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드라마에게 '연장'이란? 급급한 분량 채우기 속 완성도는↓
파이낸셜뉴스 입력2014.03.01 08:04기사 내용
드라마의 연장방송은 시청자들에게 득일까, 실일까?
인기 드라마의 경우 종영을 앞두고 어김없이 논의되는 연장방송, 이는 드라마를 사랑하는 팬들에게도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드라마가 연장방송을 결정하면 스토리가 부실해진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지난 27일 종영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는 당초 20부작으로 편성, 시청자들의 높은 관심과 성원으로 1회 연장해 21회를 끝으로 종영했다.
역시 아쉬운 점은 극 후반부로 갈수록 다소 지지부진한 전개를 보였다는 점이다. '별그대'는 1회 연장 결정 후 늘어지는 전개나 재탕식 편집으로 많은 팬들의 아쉬움을 자아냈다.
특히 '별그대'는 초반 천송이(전지현 분)의 인기와 추락을 속도감 있게 그려내며 흥미진진한 극 전개를 이끌어갔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후반부에 들어서는 불필요한 장면과 단순히 웃음만을 유발하는 장면들이 눈에 띄게 늘어 실망감을 더했다.
지난해 '응사 신드롬'을 불러 일으켰던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응사'는 여자 주인공 성나정(고아라 분)의 남편 찾기가 주요 코드로 작용한 드라마로 20회가 진행되는 내내 '남편 찾기'에만 집중해 다소 지루한 전개를 보여 왔다.
여기에 1회 연장을 결정, 제작진은 "남편은 21회에서 공개된다"고 말하며 드라마를 시청해 온 팬들에게 더한 지루함을 안겼다.
또한 지난해 종영한 '주군의 태양' 역시 1회 연장된 17회로 종영, 연장이 없기로 유명한 작가 '홍자매'의 작품으로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주군의 태양'도 여주인공인 태공실(공효진 분)이 남자주인공인 주중원(소지섭 분)을 위해 희생하고 남자는 여자에 관한 기억을 잊는 등 신선함과는 거리가 먼 설정들로 일부 시청자들의 실망감을 자아냈다.
이외에도 지난 2012년 '넝쿨째 굴러온 당신'은 8회 연장, '각시탈'은 4회 연장, '빛과 그림자'는 14회 연장 등 인기드라마들의 연장 방영은 당연한 과정으로 여겨졌다.
이 같은 연장 방송의 폐해는 작가가 작품 기획단계에서부터 생각해 온 전체적인 줄거리가 방송사 측이 요구하는 연장 횟수에 맞게 수정되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종영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분량을 늘리기 위해 전체적인 스토리에 크게 지장을 주지 않는 서브캐릭터들을 활용, 회상씬을 추가하는가하면 극의 흐름과는 상관 없는 장면들로 지루한 전개를 펼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 연장 방송을 결정한 드라마들을 보면 대부분 주인공보다 서브캐릭터가 더 많이 출연하는 웃긴 상황이 발생, 회상씬이 난무하는가 하면 불필요한 장면들이 삽입돼 극의 몰입을 방해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인기가 많은 드라마의 연장방영은 시청자를 위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라며 "하지만 좀 더 생각해보면 이 연장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항상 의문을 낳았다"고 밝혔다.
이어 "드라마는 하나의 완결된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연장방영은 이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연장 방영을 하는 이유는 광고수익의 연장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렇듯 인기 드라마의 연장 방송 결정이 전체적인 작품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애초 기획단계에서 정해둔 스토리라인을 중시하기보다 분량 채우기에 급급, 불필요한 요소들을 극에 삽입하기 때문이다.
이에 드라마가 더 좋은 작품으로 기억되기 위해서는 분량 채우기에 급급한 연장이 아니라 '꼭 필요한' 상황에서 연장을 결정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파이낸셜뉴스 스타엔 p656@starnnews.com정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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