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논평

리랜서 아나운서, 정체성 살려야 성공한다?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1. 2. 13. 20:01

프리랜서 아나운서, 정체성 살려야 성공한다

공중파 방송의 아나운서 경쟁률은 수백대 1이다. 아나운서가 된 후 대중의 인기를 얻는 것은 그보다 더 어렵다. 그런데 이런 경쟁을 뚫고 인기를 한 몸에 받다가 둥지(방송사)를 떠난 아나운서들은 왜 어려움을 겪는 것일까? 프리랜서를 선언한 아나운서들은 어떻게 해야 다시 서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지난해 4월 KBS 퇴사 후 프리랜서 방송인으로 전업한 박지윤이 Mnet ‘와이드 연예뉴스’의 단독 MC를 맡으며 방송활동을 재개했다. 그동안 김성주, 강수정 등 아나운서 출신 젊은 방송인들이 별다른 두각을 드러내지 못한 가운데, 박지윤이 전문 MC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프리랜서로 전업한 아나운서 출신 몇몇 방송인들은 아나운서와 전문예능 MC 사이에서 그들의 정체성을 고민한다. 문제는 이들이 아나운서 출신의 고정 이미지를 버리면서도, 여타 예능인과 다른 그들만의 장점을 부각시키지 못한다는 데 있다. 아나운서 출신 특유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예능인들 무리에 섞여 묻어가는 탓이다.

이들의 홀로서기에는 시기적인 어려움도 따른다. KBS는 지난달 19일 자사 출신 프리랜서 아나운서의 3년 간 방송 출연 금지 처분을 내렸다. 게다가 각 방송사들이 경영난 해소를 위해 외부인력 기용을 대폭 축소하고, 사내 아나운서 활용에 초점을 맞추면서 프리랜서 방송인들의 설자리가 더욱 줄어들고 있다.

시기상의 문제를 차치하고라도 방송인으로서 전문성을 쌓기도 전에 프리랜서 MC로 데뷔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몇 년 간 프리랜서를 선언해온 젊은 아나운서들은 방송의 전문성보단 예능프로그램에서 톡톡 튀는 캐릭터로 인기를 얻어온 아나테이너들이다. 잘 나가는 예능MC들 대부분은 개그맨 출신으로 순발력이나 재치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예능감의 소유자들이다. 따라서 아무리 끼많은 아나운서라도 전문예능인들과 동등하게 경쟁하면 웬만해선 살아남긴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리얼버라이어티가 대세인 예능환경에선 순발력과 재기발랄함이 가장 중요한데, 아나운서 출신은 예능감을 훈련할 만한 계기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방송인 김성주는 12일 SBS ‘야심만만 예능선수촌’에 출연해 “내가 회사 내에 있을 때는 예능MC들의 역할이 쉽게 보였다. 솔직히 저 정도면 나도 할 수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당시 예능MC들의 더 깊은 내면은 못보고 찰나만 봤다”며 예전에 쉽게만 생각했던 예능MC들의 치열한 경쟁과 그 세계를 비로소 깨닫게 됐다고 털어놨다.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이 예능MC들 사이에서 주연급으로 우뚝 서기 힘든 것은 환경적 요인도 있다. 설령 아나운서 출신으로 이들보다 더 웃길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라도 예능계에 안정적인 입지를 구축하기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특히 토크 위주의 버라이어티 환경에선 말을 호의적으로 받아줄만한 관계의 구축이 중요한데, 친분 없는 사람들 속에 있다보면 적응하기 쉽지 않다는 것도 이들의 최대 역량을 펼치는 데 걸림돌이 되곤 한다.

대부분의 프리랜서 아나운서들이 프로그램 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보단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은 보조MC로 자리잡는 것도 새로운 영역에 진입한 MC로서 초기단계를 밟는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단기간 승부가 어렵다면 조급한 생각을 버리고 차분히 단계를 밟는 과정이 필요하다. 대중문화 평론가 김헌식씨는 “프리랜서 전업 방송인이 아나운서 타이틀을 버리고 예능인과 겨뤘을 때 밀리는 것은 당연하다. 이건 자질의 문제라기보단 훈련의 문제”라며 “처음부터 튀어야겠다는 강박관념을 갖기보단 차분히 자신만의 전문성을 쌓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혹은 아나운서 출신의 장점을 전문성으로 부각시키는 것도 영리한 전략이다. 즉, 예능보단 교양이나 정보 쪽 전문성을 쌓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 예컨대 이금희, 임성훈, 손범수 등 베테랑MC들은 퇴사 후에도 이들의 방송활동과 입지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이들 MC는 이미 오랜 기간 쌓아온 경력을 바탕으로 MC 특유의 색채와 교양정보프로그램 전문MC로서 고유한 영역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아나운서 출신 MC 정은아는 ‘스펀지 2.0’ ‘비타민’과 같이 주로 정보와 예능이 결합된 프로그램에서 두각을 보이는 진행자다. 그는 연예인과 다른 아나운서 출신 특유의 신뢰감 있는 이미지로 자신의 영역을 성공적으로 구축해왔다.

그는 기본적으로 프로그램 전체를 조망하고 완급조절이 가능한 완벽한 진행자로 정평이 나있다. 아나운서 특유의 전형적인 딱딱한 느낌을 주지 않는 부드러운 진행과 산만한 분위기 속에선 확실히 중심을 잡아주는 힘있는 진행자다.

한 방송관계자는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들이 성공하려면 “방송의 중심을 잡아주는 진행력과 다른 사람의 능력을 잘 끄집어내는 배려 등 진행자의 본령(本領)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라며 “정은아가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현재의 위상을 구축할 수 있었던 것도 다른 출연자들의 입김에 좌지우지 되지 않는 내공, 바로 진행력 덕분이었다”고 강조했다.

조민선 기자/bonjod@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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