정고양이가 포의 작품과 다른 이론을 엮으면서 사건을 해결(해석)해가는 구조다. 그들은 도심의 거리, 주로 공원을 산책하며 문답식 대화를 통해 진상에 조금씩 다가선다. 미스터리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이 소설에는 보통의 미스터리처럼 살인이나 유괴 사건은 나오지 않는다. 두 사람은 엄마의 옷장 속에서 튀어나온 엉터리 지도에 숨겨진 의미를 추적하고, 니체를 연구하던 청년이 친구들을 초대한 날 왜 갑자기 자살했는지를 해명하며, 연인을 위해 만든 향수를 들고 사라진 남자의 행방을 추리한다. 그 밖에도 사라진 여교수, ‘두개골’을 찾아 헤매는 영화감독, 노학자의 서재에서 울려퍼진 정체 불명의 음악 등 일상에서 포착한 오묘한 수수께끼를 풀어나간다. 각 편의 수수께끼 풀이가 끝나면 싱글맘으로 외롭게 살아온 엄마의 과거가 드러나고, 아버지의 모방자로 살았던 청년의 구슬픈 삶이 떠오르며,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려는 남자와 사랑이 부재하는 세계로 숨어버린 여교수의 사연이, 타자와 자신을 구분하지 못하는 서툰 남자의 죽음이, 문 너머의 연인에게 음악으로 자신의 마음을 전하려 한 노학자의 안타까운 사랑이 드러난다. 그러나 이 모든 이야기는 탐정소설의 결말처럼 ‘명쾌한 해결, 끝’이 아니다. 언제나 그 끝에 다가가보면 누군가가 지켜온 은밀한 삶이 조용히 똬리를 틀고 있다. 한편 이 작품은 『검정고양이의 키스 혹은 최종강의』 『검정고양이의 장미 혹은 시간여행』 등의 후속편으로 이어지며 ‘검정고양이’ 신드롬을 만들어가고 있다. 출판사 : 포레 / 저자 : 모리 아키마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