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채널 o'live의 리얼 예능 프로그램 '셰어하우스'의 멤버인 김재웅이 페이스북 글에서 "함께해요 '셰어하우스' 식구들과 함께하는 플리마켓"이라며 시간과 장소를 공개했다. 페이스북 화면 캡처.
영화 ‘인간중독’에 송승헌이 주연 배우가 될 수 있었던 것은 MBC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Guys n girls, 1996~1999) 때문에 가능했다. 그는 시트콤을 통해 ‘숱검뎅이 송승헌’ 이미지를 구축했고, 확고한 청춘스타가 되었다. 무엇보다 이 시트콤은 신(新)하숙집의 대학생 생활을 보여주어 화제를 모았다. 미국식 드라마의 영향으로 ‘응답하라 1994’의 무대였던 한국식 하숙집과 거리를 두었다.
일단 그들이 머무는 주거 공간은 낮은 한옥 스타일이 아니라 2층의 서양식 건축물이 하숙집이었다. 예컨대, 마루에서 같이 밥을 나누어 먹던 풍경보다는 식탁에서 밥을 먹고 거실 쇼파에 둘러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크고 높은 입식 방에는 침대와 옷장 그리고 텔레비전이 구비되어 있었다.
‘남자 셋 여자 셋’에서 남녀 대학생들이 공동체 생활을 여전히 한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한국적 가치관을 잇고 있었다. 이후 여러 차례 공동생활을 다룬 시트콤이 시도되었지만 ‘남자셋, 여자셋’과 같은 시트콤은 인기를 끌지 못했다. 오히려 이런 공동체 차원의 주거공간은 복고 영상콘텐츠 ‘응답하라’ 시리즈에 등장할 뿐이었다.
2000년대 이후 이런 공동의 하숙집은 현실에서 사라졌다. 원룸 형태의 주거 공간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하숙집은 내적인 규율이 존재했고, 개인의 사생활이 덜 보장되었다. 각 개인의 생활을 보장하는 방식을 원하게 되었고 그런 주거 공간이 대학가를 휩쓸기 시작했다. 원룸은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더 보장해주는 방식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원룸은 안전에 취약한 점을 갖고 있었다. 또한 개인의 자유분방한 생활은 영양불균형과 위생 상태의 질적 저하를 가져왔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실패한 부동산 정책으로 젊은 층의 주거 공간은 더욱 불안해졌다. 이전에는 국가시험을 준비하던 이들이나 머물던 고시원이 전용 주거공간이 되었다. 고시원은 개인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다. 고시원은 방음이 되지 않았고, 비좁았다. 또한 화재 등에 매우 취약한 근본적인 결함이 있어서 대형재난의 온상이었다. 그런데 고시원은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점을 갖고 있었다. 공동 주방 시설을 간단하게 가지고 있었고, 냉장고에 음식을 보관할 수 있었다. 이른바 공동 주방과 식사 공간이 등장하게 되었다.
이러한 점이 확장된 것이 셰어하우스(share house)이다.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에서 등장했던 젊은이들의 공간은 셰어하우스로 이동했다. 시트콤이 아니라 리얼 관찰예능으로 돌아왔다. 요즘 회자되는 '셰어하우스'(o'live)와 '룸메이트'(SBS)가 이에 해당한다. 연예인들이 셰어하우스에 등장하여, 공동주거 공간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한국에서는 아직 초보단계일 수 있지만, 업계 트렌드로 예견되고 있다.
셰어하우스는 각자의 공간은 보장이 되면서 주방공간과 거실 공간의 공유가 가능하다. 여기에 같이 공부할 수도 있고, 취미생활도 즐길 수가 있다. 좀 더 넓은 공간에서 쾌적하게 살면서도 저렴한 가격을 유지할 수도 있다. 이러한 점이 특화될수록 셰어하우스에 부합한다. 물론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에서만 이 셰어하우스의 장점이 있는 것은 아니다.
셰어하우스는 하숙집처럼 통제하는 것에서 벗어나 있으면서 개인들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준다. 무엇보다 개인 생활에 대한 환상 즉 싱글 라이프의 단점을 보완해주는 주거 방식이다. 싱글라이프는 매우 행복한 삶을 구가하는 것으로 보여주지만, 외로움과 고독이 시달리게 만든다. 정서적 유대관계가 존재할 수 없으며, 협업적인 관계가 불가능하다.
일본에서는 노년층들의 고독과 소득 보전차원에서 빈집 그러니까 공실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으로 이 셰어하우스가 떠오르고 있다. 홀로 넓은 집에서 살아가는 노년기의 집주인들에게도 정서적 유대관계가 중요함은 말할 것도 없다. 여기에 소득까지 보전해주는 것이 셰어 하우스인 것이다.
무엇보다 여전히 젊은 층들의 주거 공간이 불안한 것만은 사실이다. 싱글 라이프가 대세인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인간의 근원적인 모순은 계속 될 수밖에 없다. 싱글라이프가 대세일수록 셰어하우스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 공공 주거 정책이 여전히 기여해야할 명분은 충분하다. 셰어하우스의 자아심리적 내지 문화적 가치와 명분은 충분하다. 다만, 개인주의와 집단주의 조절을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그 대세 여부가 달려있을 것이다.
글/김헌식 문화콘텐츠학 박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