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의 출연이 확정된 영화‘터미네이터5: 제네시스’는 리부트 시리즈물이다. 영화 '터미네이터'는 그동안 4편 이후 후속작의 전망이 불투명했는데, 리부트로 선회한 것이다. 리부트(Reboot)는 속편의 위험성을 헷징하는 역할을 해왔다. 속편은 원작의 서사 구조 안에서 다른 이야기 구조를 덧붙이기 때문에 속편이 원작만 못하다는 평가에 시달리기 일쑤이다. 리메이크는 원작을 다시 만드는 것으로 원작의 기본 골격은 건드리지 않는다. 다만 사이사이에 있는 에피소드를 첨가하거나 특정 장면을 강화한다. 따라서 시각적 특수효과나 캐릭터의 이미지가 재강화 된다. 스핀오프는 원작의 특정 이야기나 캐릭터를 특화 시켜서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리부트는 컴퓨터를 다시 부팅 시키는 것과 같이 원점에서 시작하는 방식이다. 주요 캐릭터나 설정만이 존재하고 이야기 구조는 다시 창작한다. 따라서 우리가 알고 있는 있는 인물의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는 이전 창작 패턴하고는 다른 면이다. 다시 작품을 만들어도 원작의 기본 틀을 건드리지 않는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었기 때문이다.
이의 시발점은 '배트맨 비긴즈'였다. 배트맨과 로빈의 참패는 속편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었고, 제작사게에는 이에 따른 결단이 필요하게 했다. 결국 놀런 감독의 배트맨 리부트는 대대적인 성공을 거두었고, '다크나이트',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거치면서 리부트 열풍을 낳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다. 근래에 선을 보인 작품으로는 '인크레더블 헐크', '스타트랙 더 비기닝',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등이 있고 '호빗: 뜻밖의 여정', '저지 드레드', '맨 오브 스틸', '혹성탈출:진화의 탄생', '엑스맨:퍼스트 클래스'도 이에 속한다. '프랑켄슈타인'에 이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고질라'도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이병헌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터미네이터 5'에 출연하기로 결정했다.(자료사진) ⓒ데일리안DB
리부트가 이렇게 부각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할리우드의 소재 고갈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항상 할리우드는 소재 고갈에 시달려왔다. 무엇보다 강력한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작품일수록 기본 이상의 수익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작품이 다 흥행을 거두는 것은 아니며 무조건 리부트가 중요한 것도 아니다. 기존 작품을 새롭게 창작하되 주인공의 내면과 성찰 그리고 캐릭터와 서사를 더욱 공감하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 이런 팬들은 아무리 그 시리즈가 많아도 충실하게 관람을 이어간다. 터미네이터도 리부트 3부작을 예고하고 있다. 영웅들은 살아 있는 스타와 같아졌다. 대중들은 스타의 삶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알고 싶어한다. 하지만 일반적인 스타와 다른 점이 있다. 일반 스타들은 대개 진정한 팬들을 확보하기 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이들 대중문화 속 캐릭터들은 이미 확고한 팬들을 전세계에 확고부동하게 거느리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마치 살아 있는 인물의 이야기를 보고 싶어하는 열망이 전세계의 대중심리에 자리잡고 있어 리부트를 가능하게 한다. 그들이 언제나 영화 속에서 살아 움직이면서 끊임없이 영웅 이야기를 이어가며 우리 옆에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어쨌든 좋게 보면 그런 캐릭터들은 할리우드 영화의 리부트를 통해 그들은 영생불사의 존재로 언제나 존재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 영생불사의 끊임없는 리부트는 다른 캐릭터나 인물들이 진입하는 것을 방해한다. 새롭거나 낯선 캐릭터들은 애초에 선택받지 못한다. 캐릭터들 간에 치열한 생존경쟁이 벌어지지만, 일단 그 반열에 올라가면 리부트로 영원히 영생하는 셈이다. 요즘에는 캐릭터의 합종연횡을 통한 집단적 캐릭터 조합도 등장하고 있어, 리부트의 영역을 급격히 확장시키고 있다. '어벤저스'의 등장은 단적으로 이를 말해주고 있다. 하지만, 선택과 집중은 문화적 다양성을 해칠 우려도 있다. 이런 할리우드의 영웅들이 끊임없이 영생불사의 반열에서 그들의 제국을 만들 때 다른 나라의 캐릭터들이 진입해 들어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한국 배우들은 그 영웅들의 캐릭터가 아니라 조연이나 악역을 맡는 수순에 머물뿐이겠다. 캐릭터 제국의 하나의 플레이어일 뿐인 것을 대대적인 환호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이 때문에 성찰이 필요하다.
글/김헌식(문화콘텐츠학 박사,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